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의 탄생

EK BOOK

neosoul@nate.com | 2014-02-13 18:37:27

사자와 늑대의 먹이 다툼




사나운 늑대 한 마리가 몇 달 동안 양 떼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늑대는 드디어 양치기의 눈을 속이고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양을 한마리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늑대는 몹시 배가 고팠지만 모처럼 잡은 먹이를 성급하게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늑대는 안전한 장소에서 마음 놓고 식사를 즐기기 위해 어린 양을 자신의 굴로 끌고 갔습니다.

어린 양을 힘들게 끌고 가던 늑대는 도중에 그만 사자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먹이를 찾고 있던 사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면서 늑대에게 덤벼들었습니다. 늑대는 어쩔 수 없이 양을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얼마 동안 정신없이 도망가던 늑대는 더 이상 사자가 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힘들게 잡은 양을 사자에게 빼앗긴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늑대는 조금이라도 분을 풀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자에게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건 내가 힘들게 잡은 먹이란 말이에요. 어떻게 남의 것을 함부로 빼앗을 수 있는 겁니까? 이건 너무 부당하다고요."

사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이 양을 훔친 게 아니라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았단 말이냐?"





동물이건 사람이건 "내 것"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서 목숨처럼 아끼고 지키려고 합니다. 특히 동물의 세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힘센 동물에게는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도 내 것입니다. 약자가 괜히 자기 것을 지키려 했다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마음대로 남의 재산을 뺐을 수는 없습니다. 내 것을 지키는 권리, 즉 소유권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유권이 인정된 개인의 재산을 '사유재산'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노력해서 생산해 낸 물건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모두들 열심히 일하죠. 그 결과 경제가 활력을 띠고 나라가 부강해집니다. 사유재산 제도를 자본주의의 묘약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결과물은 공동의 소유일 뿐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공산주의를 택한 나라들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못살게 됐죠.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10세기경에 시작된 청동기시대입니다. 그 이전에는 공동으로 생산해서 다 같이 소비했기 때문에 사유재산이 인정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청동기시대에 접어들어 농기가가 만들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자 조금씩 남는 생산물이 갱기고, 이것들을 보관하면서 다른 사람과 물물교환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히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사유재산이 많은 사람은 영향력이 커져서 지역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농사를 잘 짓지 못해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은 재산가의 노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사유재산을 통해 계급이 발생하게 된 거죠. 고조선 때의 사회법인 '8조 금법'에 사유재산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도둑에게 벌금을 물리는 조항이 그것 입니다. 사유재산을 인정했기 때문에 남의 물건을 훔치면 죄가 됐던 겁니다.



사유재산으로부터 자본주의가 싹트다

이솝이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도 사유재산 재도가 있었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왕과 귀족의 지배를 받았지만 해외 무역과 국내 상공업의 발달로 돈을 버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시민들은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면서 귀족과 대립했던 거죠. 마침내 기원전 6세기에 아테네에서는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국가의 일을 직접 결정하는 민주정치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아테네 인근의 스파르타라는 곳에서는 시민의 생활이 엄격히 통제됐고, 사유재산도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어 전쟁에서 공을 세운 병사의 가족만 농토를 경작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스파르타 사람들은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열심히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는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아테네와의 전쟁에서도 패하였습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경제를 비교한 후 "누구나 각자 자기 물건을 가지고 돌볼 수 있게 되면 다른 사람과 싸울 일이 없다. 또한 모든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재산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므로 국가도 더 크게 발전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에 각각 임자가 있다면 서로 다투는 일이 없을 것이고 사유재산이 국가에 평화를 안겨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에게 소유권을 부여한 경제와 그렇지 않은 경제가 어떻게 다른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초원이 있는 마을에 목동들이 있습니다. 만약 초원을 소유할 수 없다면 목동들은 소의 수를 늘리는 데만 열중하게 됩니다. 내 소유의 초원이 아니니까 내가 기른 소만 배불리 먹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겠죠. 머지않아 초원의 풀이 사라지고 소들은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초원에 소유권이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목동들은 초원에 나타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합니다. 울타리를 쳐서 초원을 보호하고 그 초원에서 기르기에 알맞은 수의 소를 사육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유재산 보호의 힘입니다.



사유재산의 제한

자본주의는 개인의 재산을 인정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입니다. 땅은 소유권이 인정되고 재산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답니다. 자본주의에서 국가가 개인 땅을 이래라 저래라 해도 되냐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집이나 TV등과 달리 땅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주인이 이용하는 대로 땅을 내버려 둔다고 가정해 봅시다. 쌀농사가 잘 안 된다는 구실로 논에 공장을 짓는다거나 산을 개발한답시고 나무를 마구 베어 낸다면 우리 주식인 쌀의 생산이 줄게 되고 자연환경이 엉망진창이 돼 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농지를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합니다. 또 집값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아파트등을 새로 지을 만한 땅을 적당한 값으로 보상하고 강제로 사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개인의 재산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에는 개인의 소유권이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법위 내에서만 행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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