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6-04-28 11:28:50
[ebs 주말 TV 영화]
4월 마지막 주 주말 EBS TV 영화를 미리 살펴봅니다.
- 29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이창(Rear Window, 1954, 감독: 알프레도 히치콕)‘입니다.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주연.
29일은 1980년 4월29일 세상을 등진 거장 히치콕 감독의 36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우연인지 EBS의 기획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대표작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고마운 기회입니다.
중년의 사진작가 제프리가 다리를 다쳐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 우연히 마주보는 아파트의 이웃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제목 그대로 창 너머 다른 세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관음증은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본능을 자극합니다. 캄캄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 역시 관음증의 허가된 오락이자 유희입니다. 관음증의 핵심은 나는 보는데 상대방은 나의 시선을 모르는 데 있습니다. 일방적인 시각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기초할 때 성립하기 때문에 권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제프리가 이웃 사람들의 행동을 훔쳐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호기심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줍니다. 감독은 이러한 독특한 영화 기술로 관객들에게 훔쳐보기를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관음증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이창’은 관음증을 소재로 한 작품이자 현존하는 모든 스릴러의 원조급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한정된 공간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소재로 탄생된 스릴러의 걸작입니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현대적 연출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는 히치콕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자기 작품에 카메오로 직접 출연한 것으로도 유명한 히치콕 감독은 어디선가 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립니다. 대머리 히치콕 감독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놓치면 후회하고 다시 못 보면 안타까운 명품입니다.
- 30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가 선택한 작품은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The Angel's Share, 2012, 감독: 켄 로치)’입니다. 폴 브래니건, 존 헨쇼, 게리 메이틀랜드, 자스민 리긴스, 윌리엄 루앤, 로저 알람 출연.
켄 로치 감독은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의 연출의 변을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냉혹한 사회 현실 속에서 직업도 미래도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이 그저 한심한 존재가 아니라 고민과 유머와 책임감, 선의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코틀랜드의 청년 백수, 문제아라 불리는 로비와 그의 친구들은 얼핏 봐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쉽게 이들을 동정하거나 이들의 죄질은 나쁘나 심성은 ‘착한’ 사람들이라고 포장하지는 않습니다. 사회가 그들을 고립하고 외면했다는 식으로 그들을 피해자로 그리는 대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립니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고 남을 속이는 데 능수능란한 그들의 비행이 가감 없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하층계급 간의 연대의식을 꾸준히 그려온 감독답게 위스키 강탈 계획을 세운 로비와 그 친구들 사이에 부지불식간에 생긴 동료 의식을 유쾌하게 그렸습니다.
- 5월1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월-E(Wall-E, 2008, 감독: 앤드류 스탠튼)’가 방송됩니다. 벤 버트, 엘리사 나이트, 제프 갈린, 프레드 월러드 등 출연.
2810년, 쓰레기로 가득 찬 오염된 지구.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는 정체불명의 로봇과 바퀴벌레 한 마리뿐입니다. 로봇의 이름은 월-E. 이름의 뜻을 풀어보자면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로 지구 폐기물 수거 및 처리를 전담하는 로봇입니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로봇 월-E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바는 결국 인간뿐 아니라 우주라는 생태계 안에서 ‘더불어 잘 살아 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월-E와 이브가 머물게 되는 우주 정거장에서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이런 감독의 의도를 더 잘 보여줍니다.
- 5월1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와이키키 브라더스(Waikiki Brothers, 2001, 감독: 임순례)’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얼, 박원상, 황정민, 오광록, 오지혜, 류승범 주연. 청소년 관람불가.
밤무대를 전전하는 4인조 삼류밴드의 이야기입니다. 학창시절 롤링 스톤즈와 퀸을 꿈꾸던 소년들은 어느 새 삶의 현실과 타협합니다. 어른이 된 4명의 남자가 고달픈 현실 속에서 밤무대 밴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쓸쓸하고 현실감 있게 묘사합니다. 영화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낙오된 인물들의 비루한 현실과 꿈 많던 어린 시절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꿈과 희망을 잊고 사는 관객들에게 한 번쯤 그 옛날을 되돌아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혹시 어릴 적 꿈이 기억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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