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TV영화] ‘싸이코’ ‘필라델피아’, 다시 보는 명작의 즐거움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7-02-02 15:58:09

[ebs 주말 TV 영화]


- 3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싸이코(Psycho, 1960, 감독: 알프레도 히치콕)’입니다. 앤소니 퍼킨스, 자넷 리 등 열연. 19세 이상 관람가.
‘현기증(Vertigo, 1958)'과 더불어 히치콕의 대표적인 작품. 특히 욕실 살인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명장면. '할리우드 영화에선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영화의 절반쯤 되는 시점에 여주인공이 살해되기 때문에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에는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뒤늦게 들어온 관객들이 그녀가 화면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녀가 언제 나타날까 목을 빼고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히치콕 감독이 욕실 살인 장면 때문에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할 만큼 매력적인 장면으로 7일 동안 무려 70여 회나 카메라 위치를 바꿔가면서 공들여 촬영했다고 합니다. 여체의 은밀한 부분은 아슬아슬하게 나오지 않고, 능숙한 몽타주로 잔인성과 에로티시즘을 표현하였습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유치할 수도 있지만 당시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보고 졸도하는 관객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45초 동안 78개의 컷으로 긴박하게 묘사된 이 욕실 장면에서 실제로 칼에 찔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욕실에 흐르는 피의 양도 적습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배경음과 칼에 찔리는 소리(멜론 찌르는 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했다고 함.)가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히치콕은 붉은 피를 보이기 싫어서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었다고 하지만 사실 흑백으로 촬영한 더 큰 이유는 저렴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히치콕은 8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서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히치콕은 ‘싸이코’의 원작자 로버트 블록으로부터 단돈 9천 달러에 판권을 사들였고 엔딩의 비밀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출판된 소설 ‘싸이코’를 보이는 족족 사들였다고 합니다.
영화 시작 후 약 6분께, 자넷 리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장면에서 창밖에 카우보이모자를 쓴 남자는 카메오로 등장한 히치콕입니다. 잘 찾아보시길.



- 4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필라델피아(Philadelphia, 1993, 감독: 조나단 드미)’입니다.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등 출연.
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사회의 편견 때문에 좌절을 맛봐야 했던 동성애자 변호사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1993년 톰 행크스에게 아카데미, 베를린영화제,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며, 주제가 ‘Streets of Philadelphia'를 부른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겐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안겼습니다. 이 영화엔 50여 명의 게이가 출연했다고 하는데 그 중 40여 명은 영화 촬영 후 1년 안에 사망했다고 전해집니다. ㅠㅠ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에는 ‘형제 사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목 ‘필라델피아’는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제 사랑’이 동성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을 ‘필라델피아’라고 지은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필라델피아라는 도시는 미국 독립혁명과 산업혁명의 중심지였고 자유와 해방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므로 영화의 내용에 잘 부합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5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스파이 게임(Spy Game, 2001, 감독: 토니 스콧)’이 방송됩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브래드 피트, 캐서린 맥코맥 등이 나옵니다.
1990년대 초반,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미 첩보국 CIA는 더 이상 ‘대의’나 ‘신념’ ‘사상’을 기치로 내걸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국가의 이익과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의해 돌아갑니다. ‘스파이 게임’은 이러한 상황에서 소속 요원의 생명마저도 포기하려 하는 첩보국과 사랑, 우정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이에 저항하는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토니 스콧 감독 특유의 빠른 페이스와 빈틈없고 깔끔한 편집이 단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사건의 긴박함을 잘 드러냅니다. 격식 없고 소탈하지만 섣불리 파고들 수 없는 내면을 지닌 네이선 역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도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 5일 일요일 저녁 11시 한국영화특선 시간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감독: 김지운)’을 편성했습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호흡을 맞춥니다.
돈 되는 건 뭐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윤태구(송강호). 이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채 태구가 열차를 털다 발견한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을 펼칩니다.
김지운 감독의 장르 도전과 그만의 스타일은 늘 재능 있는 스탭과 배우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서구적이자 대륙적인 장르인, 한국에서는 꿈꾸지 못한 웨스턴을 만들겠다는 김지운의 상상력은 한국인들이 이방인으로 살아갔던 1930년대 만주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짓밟혀도 꺾여도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한국적인 캐릭터가 낯선 무법천지 1930년대의 만주 땅을 누빕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는 킬링 타임 액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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