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찬
kcsuh63@naver.com | 2018-07-13 15:21:20
[미리 보는 ebs 주말 TV 영화]
- 7월13일 금요일 밤 1시15분 금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자객 섭은낭(刺客聶隱娘 / The Assassin, 2015, 감독: 허우샤오시엔)’입니다. 서기, 장첸, 츠마부키 사토시, 사흔영 등이 나옵니다.
8세기 중엽 당나라 말기, 사랑했던 남자를 암살해야 하는 사부의 명을 받고 외로운 암살자의 길을 걷는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인물 배경과 관계, 심지어 줄거리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면 심도 있게 감상하기가 힘든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매우 사실적이고 템포가 아주 느린 예술영화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협영화나 액션영화와 비슷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졸려서 끝까지 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는 늘 사실적인데 그는 타락하고 부폐한 당말의 시대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공간과 가구의 배치, 황실, 농촌 등을 완벽히 구현하고자 노력했고, 심지어 연기자의 대사도 당나라 문언문에 가깝게 간결한 문체로 구성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마치 '여백의 미'가 돋보이며 화폭 가득 자연이 담긴 동양화와 같습니다. 배경이 된 자연의 풍성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자세히 보면 대자연의 풍경 속에 점 같은 인물들의 사연이 보입니다. 결국 그들의 위태로운 관계와 운명을 드러내는 것은 영화 속 배경입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롱테이크 장면, 빈 화면, 고정화면 등을 애용하며 인물들로 하여금 장면 안에서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1989년도 작품인 ‘비정성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2015년도에는 ‘자객 섭은낭’으로 칸영화제와 제52회 금마장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자객 섭은낭’을 만들며 “적어도 ‘와호장룡’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무협영화를 찍을 때는 그 영화가 지키고자 하는 법칙을 따라야 하는데 ‘와호장룡’에는 그런 것이 없다” 며 기존 무협영화와의 차이점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 7월14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 Lyrics, 2007, 감독: 마크 로렌스)’입니다. 드루 베리모어, 휴 그랜트, 브래드 거렛, 헤일리 베넷, 크리스틴 존스턴 등 출연.
우연한 기회와 만남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알아채게 되는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 그 과정이 음악을 함께 만들게 되는 과정과 겹쳐지면서 좀 더 로맨틱하고 사랑스럽게 전달됩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을 이 로맨스물에 빠져들게 만드는 데는 주인공 휴 그랜트와 드루 베리모어의 매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지금 사랑에 빠졌다면 놓치지 마시길.
- 7월15일 일요일 낮 12시10분 일요시네마에선 지난주 1편에 이어 ‘스파이더맨2(Spider-Man 2, 2004, 감독: 샘 레이미)’가 방영됩니다.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알프레도 몰리나, 제임스 프랭코 등 출연.
스파이더맨은 마블코믹스의 인기 히어로 가운데 가장 서민적이라고 알려진 캐릭터. 그를 통해 어느 날 놀라운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이 자신이 지닌 힘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을 지키면서도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 봐 마음을 숨기는 그의 모습에서 씁쓸한 어른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 7월15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는 재난 영화 ‘해운대(2009, 감독: 윤제균)’를 편성했습니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휴양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영화 ‘해운대’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 차별성을 지닙니다.
기존 할리우드 재난 영화가 외적인 규모와 볼거리를 내세움과 동시에 단선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해운대’는 해운대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탄탄한 스토리와 재미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화려하게 부각시킬 수도 있는 ‘쓰나미’라는 소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 강한 캐릭터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선호하는 코드의 웃음과 감동을 더해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만의 정서를 녹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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