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공포스러운 상황, 대피 안 하면 죽는다” 허리케인 밀턴 상륙... 미국, 720만명 대피령

박영숙

webmaster@www.hanstar.net | 2024-10-10 15:30:08

8일(현지시각) 우주에서 촬영한 허리케인 '밀턴'. /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플로리다 서부 해안에 착륙한 허리케인 '밀턴'이 최대 600억 달러 상당의 보험 손실을 야기할 것으로 추정된다. 플로리다주는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에 대비해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및 구조 작업에 착수했다./AI가 만든 허리케인 이미지.

[한스타= 박영숙 기자]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의 공포에 떨게 한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주 서부 해안에 상륙했다.

 

USA 투데이, WESH2 등 현지 매체는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를 인용해 “허리케인 '밀턴'이 지난 9일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각) 플로리다 남서쪽 해안에 있는 섬 시에스타 케이에 상륙했다”고 전했다.

 

CNN은 9일 이보다 앞서 밀턴이 플로리다 해안을 향해 돌진하며 폭우, 토네이도, 열대성 폭풍급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 주민들은 서둘러 대피했지만,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위험에 처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허리케인 밀턴의 경로가 정확히 예측되지 않아 상륙 지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탬파 베이와 그 남쪽 지역 전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며, 폭풍이 상륙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플로리다 해안에는 열대성 폭풍급 강풍이 상륙하며 본격적인 피해가 시작됐다.

 

피넬러스 카운티의 비상관리국장 캐시 퍼킨스는 “허리케인 헬렌 때 큰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은 이번 폭풍이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며 즉각 대피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하기에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판단돼, 이제는 집에 남아 폭풍을 견디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폴크 카운티 비상관리국장 폴 웜블은 “이 시점에서 대피하기 어렵다면 안전한 곳에서 폭풍을 견디라”고 말했다. 또한 파스코 카운티 당국도 "구조대가 폭풍 동안 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있는 곳에서 폭풍을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허리케인 밀턴은 카테고리 3등급의 강력한 폭풍으로 플로리다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랜도를 포함한 인구 밀집 지역까지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탬파 베이 지역은 100년 이상 허리케인의 직접 타격을 받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그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2주 전 허리케인 헬렌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서부 플로리다 지역은 이번 허리케인 밀턴으로 인해 추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헬렌은 남부 전역에서 23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현재도 잔해와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은 상태다. 당국은 허리케인 밀턴이 이 잔해들을 날려 추가 피해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상 당국은 이번 폭풍 해일이 탬파 베이에서 최대 12피트(3.6미터), 사라소타와 포트마이어스에서는 최대 13피트(4미터)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해안 지역에는 대규모 침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교량인 선샤인 스카이웨이 브리지는 이미 폐쇄됐으며, 그 외 주요 다리들도 통제되고 있다.

 

켄 그레이엄 미국 기상청 국장은 “어제는 시계가 흐르고 있었다면, 오늘은 경보가 울리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대피를 촉구했다.

 

허리케인 전문가 미국의 기상학자 존 모랄레스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허리케인의 위력을 전하다 눈물을 흘렸다. 모랄레스는 NBC 마이애미 일기예보 도중 허리케인 밀턴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놀랍고도 놀라운 허리케인”이라며 “열 시간 만에 기압이 50밀리바 떨어졌다”고 했다. 허리케인 강도가 더욱 강해졌단 소식을 눈시울을 붉힌 채 전한 모랄레스는 “사과드린다. 정말 공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제인 캐스터 탬파 시장 "과장 같은 것 안 하고 말씀드리겠다.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에 남는 걸 선택한다면 당신은 죽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플로리다 주 방위군 9000명과 타주에서 파견된 인력을 포함해 5만 명 이상의 전력 복구 인력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또한 플로리다 전역에 휘발유를 공급하기 위해 고속도로 순찰대가 탱크로리를 호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15개 카운티에 약 720만 명의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당국은 허리케인이 본격적으로 상륙할 경우 구조대가 출동하지 못할 수 있어 주민들이 스스로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허리케인 밀턴은 현재 시속 120마일(195km/h)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으며, 사라소타에서 서남서쪽으로 약 35마일(50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다. 허리케인은 동북쪽으로 시속 15마일(28km) 속도로 이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강력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폭우와 함께 강력한 바람이 플로리다 남부를 강타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18인치(46cm) 이상의 비가 예상돼, 홍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플로리다 남부의 한 주유소는 허리케인 밀턴의 강풍에 의해 구조물이 파손됐으며, 또 다른 곳에서는 토네이도가 발생해 큰 나무가 뽑히고 가로등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항공편은 취소됐고,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운영을 중단했다.

 

AP통신과 CNN은 허리케인 밀턴으로 인해 플로리다 전역에 걸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허리케인이 2005년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맞먹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따뜻해진 멕시코만에서 힘을 얻은 밀턴은 가장 강력한 등급인 5등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됐지만 플로리다주 상륙을 앞두고 규모가 3으로 떨어졌다. 다만 심각한 피해 우려는 여전하다. 불과 2주 전, 이 지역을 통과한 4등급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한 피해 지역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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