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8-04-20 08:23:19
[미리 보는 ebs 주말 TV 영화]
- 4월20일 금요일 밤 1시15분 금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아파치(Apache, 1954,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입니다. 버트 랭카스터, 진 피터스 호흡.
영화 ‘아파치’는 백인에게 항복해야 할 운명인 마지막 인디언 전사의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실화를 기초로 한 작품. 버트 랭카스터가 주연과 제작을 겸했으며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서부극입니다. 알드리치 감독은 폴 웰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기존 서부극에서 보여준 흥미진진한 액션과는 달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한 인디언의 미래와 삶의 터전을 일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50년대의 많은 수정주의 서부극과 마찬가지로 백인 배우가 인디언 역을 맡아 인디언의 관점에서 극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인디언을 단순히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이채로운 인디언 복장에 마사이의 아내 역을 맡은 진 피터즈와 정부군 복장의 과묵한 인디언 혼도 역을 맡은 찰스 브론슨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인데, 1992년 마이클 만의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집니다.
- 4월21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는 ‘남아있는 나날(The Remember of the Day, 1993,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입니다. 안소니 홉킨스, 엠마 톰슨, 제임스 폭스 등 출연.
1930년대 후반, 2차 세계대전 중인 영국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스티븐스라는 한 영국인 집사의 투철한 직업관과 충성심, 절제, 헌신, 그리고 하녀장 켄턴과의 애틋한 사랑을 묵직하고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낸 서사 드라마입니다. 거대한 저택과 함께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정상급 연기자들의 열연, 그리고 2차 대전에 휘말리는 격동기 유럽의 시대상과 극적인 국제 관계가 배경으로 펼쳐지며 스토리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온갖 영욕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남은 달링턴 홀은 어쩌면 스티븐스와 그의 조국 영국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영국인들이 오늘날까지도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전통과 예절, 품위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출신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石 一雄]의 소설을 영화화한 ‘남아있는 나날’은 영국 출신의 연기파 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하워즈 엔드(1992)’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후 다시 뭉쳐 절정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입니다. 제가 꼽는 최고 영화 ‘베스트 10’ 중 한 편입니다. 완전 절대 강추합니다. 참고로 영화도 좋지만 원작소설이 더 재밌고 감동적입니다.
- 4월22일 일요일 낮 12시10분 일요시네마에선 ‘시스터 액트(Sister Act, 1992, 감독: 에밀 아돌리노)’를 준비했습니다. 우피 골드버그, 하비 카이텔, 매기 스미스 등이 나옵니다.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시스터 액트’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지노 가수와 수녀라는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든 코미디 영화입니다. 여기에 흥겨운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이 영화의 재미는 배가 됐고 26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재밌는 코믹 영화의 고전이 됐습니다. 또한 가장 성스러운 여성인 수녀들과 세속적인 여성인 밤무대 여가수가 음악을 통해 우정을 쌓고 서로를 이끌어주는 과정 역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 4월22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 마련한 우리 영화는 ‘사과(2005, 감독: 강이관)’입니다.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 주연.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렵고, 가장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는 연애와 사랑입니다. 영화 ‘사과’는 연애, 이별, 결혼,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고민과 갈등을 현실감 있는 스토리로 엮어냈습니다. 강이관 감독은 직접 실제 50커플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가장 미묘하고 첨예한 문제들을 포착, 영화 속에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영화 속 촌철살인의 대사들과 남녀의 리얼한 심리묘사는 물리적 공감대를 넘어 정서적 공감대로 확대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거기에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연기가 더해지며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이 내 얘기를 하는 듯한 기분을 자아냅니다.
[ⓒ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