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기찬
kcsuh63@hanstar.net | 2015-02-06 16:42:34
[주말TV영화]
인간은 누구나 길에서 인생을 배우며 자신의 길을 찾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어쨌든 일단 한번 접어든 길에서 빠져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면 원래의 길에 적응을 하는 수밖에 없지요. 2월 첫 주말, TV에서 마련한 영화 몇 편 소개합니다.
▲금요일(6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길(La Strada, 1954,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입니다. 제가 꼽는 역대 최고 걸작 ‘톱10’에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유랑극단에서도 벌어졌음직한 일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극단에 들어가는 가난한 소녀와 그런 소녀를 폭력으로 억압하는 사내, 그 사내와 사랑에 빠지는 소녀. 서로의 감정을 알고는 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슬프게 막을 내리는 러브스토리. 두 사람의 러브 라인은 어찌 보면 굉장히 통속적일 수 있지만 우리가 이 영화의 스토리를 낯설지 않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이탈리아와 우리의 역사가 비슷한 흐름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의 연출력도 대단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젤소미나 역을 맡은 줄리에타 마시나의 연기입니다. 이 영화로 앤서니 퀸이 연기파 배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줄리에타 마시나의 빙의된 듯한 연기에는 미치지 못 합니다. 영화상에선 모자라고 못생긴 소녀로 나오지만,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녀의 모습은 오랜 시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 토요일(7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에선 ‘크림슨 타이드(Creamson Tide, 1995, 감독: 토니 스콧)’가 방송됩니다.
탈냉전시대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3명의 최고 실권자는 미합중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핵탄두 잠수함의 함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류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깨닫기 시작했고, 그 공포심이 인간을 지배하던 냉전시대를 거쳐 탈냉전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탈냉전 시대에도 지구를 수십, 수백 번 멸망시키고도 남을 막대한 양의 핵무기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서로를 조준한 채, 냉전시대의 공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핵무기를 가장 은밀하게 운용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무서운 살인기계인 핵잠수함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발사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갈등은 단순히 두 사람의 갈등을 떠나, 인류의 존망이 걸린 열쇠를 단 한 사람의 판단에 맡긴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노릇인지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으며 핵이라는 금단의 무기를 떠안은 인류가 절대병기를 가진 게 아니라 절대멸망의 구렁텅이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드니 포이티어, 포레스터 휘태커 등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이 진 핵크만, 조지 던자 등과 호흡을 맞춥니다.
▲ 일요일(8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서 준비한 작품은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1994, 감독: 벤 스틸러)’입니다.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재닌 가로팔로, 스티브 잔 등이 나옵니다.
적당히 철이 덜 들고 허세가 덜 빠진 청춘들이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학자금 대출금 담당 직원만 피하면 될 줄 알았던 이들에게 월급과 집세, 외로움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결국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원조로 살아왔으며, 세상은 진실을 외면하는 바보들이라고 비웃었지만 막상 그 세상이 현실이며 현실 세계에서의 바보는 자기 자신이었음을 아프게 깨달아갑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음을 알게 되지요.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세상에 부딪치며 자신의 못남과 자신의 왜소함을 절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20대 초반, 사회초년생 청춘들이 겪는 아픔 시절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 영화는 90년대 청춘 영화 계보에 있어 큰 자리를 차지한 수작입니다. 하지만 다소 결말이 안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가 고른 작품은 ‘아름다운 팔도강산(1972, 감독: 강혁)’입니다.
김희갑, 황정순, 장동휘, 김지미, 최무룡, 도금봉, 허장강 등 전설 같은 우리의 옛 배우들이 모두 나옵니다.
‘아름다운 팔도강산’은 배석인의 감독의 데뷔작 ‘팔도강산’의 속편입니다. ‘팔도강산’은 1967년 국립영화제작소가 제작한 국책홍보 계몽영화로, 서울 국도극장에서만 33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6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1968), ‘성춘향’(1961)에 이어 세 번째 흥행작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희갑은 한의원을 경영하는 딸 부잣집 아버지로 등장하여 평생 콤비인 여배우 황정순과 실제 부부로 착각하리만치 리얼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습니다.
▲ obs 주말 영화도 미리 보겠습니다.
- 토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킥 애스: 영웅의 탄생(Kick-Ass, 2010, 감독: 매튜 본)’을 방송합니다. 유투브를 통해 유명해진 새로운 영웅과 억울한 누명을 써 감옥에 갇힌 경찰, 그리고 그의 딸이 의기투합하여 악당과의 대결을 펼치는 할리우드 B급 액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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