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6-06-16 10:40:06
[ebs 주말 TV 영화]
- 17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는 ‘모정(慕情,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1955, 감독: 헨리 킹)’을 준비했습니다. ‘모정(母情)’이 아닙니다.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뜻으로 ‘모정(慕情)’입니다. 윌리엄 홀든, 제니퍼 존스 주연.
‘운명 같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극중 한수인(제니퍼 존스)은 외모는 서양인이지만 내면적으론 동양적 사고와 정서를 가진 여성으로, 아버지의 나라 중국과 그곳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운명이나 예언을 적극적으로 믿는, 전형적인 동양적 태도를 보이는 인물. 하지만 한수인은 혼혈인으로서, 자신이 홍콩 사회에서 차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뿌리는 중국인임을 자각하고 당당하게 행동합니다. 남편의 죽음 이후 이성과의 관계를 멀리해온 수인은, 운명처럼 마크(윌리엄 홀든)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수인은 자신들에게 찾아올 불행을 직감하고 불안해하는데 그 예감대로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마크는 허무하게 죽고 맙니다. 또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인은 슬픔과 절망에 빠지지만, 마크를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전형적인 백인 미녀인 제니퍼 존스가 지극히 동양적인 한수인을 연기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설정이 영화 초반엔 약간 당황스럽지만, 제니퍼 존스는 ‘중국인 한수인’을 비교적 잘 표현해냈습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앤디 윌리엄스가 부르는 감미로운 주제가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입니다. 꼭 찾아서 감상하시길...
- 18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아무르(Amour, 2012, 감독: 미하엘 하네케)’입니다. 장 루이 트랭티냥, 에마뉘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등 출연.
폭력과 위선을 고발하는 도발적인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며 문제적 작가로 떠오른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그간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 개인적이고 내밀한 주제를 다룬 작품입니다. 제목인 ‘아무르(amour)’는 불어로 ‘사랑’.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해온 부부의 사랑이 인류 보편의 숙명인 늙음, 질병, 죽음 앞에서 어떠한 형태를 띠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신불수가 된 아내는 자신을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남편에게 간청하고, 노쇠한 남편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줍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약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겨운 현실이 전개됩니다. 이 영화는 환자 본인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감독은 가혹한 현실의 묘사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함께하고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주려는 인간의 사랑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과로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에 대한 성찰과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 19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고스터버스터즈(Ghostbusters, 1984, 감독: 이반 라이트만)’를 방송합니다. 댄 애크로이드, 빌 머레이, 시고니 위버 등 출연.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최고의 유령 사냥꾼 이야기.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진중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가볍고 촌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의외의 코미디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린 시절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입니다.
언제 봐도 재미가 쏠쏠한 SF 코믹물. 주연을 겸한 댄 애크로이드와 해럴드 래미스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이반 라이트만이 연출해 크게 히트한 뒤 89년에 속편이 제작되고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방영됩니다. 포획 광선과 고스트 트랩, 특수 개조 차량 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유치찬란한 특수 장비, 호텔을 엉망으로 만든 먹깨비 유령, 색기 발랄한 미녀 유령, 파괴신 고저를 깨우기 위해 등장하는 유령들 등 오만가지 유령들이 벌이는 초자연적인 행패가 시끌벅적합니다. 거기에 빌 머레이와 댄 애크로이드의 코믹 연기가 더해져 제대로 된 웃음을 선사합니다. 영화 '에일리언'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장신 미녀 시고니 위버의 나름 섹시한 자태도 큰 볼거리.
- 19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YMCA야구단(2002, 감독: 김현석)’을 방송합니다. 송강호, 김혜수, 황정민, 김주혁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1905년 YMCA에서 조직한 한국 최초의 야구단을 소재로 하여, 실재했던 역사적 배경에 가상의 이야기를 첨가한 스포츠 영화. 실제 사료에 존재하는 한국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를 재연하는 휴먼 코미디를 표방하며, 선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 YMCA 야구단이 서구문물의 물결과 을사보호조약 등 일제의 압제 속에서 자신들만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함께 이끌고 있습니다.
김현석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명필름에서 제작한 야구 소재의 멜로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 출신으로, 데뷔작입니다. 주연 배우로는 한국 최초 4번 타자 호창 역에 송강호가, 민영환 열사의 딸이자 YMCA 야구단을 후원하는 신여성 민정림 역에 김혜수가 출연합니다. 한편, ‘국보급 투수’ 전 해태(KIA 전신) 타이거즈 출신 선동렬씨가 투구 기술 자문으로 영화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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