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영화] 1978년 학원 액션 로망 '말죽거리 잔혹사'

14일 밤 한국영화특선... 12일 '앤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도 강추

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8-01-11 14:42:11

[미리보는 ebs 주말 TV 영화]


- 1월12일 금요일 밤 12시25분 금요극장에서 엄선한 작품은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The Angel's Share, 2012, 감독: 켄 로치)’입니다. 폴 브래니건, 존 헨쇼, 게리 메이틀랜드, 자스민 리긴스, 윌리엄 루앤, 로저 알람 등 출연.
켄 로치 감독은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의 연출의 변을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냉혹한 사회 현실 속에서 직업도 미래도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이 그저 한심한 존재가 아니라 고민과 유머와 책임감, 선의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코틀랜드의 청년 백수, 문제아라 불리는 로비와 그의 친구들은 얼핏 봐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쉽게 이들을 동정하거나 이들의 죄질은 나쁘나 심성은 ‘착한’ 사람들이라고 포장하지는 않습니다. 사회가 그들을 고립하고 외면했다는 식으로 그들을 피해자로 그리는 대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립니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고 남을 속이는 데 능수능란한 그들의 비행이 가감 없이 보여집니다. 하지만 하층계급 간의 연대의식을 꾸준히 그려온 감독답게 위스키 강탈 계획을 세운 로비와 그 친구들 사이에 부지불식간에 생긴 동료 의식을 유쾌하게 그렸습니다.
주인공 로비 역의 폴 브래니건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이며 실제로 실업자로 극 중 로비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가 캐스팅됐다고 하네요.



- 1월13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2003, 감독: 피터 위어)’가 편성됐습니다. 러셀 크로우, 폴 베타니 등 호흡.
나폴레옹 시대, 해상에서 살다 간 용맹한 남성들의 모험담인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영국의 지난 역사를 영웅화하는 보수적 가치관을 품은 작품. 영국의 작가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21권짜리 장편 역사 소설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중 두 편을 섞어 영화화했습니다.



- 1월14일 일요일 오후 1시55분 일요시네마에선 ‘터미네이터(The Terminater, 1984, 감독: 제임스 카메룬)’가 오랜만에 다시 방송합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 랜스 헨릭슨, 폴 윈필드 등이 나옵니다.
사실상 제임스 카메론의 뛰어난 기획력이 아니었다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영화. ‘터미네이터’는 제작자 게일 앤 허드에게 시나리오가 단돈 1달러에 팔린 작품이었고, 제작비는 650만달러에 불과했으며, 제임스 카메론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신진 연출가인데다 주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연기 못하기로 이름난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미래로부터 온 사이보그와 현생 인류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발연기’까지도 품어낸 이 디스토피아적 SF 액션영화는 이후 나오는 숱한 사이보그 영화의 전범이 됩니다.
영리하고 경제적인 특수효과의 도움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작비 문제로 ‘터미네이터’는 미니어처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술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디즈니 스튜디오 출신의 평범한 특수효과 스탭이었던 스탠 윈스턴은 ‘터미네이터’ 이후 할리우드의 가장 뛰어난 특수효과 장인으로 승승장구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영어 발음조차 어색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멜 깁슨, (영화에 함께 출연했고 터미네이터 역의 다른 후보이기도 했던) 마이클 빈과 랜스 헨릭슨을 제치고 운명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었습니다.



- 1월14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 마련한 우리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2004, 감독: 유하)’입니다. 권상우, 한가인, 이정진, 이종혁 등 출연.
시인 유하 각본, 연출작. 유신 말기, 개발 붐에 들어간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감독 자신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절권도(截拳道)의 길’. 1978년 유신 말, 강남 말죽거리의 한 고교로 전학하게 된 남학생의 성장기를 그렸습니다.
197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세대에게는 아스라한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작품입니다.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한가인이 참 예쁘게 나옵니다.
제41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권상우가 남자인기상을, 제4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제25회 청룡영화상에서 미술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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