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EBS TV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마더' 놓치면 후회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9-22 16:09:23

[ebs 주말 TV 영화]


- 9월23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준비한 작품은 ‘니콜라스와 알렉산드라 1부(Nicholas and Alexandra, 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입니다. 마이클 제이스톤, 자넷 수즈만 등 출연. 2부는 30일에 방송.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그린 대하서사극. 니콜라스 2세는 사랑하는 아들의 혈우병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제국의 붕괴 위험을 끌어안고 비운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로버트 K. 매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살인마로 알려진 니콜라스 2세의 인간적인 측면과 황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들이 혈우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버트 K. 매시는 혈우병에 걸린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혈우병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자료를 찾던 중, 역사상 가장 유명한 혈우병 환자였던 러시아의 마지막 황태자 알렉시스와 그의 부모인 니콜라스 2세와 알렉산드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국 영화는 아들의 혈우병을 극복하기 위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의 노력이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셈입니다.


- 9월24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 감독: 커트 위머)’입니다. 크리스찬 베일, 앤거스 맥파디언, 에밀리 왓슨, 숀 빈 등이 나옵니다.
훌륭한 디스토피아 영화들이 이미 충분히 나온 지금 ‘이퀼리브리엄’은 지나치게 단순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권력욕과 폭력성이 대전쟁의 원인이 되고 그를 수습하려는 수단이 또다시 권력욕과 폭력성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시대고하를 막론하고 현재의 인류 역사가 거쳐 온 과정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계급 폭력을 다루는 이 영화는 베를린을 배경으로 촬영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냉전을 연상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더불어 인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책과 음반, 그림을 불태우는 설정은 필연적으로 진나라의 분서갱유를 떠오르게도 합니다.
이 무렵의 크리스찬 베일은 ‘샤프트’(2000)에서 과격파 인종차별주의자를, ‘아메리칸 사이코’(2000)에서 미치광이 살인마를 연기했기에 ‘이퀼리브리엄’에서의 그의 기계적인 살육전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긴장의 끈을 당겼다 놓으며 슬로우모션을 적극 활용하는 편집술이 지금의 액션영화에선 보편적이지만 당시엔 무척 감각적으로 여겨진 스타일 중 하나였습니다. 지나친 먼치킨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1급 클레릭으로서 보여주는 크리스찬 베일의 현란한 일대다수 권총 액션도 백미입니다.


- 9월25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지요. 잭 니콜슨이 헬렌 헌트, 그렉 키니어, 쿠바 구딩 주니어 등과 호흡을 맞춥니다.
결벽증과 강박증을 안고 독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을 멀리하기만 하던 중년남자가 평범하면서도 때론 평범하지 않은 주위 인물들의 영향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되찾아가며, ‘세상은 함께 할 때 더 아름답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고집스런 이 중년남자는 이웃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며, 한 여인을 사랑하는 단계로까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됩니다.
잭 니콜슨의 결벽증(또는 강박증) 연기는 너무도 실감이 납니다. 잭 니콜슨은 겉모습은 차갑기 이를 데 없지만, 내면은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중년남자의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이런 불완전한 남자를 따스하게 감싸며 마음을 열게 만드는 헬렌 헌트의 연기도 일품. 서로에 대한 사랑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골든글러브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완전 절대 강추^^


- 9월25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봉준호 감독 특집 4탄 ‘마더(2009, 감독: 봉준호)’를 방송합니다. 김혜자, 원빈 등 열연.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장르의 특징을 빌려 오면서도 장르의 관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비틀어 왔습니다. 그 결과 그의 영화는 특정 장르의 고유한 미덕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새롭고 재미있다’라는 반가운 선입견을 한국 관객에게 형성시켰습니다. ‘마더’ 또한 영화적 재미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탄탄한 드라마,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캐릭터 군단, 서스펜스 직후의 유머 등. 하지만 한국의 현실이 드라마의 뒤편에서 이야기를 깊게 만드는 실화거나 괴수 장르의 스케일이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 영화에는 오직 ‘엄마’와 그의 진심 어린 ‘사투’가 있을 뿐입니다. 사건 자체의 드라마틱함보다는 극단으로 몰린 ‘엄마’의 심리와 행동 쪽에 방점을 찍는다. 외형적 스케일보다 내면의 스펙터클에 주목하고, ‘엄마의 사투’를 끝까지 몰아가 그 감정의 등고선에 관객을 동참시킵니다. 감독의 말대로 태양열을 한 점에 모아 태우는 돋보기처럼, ‘엄마’라는 본원적 존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치열하게 펼쳐 보이는 정직한 드라마입니다. 62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노미네이트. 36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수상. 강추^^.


[ⓒ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