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치와 미래가치,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따져보기

EK BOOK

neosoul@nate.com | 2014-04-16 18: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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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과 매의 불발된 거래

몸집이 작은 새 나이팅게일은 아주 고운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나이팅게일은 매일 참나무 가지에 앉아서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먹이를 찾던 사나운 매가 나이팅게일을 발견했습니다.
“저 녀석이라도 잡아먹는 것이 좋겠어.”
배가 몹시 고팠던 매는 번개처럼 날아와 나이팅게일을 낚아챘습니다. 매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노래만 부르고 있던 나이팅게일은 달아날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 목숨이 끊어지게 생긴 나이팅게일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습니다.
“매님, 저는 아주 작은 새 예요. 저를 잡아먹더라도 배를 채울 수는 없을 테니 제발 저를 놓아 주세요. 정말로 배가 고프시다면 더 큰 비둘기나 토끼를 잡아먹는 것이 나을 거예요.”
하지만 매는 나이팅게일의 애원을 뿌리치며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작은 새야. 하지만 내가 아직 구경도 못한 먹이를 위해 이미 내 발톱 안에 들어온 너를 놓아 준다면 그보다 더 멍청한 짓이 어디 있겠니? 그러니까 너라도 우선 확실하게 먹어 두는 게 좋겠어.”
불쌍한 나이팅게일은 매의 먹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 큰 먹잇감을 찾기 위해 이미 손아귀에 들어온 것을 그냥 놓아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처지는 몹시 불쌍하지만 매의 입장에서는 놓아 주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경제생활의 목적은 효용, 즉 주관적 만족감을 최대한 늘리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효용의 가치는 시간과 반비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오늘의 효용이 내일의 효용보다 더 값진 것이죠.
매가 왜 나이팅게일을 살려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는 언제 잡힐지 모르는 비둘기보다 눈앞에 있는 나이팅게일이 훨씬 값어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매는 “현재가치” 계산법으로 현재와 미래의 먹잇감을 평가한 셈입니다.
현재가치를 설명하기에 앞서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먹이가 부족해지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 하겠다”고 했습니다. 원숭이들이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원숭이들은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받거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받거나 하루에 모두 7개를 받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도 4개를 먼저 받는다는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상대에게 설득당한 것입니다. 반면 저공은 같은 수의 도토리를 주고도 원숭이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바로 그 유명한 ‘조삼모사(朝三暮四)’입니다. 눈앞의 이익만 보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사기나 협잡술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그런데 과연 이야기 속 원숭이들은 정말로 미련한 짓을 한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원숭이들은 미련 하기는 커녕 사람보다도 훨씬 똑똑한 녀석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먹이라고 해도 저녁에 먹는 것과 아침에 먹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이런 차이를 아는 원숭이들에게 ‘경제적 동물’이라는 별명을 붙여 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보자

누구라도 당장 받을 수 있는 100만원이 1년 후에 받게 될 100만원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100만원을 빌려 쓴 사람이 1년후에 이자를 덧붙여 이보다 더 큰 금액을 갚아야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따라서 같은 수량의 먹이일 경우 아침에 먹는 것이 저녁에 먹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경제학을 배우지 않는 사람도 1년간의 이자율이 25%라면 1년후에 받게 될 100만원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치는 80만원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100만원이라는 금액에 이자율을 더한 1.25로 나누어 할인함으로써 80만원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가르켜 경제학에서는 1년 후에 받게 될 100만원의 현재가 치를 80만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할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미래에 발생할 효용이 현재 시점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나절 동안의 이자율이 1%라고 가정하고, ‘조삼모사’ 고사에서처럼 두 가지 먹이 주는 방법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비교해 봅시다. 우선 처음 제의한 대로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는 경우의 현재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녁에 먹을 수 있는 4개를 1.01이라는 숫자로 나누어 아침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3.96개가 됩니다. 아침에 먹을 수 있는 3개의 현재가치는 물론 그대로 3개죠. 따라서 아침의 3개와 저녁의 4개라는 조합을 아침 현재의 가치로 표현하면 6.96개가 됩니다.
이번에는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는 방법의 현재가치를 계산해 봅시다.



저녁의 세 개를 1.01로 나누어 현재가치를 구하면 2.97개가 됩니다. 여기에 아침의 4개를 더해 얻은 6.97개가 새로운 방법의 현재가치인 셈이 되죠.
이 두 방법 중 후자가 더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후자와 전자의 차이가 0.01개에 불과하지만 오랜 세월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됩니다. 이 미세한 차이까지 알고 있었던 원숭이들은 우둔하기는 커녕 현명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익과 비용

경제행위의 결과인 효용을 금전적으로 나타낸 것을 ‘편익’이라고 합니다. 경제생활이 합리적이려면 편익이 비용보다 커야겠죠. 경제학에서는 편익과 비용을 분석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 분석에는 여러 가지 기법이 사용되는데, 현재가치를 이용한 분석 방법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10억원, 50억원씩 똑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 A와 사업 B가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A는 올해 50억원, 내년에 70억원을, B는 올해 70억원, 내년에는 50억원의 편익이 있다고 할때 어떤 사업을 선택해야 할까요? A와 B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둘 다 타당성이 있는 사업입니다. 그렇지만 편익의 현재가치는 다르죠? 이 점에서는 A보다 B가 유리합니다. 따라서 사업 B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죠

정부는 공공사업을 진행할 때 현재가치를 따집니다 그래야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지하철을 건설하면 교통체중 완화, 대기오염 감소 등의 효과가 예상됩니다. 비용으로는 공사비와 소음·먼지 발생, 교통 혼잡의 유발 등을 꼽을 수 있겠죠. 지하철 사업을 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은 미래에 발생할 편익과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비교분석한 결과를 놓고 이루어집니다. 편익이 비용보다 커야 타당한 사업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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