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살인의 추억', 3위 '기생충'... 역대 최고 한국영화 1위는?

한국영상자료원 선정...영화계 인사 240명 투표
10년 전 공동 1위 오른 작품, 이번엔 단독 1위

박영숙

webmaster@www.hanstar.net | 2024-11-15 10:43:07

'하녀' '살인의 추억' '기생충' 스틸컷, 포스터. /세계영화재단, CJ ENM 

 

[한스타= 박영숙 기자]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올해 '역대 최고 한국영화 10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240명 영화인들이 직접 뽑은 한국영화 역사 속 최고의 작품들이 해당 발표에 포함됐다. 이 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됐고, 최종 선정작 결과 발표는 올해 5월 말 이뤄졌다.

 

특히 '역대 최고 한국영화 100선' 중 상위 10편은 순위와 함께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작품은 놀랍게도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였다. 이 영화는 10년 전 100선 발표 당시 공동 1위에 오른 데 이어 또다시 최고 자리를 지켜내 놀라움을 안겼다. '하녀'는 무려 60여년 전 발표된 영화지만, 수많은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한국 영화사 상징적 위치를 굳건히 증명해 냈다.

 

2위와 3위는 봉준호 감독 걸작들인 '살인의 추억'(2003)과 '기생충'(2019)이 차지했다. '살인의 추억'은 2014년 공동 7위에서 올해 2위로 순위가 대폭 상승하며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 '기생충'은 2019년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한국영화 100선에 새롭게 포함돼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한국영화 100선은 한국영화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1934년에 제작된 '청춘의 십자로'부터 2022년까지의 장편 영화가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극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예술영화, 실험영화, 애니메이션까지 포함했다. 학계, 저널, 창작 및 산업계를 대표하는 240명의 선정위원이 참여해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연구자와 비평가 등 '보는 사람' 171명, 감독과 촬영감독 등 '만드는 사람' 69명 의견을 반영해 보다 심도 있는 평가가 이뤄졌다.

 

상위 10위에 오른 작품들 중에는 김기영, 봉준호 감독 영화들 외에도 유현목 감독 '오발탄' (1961)이 4위,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2003)가 5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에도 이창동 감독 '시'(2010)가 7위, 허진호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2022)이 공동 8위에 올랐다.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이 10위를 기록하며, 이들 영화가 작품성과 더불어 사회문화적 의의와 예술적 완성도까지 인정받은 한국영화사 대표작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100선 선정 결과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여성 감독 작품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변영주 감독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한 편만 포함되었으나, 이번에는 박남옥의 '미망인'(1955), 임순례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정재은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 등 무려 9편의 여성 감독 연출작이 선정됐다. 이는 여성 감독 작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가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시대별 작품 분포를 보면 2000년대에 제작된 영화가 24편, 2010년대 14편, 2020년대 1편으로, 21세기 이후의 영화가 총 30편 이상 포함돼 최근 한국영화가 평가받는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반면, 1940~1960년대 작품의 비중은 지난 2014년에는 34편에서 올해 16편으로 줄어들며 고전 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다소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선정작 중 63편이 이번 2024년 100선에 그대로 포함돼,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중 7편이 100선에 선정되며 가장 많은 작품을 올린 감독으로 기록됐다. 그 뒤를 임권택 감독이 6편, 이만희와 이창동 감독이 각각 5편을 올리며 한국영화사 큰 족적을 남겼다. 배우 중에서는 송강호와 안성기가 각각 10편에 출연하며 최다 출연 배우로서의 기록을 세웠고, 여배우로는 배두나가 4편에 출연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 '한국영화 100선(2024년 발표)'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상위 10편은 다음과 같다.


1위 하녀 (김기영, 1960)

2위 살인의 추억 (봉준호, 2003)

3위 기생충 (봉준호, 2019)

4위 오발탄 (유현목, 1961)

5위 올드보이 (박찬욱, 2003)

6위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1975)

7위 시 (이창동, 2010)

공동 8위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1998)

공동 8위 헤어질 결심 (박찬욱, 2022)

10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1996)

 

◎ 상위 10위 작품들을 제외한 영화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해당 작품들은 순위가 아닌 제작연도순으로 공개됐다.

 

청춘의 십자로 (안종화, 1934)

반도의 봄 (이병일, 1941)

마음의 고향 (윤용규, 1949)

미망인 (박남옥, 1955)

피아골 (이강천, 1955)

자유부인 (한형모, 1956)

지옥화 (신상옥, 1958)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신상옥, 1961)

마부 (강대진, 1961)

돌아오지 않는 해병 (이만희, 1963)

물레방아 (이만희, 1966)

안개 (김수용, 1967)

귀로 (이만희, 1967)

휴일 (이만희, 1968)

장군의 수염 (이성구, 1968)

화녀 (김기영, 1970)

화분 (하길종, 1972)

별들의 고향 (이장호, 1974)

삼포가는 길 (이만희, 1975)

영자의 전성시대 (김호선, 1975)

이어도 (김기영, 1977)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김기영, 1978)

바람불어 좋은날 (이장호, 1980)

최후의 증인 (이두용, 1980)

짝코 (임권택, 1980)

피막 (이두용, 1980)

만다라 (임권택, 1981)

꼬방동네 사람들 (배창호, 1982)

바보선언 (이장호, 1983)

고래사냥 (배창호, 1984)

길소뜸 (임권택, 1985)

깊고 푸른 밤 (배창호, 1985)

씨받이 (임권택, 1986)

기쁜 우리 젊은 날 (배창호, 1987)

상계동 올림픽 (김동원, 1988)

칠수와 만수 (박광수, 1988)

개그맨 (이명세, 1988)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배용균, 1989)

우묵배미의 사랑 (장선우, 1990)

파업전야 (이은기, 이재구, 장동홍, 장윤현, 1990)

그들도 우리처럼 (박광수, 1990)

남부군 (정지영, 1990)

경마장 가는 길 (장선우, 1991)

서편제 (임권택, 1993)

첫사랑 (이명세, 1993)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변영주, 1995)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배용균, 1995)

꽃잎 (장선우, 1996)

초록 물고기 (이창동, 1997)

접속 (장윤현, 1997)

넘버 3 (송능한, 1997)

강원도의 힘 (홍상수, 1998)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1999)

박하사탕 (이창동, 1999)

인정사정 볼것 없다 (이명세, 1999)

쉬리 (강제규, 1999)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류승완, 2000)

춘향뎐 (임권택, 2000)

반칙왕 (김지운, 2000)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2000)

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2001)

봄날은 간다 (허진호, 2001)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2001)

소름 (윤종찬, 2001)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2002)

송환 (김동원, 2003)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2003)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2005)

그때 그사람들 (임상수, 2005)

왕의 남자 (이준익, 2005)

괴물 (봉준호, 2006)

타짜 (최동훈, 2006)

파산의 기술 (이강현, 2006)

가족의 탄생 (김태용, 2006)

밀양 (이창동, 2007)

추격자 (나홍진, 2007)

박쥐 (박찬욱, 2009)

마더 (봉준호, 2009)

두 개의 문 (김일란, 홍지유, 2011)

지슬 - 끝나지않은 세월2 (오멸, 2012)

도희야 (정주리, 2013)

곡성 (나홍진, 2015)

비밀은 없다 (이경미, 2015)

동주 (이준익, 2015)

아가씨 (박찬욱, 2016)

우리들 (윤가은, 2016)

부산행 (연상호, 2016)

버닝 (이창동, 2018)

벌새 (김보라, 2018)

자산어보 (이준익,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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