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벤허' '로빈후드' '박수칠 때...' 즐감^^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7-02-16 10:34:56

[ebs 주말 TV 영화]


- 17일 금요일 밤 11시40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벤허 1부(Benhur, 1959, 감독: 윌리엄 와일러)’입니다. 찰턴 헤스턴, 잭 호킨스, 하야 하라릿, 스티븐 보이드 등 출연.
영화 ‘벤허’는 남북전쟁의 장군이자 문인 루 월러스의 소설이 기초로 원작입니다.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는 원작의 부제가 암시하듯 영화에서도 기독교의 신앙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데, 아기 예수의 탄생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고 그의 죽음과 함께 영화도 끝이 납니다.
실제로 주인공 벤허는 살아있는 예수와 두 차례 조우합니다. 친구의 모함에 의해 갤리선으로 끌려가던 그에게 물을 떠준 사람이 예수였고, 훗날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나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는 자를 찾아간 벤허가 물을 떠준 사람도 예수였습니다. 영화는 로마의 압제와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왕자에서 죄수로, 노예에서 귀족으로 신분이 뒤바뀌며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한 유대 청년의 파란만장한 삶과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교차시키며 우정과 배신, 증오와 복수, 화해와 용서, 나아가 사랑과 구원이라는 보편적이지만 심오하고 궁극적인 종교적 주제를 장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격렬한 해상 전투와 15분간 이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전차 경주 장면은 영화사에 빛나는 명장면으로 아직까지 영화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 18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K-19 위도우메이커(K-19 The Widowmaker, 2002,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입니다. 해리슨 포드, 리암 니슨, 피터 사스가드 등이 나옵니다.
‘K-19 위도우메이커’는 미-소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재난영화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위협적인 재난은 언제 터질지 모를 원자로의 상태나 양국의 심각한 긴장관계가 아닌, 성향이 다른 두 히어로의 갈등입니다. 알렉세이(해리슨 포드, 함장)와 폴레닌(리암 니슨, 부함장)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두 히어로이지만 각각 합리적인 판단 하에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입니다.시각적 스펙터클과 묵직한 액션으로 채워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소재와 플롯이지만 두 리더의 첨예한 감정적 대립으로 긴장을 유발하는 드라마 연출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감독은 촬영 4개월 전부터 러시아에서 실제 사연의 생존자들을 만나고 촬영장소를 봐두었다고 합니다. 선원들을 심리적으로 옥죄게 될 잠수함 내부 공간과 동선 디자인, 시각적인 불안을 안기는 조명까지도 모두 꼼꼼히 설계했습니다.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핵잠수함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는 영화들인 존 맥티어난의 ‘붉은 10월’(1990), 토니 스콧의 ‘크림슨 타이드’(1995), 토드 로빈슨의 ‘팬텀: 라스트 커맨더’(2013) 등과 비교해 가며 보아도 좋습니다.


-19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로빈 후드(Robin Hood, 2010, 감독: 리들리 스콧)’가 방송됩니다. 러셀 크로우, 케이트 블란쳇, 막스 본 시도우, 윌리엄 하트, 오스카 이삭, 마크 스트롱, 대니 휴스턴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구전 속에서 익히 들었던 초록색 옷을 입은 로빈 후드 이미지를 모두 깨부숴버렸습니다. 일단 그는 로빈 후드가 마치 역사적 현장에서 용맹하고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의로운 일을 도모한 것처럼 로빈 후드를 해석했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표현한 우직하고, 용맹한 인상의 로빈 후드의 모습이 나쁘지 않습니다. 감독의 특기인 스펙터클한 전쟁 신 연출 역시 이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9대의 카메라, 1500여명에 달하는 스턴트 배우, 150대의 수레, 2만5천여 벌의 의상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한편, 로빈 후드의 정신적 동지로 등장하는 마리온 역의 케이트 블란쳇 역시 참신합니다.


- 19일 일요일 저녁 11시 한국영화특선 시간에는 ‘박수칠 때 떠나라(2005, 감독: 장진)’가 편성됐습니다. 차승원, 신하균 주연.
‘박수칠 때 떠나라’는 수사물이지만 장르에 있어선 기존 수사물의 관습을 과감히 벗어 던집니다. ‘투캅스’처럼 배꼽 잡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살짝 비튼 유머가 가득하고, ‘살인의 추억’의 무거운 톤의 스릴러는 아니지만 묘한 미스터리가 숨어있고, ‘공공의 적’처럼 맞고 패는 액션은 아니지만 강한 두 남자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영화는 '범인을 잡느냐, 마느냐'의 전형적인 수사물 패턴에서 벗어나, '살인사건의 수사과정이 TV를 통해 생중계'된다는 발칙한 발상으로 시작됩니다. 호텔에서 칼에 찔려 살해된 미모의 카피라이터의 수사과정이 TV로 전국적으로 생중계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 수사의 묘미는 베테랑 검사(차승원)가 현장 검거된 용의자(신하균)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벌이는 생생한 '수사극'이라는 데 있습니다.
차승원의 완벽한 연기와 고도의 심리연기에 도전하는 신하균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벨보이, 지배인, 주유원, 일본인 부부, 맹인 안마사 등 다양한 증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집니다. 여기에 장진 감독 특유의 풍자, 유머가 조미료 노릇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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