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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바람과 낙엽과 고독의 계절, 어울리는 서부영화 2편 강추합니다.추억의 마카로니 웨스턴 ‘석양의 건맨’과 ‘석양의 무법자’가 토요일과 일요일 안방을 찾아갑니다.
▲ 금요일(21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이 선택한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 감독: 스탠리 큐브릭)’입니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명감독이라 해도 손색없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블랙코미디입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반전’. 그러나 이것을 직접적으로 들이대기보다는 한 바퀴 돌려 표현해 웃음 속에 녹여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끝없는 군비 경쟁에 지쳐 인류 전체를 몰살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내게 됐다는 소련 대사의 말을 들으면, 그 아이러니함에 웃음은 나지만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공산주의자들에 관한 음모론에 사로잡혀 소련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전쟁을 시작하길 원하는 리퍼 장군의 모습과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반감 및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터지슨 장군의 모습은 전쟁에 미쳐있는 인류의 광기,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다른 작품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풀 메탈 재킷’도 강추합니다. 단 ‘시계태엽 오렌지’는 청소년이나 임산부, 심장이 약한 분은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 토요일(22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5) 시간에선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 1965,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을 준비했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리프 등이 열연합니다.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일요일 오후 EBS 방영)’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3부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 작품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고 있으며,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담당해서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그가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일본식 표기로 바른 용어는 아닙니다.)의 특징은 이탈리아인이 만든 미국 서부극이라는 점. 미국인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미국 근대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현실적인 감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서부극의 원류는 1950년대 수정주의 서부극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부 개척은 사실 인디언 야만인들에 대한 문명인들의 위대한 승리라기보다는 영토 확장을 위한 침탈이었다는 점을 폭로하는 수정주의 서부극은 그간의 정통 서부극과는 달리 인디언의 시각에서 작품이 진행되는가 하면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우마저 종종 등장했습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이러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부극이지만 미국에서 촬영되지 않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주로 촬영되고 언어 역시 이탈리아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에 비해 비주류에 해당하는 본 작품들은 격조가 떨어지고 잔인하고 치졸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조차 삼류 서부극으로 치부됐지요.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이 무자비하게 쏴 죽이는 마카로니 웨스턴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등장하는 격조 있는 정통 서부극에 비해 저급하다는 인식을 면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럽 평론가들은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들이 정의와 양심, 도덕과 같은 덕목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건국이념을 드높이는 선전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비현실적인데 반해 마카로니 웨스턴은 온갖 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던 19세기 서부의 실상을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일요일(23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입니다. 금요일 ‘석양의 건맨’ 완결작이지요.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리프 주연.
기존의 서부극과는 달리 본 작품에서는 영웅 같은 정형화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남군과 북군의 전투는 결코 숭고하지 않고 무의미할 뿐입니다. 떼죽음 당한 병사들의 시신이 널린 전장... 그곳을 바라보는 총잡이는 살인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허무하고 쉽게 죽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참혹하기만 합니다.
‘존 웨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고전적인 서부영화는 영웅주의와 개척정신을 내세우며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지만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작에 해당하는 본 작품에서는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습니다. 오로지 20만 달러에 달하는 돈만이 이들이 싸우는 이유지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기존 서부극의 형식을 빌어 미국의 자본주의가 완성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영화의 배경인 남북전쟁을 ‘노예 해방 전쟁’이 아닌 산업화 과정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1960~70년대에 서부극을 한국식으로 풀어낸 ‘만주 웨스턴’이란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졌는데 2008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은 본 작품에 대한 강렬한 오마주입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은 ‘그놈 목소리(2007, 감독: 박진표)’를 편성했습니다.설경구 김남주 김영철 강동원 주연으로 1991년 이형호군 유괴 사건 실화를 소재로 유괴범의 44일간 피 말리는 협박 전화가 모티브가 된 작품입니다.
1992년 SBS 인기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연출로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하면서 충격과 분노를 느꼈던 박진표 감독은, 우리 사회가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쉽게 잊거나 용인하지 않도록 영화적으로 재조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담아낼 팩션 영화 ‘그놈 목소리’는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구현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 주말 obs시네마는 우연히 하지원 주연의 재난 영화 2편을 편성했습니다.
- 토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해운대(Haeundae, 2009, 감독: 윤제균)’를 방송합니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등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순간, 죽음을 앞에 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녀의 사랑, 부부의 갈등이 어떻게 변하는 지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이민기, 김인권 등 조연들 연기가 감칠맛. 강추^^.
- 일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7광구(Sector 7, 2011, 감독: 김지훈)’를 방영합니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등이 나옵니다. 제주도 남단 7광구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를 무대로 철수 명령을 받은 정만(안성기)과 ‘석유가 있다’고 확신하는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이 부딪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본부와 통신이 두절됩니다. 그 다음은...... 궁금하시면 일욜 밤 10시 10분 OBS로. 그러나 굳이 시간 내서 볼 정도까지는 안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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