이석형 기자
| 2021-06-18 18:03:41
[이석형 기자의 랜선 세계여행 4] 악마의 입 속 같은 필리핀 팔라완 '지하강'
필리핀에서 5번째 큰 섬은 팔라완(Palawan)이다. 팔라완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서쪽으로 약 600㎞ 떨어져 있다. 동서의 폭은 40㎞에 불과하지만 남북 길이는 서울∼부산 거리와 맞먹는 425㎞이다.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이자 마지막 비경이라고 한다.
팔라완에는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 있다. 지하강의 정확한 이름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Puerto Princesa Subterranean River)’ 국립공원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세인트폴(Saint Paul·1028m) 산이 바다와 만나는 절벽 아래에 지하강이 있다. 총 길이는 8.2㎞이지만 일반인은 1㎞ 남짓만 들어갈 수 있다.
노를 저어 가는, 우리나라의 옛날 나룻배 같은 것을 타고 지하강으로 들어간다. 한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정말 칠흑같은 어둠의 지하강이다. 공포와 두려움이 앞서는 이유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짹짹 짹짹” 박쥐 소리만 들렸다. 8종의 박쥐가 사는데 어떤 종은 날개 길이만 1M가 된다고 한다. 박쥐가 아니라 그야말로 베트맨인 셈이다.
지하강으로 들어가면 사공이 헤드 렌턴을 켠다. 그 불빛 하나로 수 천년의 시간이 빚은 자연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버섯·석류·옥수수 형태뿐 아니라 성모상·예수상·장군상 등의 이름이 붙은 종유석 등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자연이 만든 조각품을 보다보면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하지만 절대로 입을 벌리면 안된다,. 운이 없으면 박쥐 똥이 입속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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