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영화] 닿을 수 없는 꿈과 욕망이 빚은... '헐크'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8-05-24 16:42:08
27일 낮 일요시네마 편성... 25일 '델마와 루이스', 26일 '평원의 무법자'도 강추

[미리 보는 ebs 주말 TV 영화]



- 5월25일 금요일 밤 1시15분 금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감독: 리들리 스콧)’입니다. 수잔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브래드 피트 등 출연.
1991년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90년대 로드무비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폭력과 긴장감의 미학, 색조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델마와 루이스를 담아낸 영상에는 그녀들의 ‘자유’를 상징하는 광활한 자연풍광이 아름답게 담겨있고 적절하게 사용된 사운드트랙은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델마와 루이스’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델마의 변화입니다. 영화는 강인한 루이스와 연약한 델마의 캐릭터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델마는 달라집니다. 자기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겨도 나 몰라라 하던 나약한 성격은 점차 주체적으로 변하다가 영화 말미에는 루이스를 압도하는 결단력까지 보여줍니다.
이런 변화가 있기까지 델마는 자신의 운명을 뒤바꿔버릴 실수들을 저지르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이런 실수들로 인해 델마는 평생 억누르고 살았던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두 주연 여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본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는데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동시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바람에 표가 분산되어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각본상 수상.



- 5월26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평원의 무법자(High Plains Drifter, 1972,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베나 브룸, 마리아나 힐, 미치 라이언 등이 나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서 만든 초기 서부영화들 ‘평원의 무법자’ ‘무법자 조시 웨일즈’ 등은 스파게티 웨스턴과 ‘더티 해리’ 시리즈를 통해 구축된 자신의 스타성과 자신의 스승들인 세르지오 레오네와 돈 시겔 감독의 자장 안에서 터득한 성장의 결과물입니다. 그는 ‘평원의 무법자’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 ‘나약한 주민들이 자신들을 보호해줄 보디가드를 구한다’는 설정을 빌려온 뒤, 거기에다 세르지오 레오네를 연상시키는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을 첨가합니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1971)에 이은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인 ‘평원의 무법자’는 자신을 사로잡고 있던 ‘악당을 쳐부수기 위해 죽음에서 돌아온 남자’라는 아이디어를 영화에 담으려고 시도했습니다.
프랑스의 영화학자인 노엘 생솔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극 세계에서 기독교적인 신비주의를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합니다. 바로 ‘평원의 무법자’는 고전 서부극 전통의 유산과 세르지오 레오네의 마카로니 웨스턴의 경향,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도하고 있는 장르적 변형이 이루어져 만들어낸 그만의 고유한 서부극의 세계 중 한 단면이자 그 과도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5월27일 일요일 낮 12시10분 일요시네마에선 ‘헐크(Hulk, 2003, 감독: 이안)’를 편성했습니다. 에릭 바나, 제니퍼 코넬리, 샘 엘리엇 등 열연.
1962년 마블코믹스의 만화작가들에 의해 창조된 초록색 괴물 '헐크'의 캐릭터는 1977년 <인크레더블 헐크>라는 타이틀로 처음 TV 방송을 타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87편의 TV시리즈가 제작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헐크’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넘어 기존과는 다른 사뭇 진지한 주제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고 자유를 갈망했던 브루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무력을 신봉하는 군대 조직과 세상을 향해 쓰레기라며 독설을 퍼붓는 광기 어린 천재 과학자입니다. 또한 유전과학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은 그의 미친 듯한 궤변 속에서 튀어나오는 자유, 혹은 진화일 수도 있습니다. 헐크는 단순히 돌연변이로 인해 태어난 한 마리 괴수가 아니라 이렇듯 그의 닿을 수 없는 꿈과 욕망이 빚어낸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5월27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 마련한 우리 영화는 ‘황산벌(2003, 감독: 이준익)’입니다. 박중훈, 정진영 주연.
우리나라 고유문화를 소재로 모든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영화가 없을까요?
나른한 역사 교과서 속의 이야기를 가장 쉽게 전달하기 위해 ‘황산벌’이 선택한 건 '웃음'입니다. 백제와 신라가 지금의 표준어인 서울말이 아닌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썼을 거란 가정은 단순한 코믹 코드 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뒤집는 파격이자 리얼함 그 자체입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속 이야기를 오늘의 코드에 맞게 '퓨전화' 하여 역사의 진실을 웃으며 얘기할 수 있음을 영화 ‘황산벌’은 확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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