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6-07-14 16:34:38
[ebs 주말 TV 영화]
- 7월15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는 ‘그랜드 듀얼(The Grand Duel, 1972, 감독: 지안카를로 산티)’이 방영됩니다. 리 반 클리프, 알베르토 덴티스 등 출연.
‘석양의 무법자’, ‘옛날 옛적 서부에서’를 연출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조감독이자 ‘석양의 갱들 Duck, You Sucker!’(1971)의 연출을 준비하던 지안카를로 산티가 제작 과정에서 밀려났다가, 정식으로 감독 데뷔한 작품. 이 영화는 반백의 머리를 날리는 리 반 클리프와 젊은 총잡이 필립 워미어가 색슨 가의 형제들과 대결을 펼치는 스파게티 웨스턴입니다. ‘석양의 복수 Death Rides a Horse’(1967), ‘황야의 분노 Day of Anger’(1967),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1965)등 리 반 클리프의 명성을 더해준 전작들에 비해 주인공 리 반 클리프는 나이를 먹은 총잡이가 돼있습니다. 하지만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원한 카리스마로 불리는 그의 총구는 신기에 가까운 기량을 자랑합니다.
- 7월16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Chicago, 2002, 감독: 롭 마셜)’입니다.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 리처드 기어, 퀸 라티파, 존 C.라일리 등이 나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잘 알려진 작품. 시카고 최고의 보드빌 배우(통속적인 희극, 춤, 곡예, 노래 등을 섞은 쇼에 출연하는 배우) 벨마 켈리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며 연예계를 동경하는 록시 하트는 우연히 각각 우발적인 살인을 하게 됩니다. 벨마와 록시는 같은 형무소에 수감되고, 벨마가 고용하기로 했던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이 우연찮게 록시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두 여인의 운명은 역전됩니다. 빌리 플린은 매스컴의 속성을 교묘히 이용하여 록시를 착하고 순진한 여성으로 대중에게 인식시킴으로써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내지요. 그 후 록시와 벨마는 같은 무대에 서서 멋진 공연을 펼칩니다.
시카고에선 모든 것이 쇼 비즈니스를 위한 소도구이자 장치가 됩니다. 누가 누구를 왜 살해 했느냐, 살인자와 피해자가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엇이 더 강렬한가?, 무엇이 더 자극적 인가? 만이 세간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이슈가 됩니다. 1920년대 미국은 혼란한 부흥기였습니다. 라디오와 자동차 보급이 일상화되고 할리우드가 점점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던 기회의 시대였습니다. 경제 주체로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올라가고 있었고 미국의 주요 주에서 여성참정권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때이기도 했지요. 양심이나 신념 따위는 일찌감치 치워버리고 다른 누구보다 주목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카고’속 인물들의 모습은 이 시대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눈부신 무대나 화려한 의상, 시선을 빼앗는 퍼포먼스들은 경제 부흥 시기의 공허한 미국을 은유합니다.
- 7월17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스파이더맨(Spider-Man, 2002, 감독: 샘 레이미)’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토비 맥과이어, 윌렘 데포, 커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랭코 등 열연. 마블코믹스의 만화 원작.
원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인 여느 영웅 시리즈와 달리 이 영화는 성장드라마의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평범한 10대 소년인 피터가 남자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소심하고 몸도 약하고 결점 많은 아이가 놀라운 힘을 갖게 되면서 영웅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능력을 가지게 된 피터가 처음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 능력을 사용하지만, 이후 이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돕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희생을 감수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영화 내내 그려지고 있습니다.
- 7월17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김씨 표류기(2009, 감독: 이해준)’를 편성했습니다. 정재영, 정려원 등 출연.
한강 밤섬에서 사는 남자 김씨의 닫혔지만 열린 공간이 있습니다.
좁고 어두운 자기 방에 사는 여자 김씨의 열렸지만 닫힌 공간도 있습니다.
이해준 감독 스스로 ‘공간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출발한 영화’ 라고 말할 만큼 언뜻 보기에 ‘김씨 표류기’는 인물과 공간의 변화와 상호작용이라는 오락영화의 가장 큰 요소가 배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밤섬으로 상징되는 남자 김씨의 열린 공간과 좁은 방으로 상징되는 여자 김씨의 닫힌 공간은 그 개성과 특징이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그 대비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에서 영화적 재미를 추구합니다.
[ⓒ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