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7-10-30 08:33:59
[한스타=서기찬 기자] 호랑이의 끝내기냐? 곰의 대반격이냐?
두산과 KIA의 1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헥터 노에시가 한국시리즈(KS)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점에 재격돌한다. 1차전에선 니퍼트가 판정승을 거둔 가운데 심기일전한 헥터가 복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과 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을 치른다. 앞선 경기까지 4명의 선발투수들을 차례로 출격시킨 두 팀은 5차전에는 나란히 팀의 에이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니퍼트와 헥터는 지난 2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니퍼트는 6이닝 5안타(1홈런) 4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달성하며 승리 투수가 됐지만 헥터는 6이닝 6안타(2홈런) 2삼진 5실점(4자책점)으로 패전의 쓰라림을 맛봤다. 5회에는 두산 중심타선 김재환과 오재일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져내렸다. 그간의 부진을 털어낸 니퍼트는 팀에 소중한 1승을 안겨줬고, 올시즌 20승 고지에 오르며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이름을 날린 헥터는 홈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5차전을 맞는 상황은 또다시 역전됐다. 두산이 1승 뒤 3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니퍼트는 1차전에서 얻은 승리의 기운을 5차전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1차전을 마친 뒤 “니퍼트에겐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없다. 본인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니퍼트는 올시즌 잠실 구장에서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5패, 방어율 2.61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평균 방어율이 4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홈구장 마운드에서는 편안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고 볼 수 있다. KS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잠실에서 열린 NC와의 KS 1차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4연승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니퍼트가 5차전에서 호투해 반전의 실마리를 잡는다면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장원준을 앞세워 짜릿한 역전극을 노릴 수 있다.
헥터는 지난 1차전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KIA는 KS에서 헥터 외에 양현종 팻 딧, 임기영을 차례로 선발로 내보냈는데 헥터를 제외한 선발투수들이 모두 호투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헥터와 나란히 시즌 20승을 기록한 양현종은 2차전에서 KS 사상 첫 1-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헥터에게는 20승 투수이자 팀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이 걸린 무대다. 헥터가 승리를 따내면 KS는 KIA의 완승으로 끝난다. 그러나 헥터가 또다시 무너진다면 시리즈의 향배는 자욱한 안개에 휩싸이게 된다. 일단 구장과의 궁합은 최상이다. 헥터는 올시즌 잠실구장에서 2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고 방어율 0.69의 ‘언터처블급’ 피칭을 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에이스 외국인 투수들의 2라운드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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