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고전의 힘 '닥터 지바고' '안나 카레니나'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11-16 16:28:21

[ebs 주말 TV 영화]


- 18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닥터 지바고 2부(Doctor Zhivago, 1965, 감독: 데이비드 린)’입니다. 지난 주에 1부를 방송했습니다.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등 열연.
데이비드 린 감독은 일찍이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로 소설을 영화화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으며 ‘아라비아의 로렌스’, ‘콰이강의 다리’로 전쟁과 한 인물의 연대기 연출에 뛰어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혁명과 지바고란 인물의 일생을 다룬 ‘닥터 지바고’는 그의 역량을 한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제작된 1960년대는 냉전이 한창이었고 소련에서의 영화 촬영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였지요. 그래서 스페인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한 뒤 핀란드에서 겨울 장면들을 촬영했습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각본가 로버트 볼트, 작곡가 모리스 자르, 촬영감독 프레디 영, 오마 샤리프와 알렉 기네스까지 그간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와 배우들을 기용했기에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연출을 할 수 있었는데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익스트림롱숏으로 보여주는 설원의 풍광은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었고 영화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이 됐습니다. 촬영 이외에도 오스카에서 각본상, 작곡상, 미술상, 의상상의 5개 부분을 수상한 ‘닥터 지바고’는 한때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대작 서사 영화들 중에서도 최고의 완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19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012, 감독: 조 라이트)’입니다.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애런 존슨, 켈리 맥도날드, 매튜 맥퍼딘 등 출연.
고전의 힘은 이야기의 힘입니다. 언제 봐도 새롭고, 다시 읽히는 게 고전의 매력입니다. ‘톨스토이의 고전에서 무엇을 읽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는 조 라이트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것입니다. 영화는 안나라는 여성을 통해 그녀가 처한 현실과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는데 집중합니다. 미모와 재력 등 모든 것을 갖춘 여성 안나. 하지만 그녀가 결국 원하고 갈망한 것은 그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의 사랑하고 사는 것입니다. 안나는 끝이 뻔히 내다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고 그 감정을 따라가는 길을 택합니다. 19세기 귀족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사회적 제약이 훨씬 많았을 여성이 자기 자신의 감정을 발견한다는 건 사실 엄청난 일입니다. 당대 사교계와 카레닌의 엄숙주의를 깨뜨리는 안나는 분명 도발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질 만하지요. 여성 화자의 심리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감독의 장기가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 20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집으로 가는 길(我的父親母親, 1999, 감독: 장이머우)’을 방영합니다. 장쯔이, 쑨 훙레이, 정하오, 자오위에린, 리빈 등 출연.
‘집으로 가는 길’에서의 '길'은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고, 그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공간입니다. 특히, 이생에 마지막으로 그와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여인의 바람은 가슴 찡한 감동을 줍니다. 중국 전통장례에서의 길은 '죽은 자가 집으로 오는 길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작은 시골마을의 교사로 한평생을 지낸 아버지의 장례식 날, 도시에서 몰려든 수많은 제자들,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선생님이 오셨던 그 길을 다시 걸어갑니다.
전통적인 가치와 의미가 매도되었던 문화혁명을 겪은 중국에는 자본주의 물결이 몰아치고 사람들은 물질주의적인 것에 물들어 갑니다. 장 감독은 그들에게 ‘옛 전통의 가치, 배움의 고귀함, 사랑의 참된 의미’를 되짚어 주고자 합니다. 스스로 격동의 문화혁명 시대를 경험한 그는 인간의 사고나 감정이 사상의 강요나 물리적 힘으로 통제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밀리고 혼돈에 빠진 채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무감각한 오늘의 우리들에게 ‘집으로 가는 길’이 던지는 메시지는 소박하지만 여운이 깊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장쯔이의 데뷔작이지요. 당시 영화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녀는 퇴학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같은 학교 출신 감독인 장이머우의 눈에 띄어 캐스팅됩니다. 무성 영화의 성격이 강한 이 영화에서 그녀는 사랑을 그리는 방식을 말이 아닌 손짓, 고갯짓, 눈빛 등으로 표현하여 앳돼 보이면서도 배우의 느낌이 물씬 나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강추^^


- 20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만추(晩秋, 1981, 감독: 김수용)’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혜자, 정동환이 호흡을 맞춥니다.
‘연기 고수’ 김혜자 주연의 ‘만추’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작 ‘만추’를 김수용 감독이 1981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 ‘만추’는 스산한 느낌에 뛰어난 영상미를 결합시키며, 감정 과잉의 신파적 멜로드라마에 익숙했던 당시 관객들에게 조용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시 외국 영화는 수준이 높고 한국영화는 저질이라고 생각하던 평단과 대중의 선입관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후 김기영 감독은 ‘육체의 약속’(1975)이라는 제목으로 김지미와 이정길을 주인공으로 ‘만추’를 리메이크했고, 김수용 감독은 김혜자와 정동환 주연으로 ‘만추’(1981)를 만들었습니다. 2011년에는 김태용 감독이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현빈과 탕웨이를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연을 맡은 김혜자는 ‘영원한 어머니상’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각인된 배우. 그러나 지금까지 출연한 3편의 영화는 모두 안방극장의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1981년 ‘만추’, 1999년 ‘마요네즈’ 그리고 2009년 ‘마더’에서 김혜자는 드라마 속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로서 ‘대배우’의 무게감을 보여줬습니다. 1983년 제2회 필리핀 마닐라 국제영화제에서 김혜자는 영화 ‘만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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