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7-04-27 14:52:34
[ebs 주말 TV 영화]
- 28일 금요일 밤 12시25분 금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 1996, 감독: 캐롤 발라드)’입니다. 제프 다니엘스, 안나 파킨 등 출연.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동물의 감동적인 교감을 그린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조각가이자 비행사, 자연주의자인 빌 리시먼이 자신의 실험을 담은 책 ‘Father Goose'가 원작.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 때문에 어미를 잃은 새끼 기러기들을 어린 소녀가 지켜준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소녀와 기러기들이 함께 하늘을 비행하는 장면은 ‘자연 보호’라는 살가운 메시지성 구호를 내세우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아카데미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한 안나 파킨은 모터 글라이더 조종 훈련까지 받았으며(당시 14세인 파킨은 나이가 어려서 비행면허를 딸 수 없었기 때문에 실제 비행은 대역) 60마리의 캐나다 기러기를 동원해서 비행 장면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 29일 토요일 밤 11시40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와일드 번치(Wlid Bunch, 1969, 감독: 샘 페킨파)’입니다. 윌리엄 홀덴, 어니스트 보그나인, 제이미 산체스, 워렌 오츠, 벤 존슨 등이 나옵니다.
영화는 ‘서부의 상실’이라는 주제로 일반적인 선 대 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 대 악의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서부 영웅에 대한 신화의 파괴일 뿐만 아니라, 악당에 대한 폭력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는 것의 파괴이기도 합니다. 범법자들과 기존 공권력 모두가 사악한 살인자이며, 그들이 사용하는 폭력은 똑같이 독단적이고 파괴적입니다. 샘 페킨파 감독은 폭력을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는 고전 서부영화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삶보다는 죽어가는 남자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그 영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샘 페킨파 감독의 서부영화가 수정주의 웨스턴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가장 폭력적인 총격전 장면에서의 슬로우 모션을 비롯한 다양한 편집 테크닉은 샘 페킨파 감독을 폭력 미학의 대가로 만들었으며 ‘폭력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 30일 일요일 오후 1시55분 일요시네마에선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 2001, 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을 편성했습니다. 히스 레저, 마크 애디, 루퍼스 스웰, 폴 베타니, 샤닌 소세이먼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영화는 중세의 기사 이야기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대체로 다 갖추고 있습니다. 용감한 주인공과 아름다운 귀족 딸의 사랑이 있고, 명예와 지위가 주인공보다 앞서는 연적이 있고, 이 연적은 자기 지위를 이용해 사악한 술수를 부리고,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을 돕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기사 윌리엄이 가짜 기사라는 것. 윌리엄은 지붕수리공의 아들이지만 귀족 출신의 기사로 신분을 속이고 마상 창 시합 대회에 나갑니다.
영화 ‘기사 윌리엄’은 스포츠 영화에 가까운데, 그 장식물들을 아주 적절하게 활용합니다. 그냥 미남 미녀가 아니라 중세시대에 평민 출신의 남자와 귀족의 딸의 만남이어서 특별한 양념을 치지 않아도 설렘이 생기고, 사랑의 아우라가 커집니다. 중세의 신분차별이 불공평한 것이었던 만큼 신분을 속이는 주인공이 밉지 않습니다. 주인공 윌리엄의 여정에는 무찌를 용도, 구원할 공주도 없지만 영화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스토리를 2시간에 넘는 긴 시간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나갑니다.
귀족 딸 조슬린으로 나오는 셰넌 소세이먼은 친구 기네스 펠트로의 생일 파티에서 제작진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고 하네요.
- 30일 일요일 밤 11시25분 한국영화특선 시간에는 ‘마이웨이(MY WAY, 2011, 감독: 강제규)’를 방송합니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열연.
영화 ‘마이웨이’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한층 거대한 전쟁을 배경으로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슈가 되었습니다. 거대한 스케일과 더불어, 영화는 노르망디의 코리안 실화를 바탕으로 구체화된 스토리를 그려냈습니다. 세기의 라이벌인 조선인 마라토너 김준식(장동건)과 일본인 마라토너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의 경성에서 시작된 엇갈린 운명은 일본군에 강제징집 되어 병사로 끌려간 준식이 대좌로 부임한 타츠오와 재회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련군 포로로 압송되는 두 남자, 그리고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두 남자가 서로를 의지하며 독일군 진영으로 탈출을 시도하기까지. 절대 가까워질 수 없어 보였던 이들은 12,000km의 기나긴 전쟁 속에서 일본, 소련, 독일까지 세 벌의 군복을 바꿔 입으며 점차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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