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명대사] (39)
알마시: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캐서린: 지금
알마시: 언제 가장 불행한가요?
캐서린: 지금-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 감독: 안소니 밍겔라)’ 중에서. 2차 대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에 심한 화상을 입고 죽어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알아 ‘잉글리시 페이션트’라는 이름으로 통합니다. 그러나 그는 사실 헝가리인 지도 제작자 ‘알마시'(랄프 파인즈)입니다. 그곳에는 그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간호사 한나(줄리엣 비노쉬)가 있습니다. 또 원래 도둑이었지만 캐나다 정보기관 소속으로 연합군 스파이로 활약하던 카라바지오가 찾아오고, 시크교도로 영국군의 폭탄 해체 전문가인 킵까지 같은 공간 안에 머물게 됩니다. 네 사람은 모두 나름대로의 절망과 상실을 체험하였지요. 죽음을 앞둔 알마시는 킵, 한나, 카라바지오에게 아름답지만 슬픈 러브스토리를 하나 들려줍니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 대사는 알마시와 친구의 아내인 캐서린이 함께 사랑을 하기 전 캐서린이 모래가 묻은 알마시의 머리를 감겨주며 나누는 대화입니다. 마이클 온다체의 원작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아득한 사막의 지평선, 노을을 받으며 미끄러져 가는 낡은 비행기 등의 이미지에서 자연스레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인도차이나>(1992)같은 류의 영화가 겹쳐지며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격추되고 그 향수와 환상은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영국인 환자’의 그것으로 대체됩니다. 정체불명의 주인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임에도 꽤 긴장감 있는 구도를 형성하지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그런 2차 대전 말기를 무대로 국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개인들의 끈끈한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은 제목과 달리 헝가리인 지도 제작자입니다. 그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적을 넘나드는 사랑을 나눕니다. 연합군과 독일군의 경계는 사막의 모래바람 앞에서 한낱 덧없지요. 장엄한 스케일의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라는 표현에 더없이 들어맞는 영화지만 사랑과 금지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케합니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쓴 마이클 온다체는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한 소설가 겸 시인. 1991년작인 이 작품으로 영국 및 영연방 작가들을 대상으로 그해 최고의 소설을 가려내는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상을 수상했습니다. 음악을 맡은 가브리엘 야레는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로 <베티블루>, <카미유 클로델>, <테오와 빈센트> 등의 영화 음악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바흐의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해 들려주고, 알마시의 고향인 헝가리의 민요와 영화의 배경인 사하라, 북 아프리카의 민속 음악까지 소개해 이국적인 정서를 살렸습니다. 주연을 맡은 랄프 파인즈는 잉글랜드 배우로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로 먼저 각광을 받다가 영화계에 등장해 <허트로커>, <쉰들러리스트>, <퀴즈쇼>, <해리포터>시리즈, <위대한 유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작자 사울 잰츠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모스키토 코스트>,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의 걸작을 제작했고, 소설 원작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하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밀로스 포먼, 피터 위어, 필립 카우프먼 등의 명감독과 작업해왔습니다. ‘문학적 영화’의 교본이라고 불릴 정도의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연기상 등을 포함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어젯밤에 보고 또 감동 내지는 소름 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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