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7-10-31 12:37:52
[한스타=서기찬 기자] 영화로 스웨덴을 배우고 느낀다.
주한스웨덴대사관이 주최하는 스웨덴영화제가 6회째를 맞이한다.
11월 1일부터 서울의 아트하우스 모모(7일까지)를 시작으로 3일부터 부산 영화의전당(19일까지), 5일부터 광주의 광주극장(11일까지)에서 각각 1주일간 개최되는 제6회 스웨덴영화제의 올해 테마는 ‘다르지만 괜찮아 - We are family’다. (영화제 공식 홍보자료 열람 및 다운로드: http://bit.ly/2zPUF5r )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스웨덴은 관용과 포용의 미덕으로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적극적이고 인도주의적인 태도를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상영작 중에는 다인종과 다민족 공동체, 대안 가족, 확대 가족에 관한 주제들이 특히 두드러진다.
행복한 가족 명절이 복잡다단한 갈등과 오해로 위기를 맞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이즈 커밍 아웃>에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청년과 동성 결혼을 하려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보수적인 스웨덴 부모가 등장하며, <미나의 선택>에서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여인이 재활원을 드나드는 싱글맘과 연대하여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또 <이터널 섬머>는 결손 가정과 확대 가족에서 비롯된 주인공들의 고민과 방황을 담아내며, <마사와 니키>는 실제로 이민 가정과 입양 가정에서 성장하여 힙합 댄스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아프리카계 스웨덴 소녀들이 주인공이다. <시브의 잠 못 드는 밤>에서는 전학 온 소녀의 집에 놀러가 환상적인 밤을 보내는 꼬마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소녀와 엄마, 그리고 악마>는 싱글맘의 좌절과 공포를 어린 딸의 시각으로 순수하게 그려낸다.
<차스키, 올리브 마을을 구해줘>는 엄마와 스웨덴에 살던 소년이 경제 위기로 힘겨워하는 그리스인 아빠의 고향 마을을 돕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내 목숨을 구해준 소녀>는 시리아 국경의 IS 침공으로 초래된 난민들의 참상을 생생한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며, <화이트 피플>은 감금과 국외 추방으로 혹독한 대우를 받는 불법 이민자들의 현실을 섬뜩하게 묘사한다. <리플렉션즈>는 여성 화가의 딸인 영화 감독이 두 아티스트의 예술 세계와 함께 가족에 대한 진솔한 초상을 그린다.
올해는 스웨덴 영화와 영화인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는 한 해이다. 특히 <심플 사이먼>, <시몬과 떡갈나무>, <소중한 유산>으로 스웨덴영화제 관객들에게 친숙한 배우 빌 스카스가드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그는 아버지 스텔란 스카스가드를 비롯하여 알렉산더, 구스타프, 발터 스카스가드 형제들이 모두 배우로 활동 중인 스웨덴의 명배우 가문 스카스가드 가문 출신이다. 빌 스카스가드는 올 여름 개봉한 <아토믹 블론드>에서 샤를리즈 테론, 제임스 맥어보이와 함께 출연한 것에 이어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그것>에서 섬뜩한 캐릭터 페니와이즈로 분해 엄청난 존재감과 놀라운 연기력으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스웨덴 중견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더 스퀘어>가 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렛 미 인>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한 스릴러 <스노우맨>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열연을 펼친 스웨덴 여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로맨스 시대극 <튤립 피버>로 곧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니 가히 스웨덴 영화인들의 전성 시대라 할 만하다.
이번 스웨덴영화제의 개막작 <미나의 선택>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영화제인 굴드바게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고 산세바스찬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소외계층에 속한 여성이 삶의 존엄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묵직한 감동과 함께 그려낸다. 주연 배우 말린 레바논은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크리스탈 베어를 수상하고 다음해 굴드바게영화제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한 <군집 본능>에서 싱글맘으로 출연하여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2013년 베니스국제영화제 FIPRESCI 상, 스톡홀름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굴드바게영화제 작품상, 각본상 등을 휩쓴 <동창회>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미나의 선택>에서 진솔하고 사실적인 연기로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한 말린 레바논은 스웨덴영화제를 맞아 내한하여 관객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스웨덴영화제를 맞아 내한하는 또 한 명의 스페셜 게스트는 <이터널 섬머>의 안드레아스 외흐만 감독이다. 외흐만 감독은 빌 스카스가드와 마르틴 발스트룀 등 스웨덴을 대표하는 젊은 배우들과 함께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인 사이먼과 그 형 샘의 이야기를 그려내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경선에 오르기도 한 <심플 사이먼>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인 <이터널 섬머>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은 젊은 두 남녀가 충동적으로 떠난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걷잡을 수 없는 스토리에 휘말리게 되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로드무비이다. 주연 배우 필립 베리는<스톡홀름 스토리>, <오베라는 남자>로 우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로서 <이터널 섬머>로 굴드바게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안드레아스 외흐만 감독은 이번 내한으로 한국의 관객들을 만나 감미로운 사운드 트랙을 배경으로 스웨덴 북부의 탁트인 자연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 영화의 제작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행사와 풍성한 이벤트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스웨덴영화제는 올해도 스웨덴 문화를 다채롭게 선보이는 축제로 준비된다. 이번 스웨덴영화제의 테마인 ‘다르지만 괜찮아 - We are family’가 전하는 포용과 통합의 메시지와 더불어 문화 다양성, 평등과 인권, 복지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스웨덴 문화의 향연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영화제
주한스웨덴대사관은 2011년 잉마르 베리만 감독 특별전을 계기로 한국의 영화 관객에게 스웨덴 현대 영화와 트렌드를 좀더 친근하게 소개하기 위해 스웨덴영화제를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스웨덴영화진흥원이 선별한 대표적 스웨덴 신작 영화를 중심으로 그 해의 상영작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포함한 모든 상영작은 한서문화예술협회의 후원으로 무료 관람으로 진행한다.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되던 스웨덴영화제는 2013년부터 부산, 2015년부터 광주를 포함하게 되어 현재 3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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