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독고다이, 마음가는대로..." 이효리 모교 졸업식 축사 '짧지만 긴 여운'

김지혜 기자

kimjihye9426@naver.com | 2024-02-14 14:34:02

   가수 이효리가 14일 모교인 국민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와 라이브 무대로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마이데일리 제공

 

"인생은 독고다이...쭉 가시라"

이 시대의 문화 아이콘, 가수 이효리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연설을 했다.

 

가수 이효리가 모교인 국민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와 라이브 무대로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이효리다운 멋진 축사였다.

 

이효리는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 98학번 동문이자 모교 선배 자격으로 참석해 축사를 낭독했다.

 

이날 이효리는 "친애하는 국민대 졸업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효리입니다, 반갑습니다"며 "훌륭한 졸업생 선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이효리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연기자라기보다는 '유명한 사람이 돼야지'라는 꿈을 안고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특출 나게 연기를 잘하지도, 특출 나게 노래를 잘하지도, 특출 나게 예쁘지도 않았던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금도 그 점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만 운 좋게 연예계에 데뷔해 지금까지 사랑받으며 잘 활동하고 있다"라고 축사를 시작했다.

 

이어 "대학을 졸업하는데 8년이나 걸린 내가 여러분 앞에서 떠들 자격이 있겠냐 싶지만은 여러분보다 조금 더 살아간 것을 자랑삼아 한 번 떠들어보겠다"며 "사실 나는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이란 것을 처음 해본다. 그래서 연설이 무엇일까 검색을 해봤다. 국어사전에 연설이란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이라고 되어있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의, 주장, 의견. 사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누가 나에게 주의, 주장,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길게 말하는 건 더더욱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며 "처음에는 그냥 들은 척하면서 들을 수 있지만 계속 그게 반복되면 그 사람을 안 만나고 싶다. '너는 너고 나는 난데 도대체 왜 내가 너의 일장연설을 들어야 하지' 머릿속에 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생활하면서 그런 분들을 종종 만났지만 사실 그런 분들은 나에게 큰 임팩트가 없었다. 오히려 자기의 주장이나 주의를 뒤로하고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는 분들, 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나에게는 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께 연설을 늘어놓고 싶지 않다. 어차피 여러분들도 내 이야기를 안 듣지 않겠나"라고 유쾌함을 선사했다.

 

이효리는 "사랑하는 부모님 말도, 제일 친한 친구들 말도 심지어 공자, 맹자, 부처님 같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 듣는 우리가 뭐 좀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데 들을 이유가 있느냐. 여러분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사셔라.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고,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라고 그 다운 조언을 건넸다.

 

이어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려라. 그런 마음을 먹고사는 무리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셔라. '나는 나약해', '나는 바보 같아', '나는 더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부정적인 소리는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나 또한 그 소리를 듣고 흔들리고 좌절하지만 그 소리 너머에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넌 잘하고 있어',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며 "그 너머의 소리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고 언제나 내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항상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여러분 꼭 귀를 기울이고 계셔라. 지금은 너무 작아서 못 들으실 수 있지만 믿음을 갖고 계속 들어주면 그 소리가 점점 커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효리는 "나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내 안의 그 친구와 손잡고 그대로 쭉 나아가시라. 이래라저래라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마시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셔라. '우리는 가족이다'하고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더 조심하셔라.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 하지 마시고 그냥 '인생은 독고다이'라고 하시면서 쭉 가시면 좋을 것 같다"라는 충고도 남겼다.

 

그는 "그러다 보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잠깐씩 만날 때가 있다. 그럼 위안받고 또 미련 없이 자기 갈길을 가면 된다. 나는 말에는 그렇게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고 많이 체득하셔라. 그래서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 보시라. 따뜻한 마음으로 늘 바라보고 응원하겠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이효리는 "여러분을 위해서 이 연설문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어젯밤에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까 이 연설문은 나 자신을 위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내가 나도 모르게 이 연설문에 쓰게 된 것 같다"며 "그러니까 여러분들 지금까지 내가 한 말 귀담아듣지 마시라. 여러분은 이미 다 알고 있고 잘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만 떠들고 신나게 노래나 한 곡 하고 가겠다"라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5분 여의 짧은 축사를 마친 이효리는 학사모와 가운을 벗고 "여러분, 내 연설문과 일맥상통하는 나의 곡 '치티치티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한 곡 하고 물러가겠다"며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이효리의 열창에 국민대학교 졸업생들과 교수진은 뜨거운 박수와 응원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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