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기찬
kcsuh63@hanstar.net | 2014-04-04 10:01:59
4월 첫째 주 주말 TV영화 안내합니다.
세계적인 미남배우 알랭 들롱(‘태양은 가득히’)과 한국의 미남배우 신성일(‘맨발의 청춘’)이 각각 살인자와 건달로 나옵니다.
비록 범죄자로 나오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두 배우입니다.
▲ 금요일(4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준비한 작품은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 감독: 르네 클레망)’입니다.
‘리플리 증후군’을 아십니까?
불만과 열등감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욕망하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병적 현상을 말합니다. 2007년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신정아 학력 위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태양은 가득히’의 주인공이 리플리(알랭 들롱)이지요. 이 용어는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마스의 ‘재능있는 리플리씨(1955)’라는 소설에서 유래됐습니다. 한 젊은이의 빗나간 욕망을 태양에 비유한 작품입니다. 욕망은 태양처럼 뜨겁습니다. 명석한 두뇌와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재벌 아들인 친구와의 우정이 종속적인 관계로 흐르자 부러움과 시기, 질투는 증오로 바뀌고 이글이글 욕망은 태양처럼 가득합니다. 친구를 죽이고 재벌 아들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리플리는 잘 생긴 외모 때문일까요. 미움보다 연민이 앞서는 캐릭터입니다. 영화는 범죄의 피해자보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시선과 감정으로 이입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1999년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팰트로를 주연으로 리메이크(2000년 작 ‘리플리’)되기도 했습니다. 비교하면서 보시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겁니다. 물론 ‘리플리’가 ‘태양을 가득히’를 쫓아갈 수는 없습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각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태양은 가득히’는 당시까지만 해도 신인이었던 알랭 들롱(Alain Delon)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도 1960년에 단성사에서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알랭 들롱은 이후 미남의 대명사로 통했고,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도 잘생긴 국내 배우를 언급할 때면 '한국의 알랭 들롱‘이라는 수식어가 자동으로 따라붙곤 했습니다. 금요일 밤 이 잘 생긴 배우 알랭 들롱을 만나보시지요.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10)에선 ‘쿵푸 허슬(Kung Fu Hustle,2004, 감독:주성치)’을 방송합니다. 코믹 연기의 달인 ‘소림축구’ 주성치가 각본, 감독, 제작, 주연의 1인4역을 맡은 배꼽 잡는 무협물입니다.
법보다 폭력이 앞서던 1940년대 중국 상하이. 뒷골목의 세계를 평정한 도끼파가 있습니다. 가난해서 더 이상 뺏길 것도 없는 하층민들이 평화롭게 모여 사는 돼지촌엔 불의만 보면 몸을 사리는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이 흘러들지요. 돼지촌을 폼 나게 접수해서 도끼파 보스의 눈에 띄고 싶었던 싱의 협박은 도끼파와 돼지촌 주민 간의 전면대결로 이어 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놀랍게도 강호를 떠나 돼지촌에 숨어있던 고수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웃기고 나름 재미는 있지만 ‘명화’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작품입니다.
▲ 토요일(5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에선 ‘애니 홀(Annie Hall, 1977, 감독: 우디 앨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977년 아카데미 작품, 여우주연, 감독, 각본상 4개 부문 수상작입니다. 신경이 예민한 두 인텔리 뉴요커의 밀고 당기는 관계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우디 앨런이 주연, 감독하고 다이앤 키튼과 호흡을 맞추지요. 우디 앨런은 늘 작품에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알비(우디 앨런)는 지나가는 뉴욕의 행인들에게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묻습니다. 한 여인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생”이라고.
극중 애니(다이앤 키튼)는 셔츠, 넥타이, 조끼, 헐렁한 바지 등 남성적인 패션을 하고 나오는데, 이러한 남성적인 복장은 당시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디자인한 이는 다름 아닌 유명 디자이너 랄프 로렌으로, 영화의 성공 후 다이앤 키튼의 ‘매니쉬 룩’은 하나의 패션으로 정착했습니다.
▲ 일요일(6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선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 2003, 감독:톰 새디악)’를 방영합니다. 짐 캐리 주연의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휴먼 코미디입니다. 신으로부터 기막힌 제안을 받은 사나이 브루스가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입니다. 매사가 불평 불만투성이인 리포터 브루스가 신의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브루스는 진정 행복해졌을까요? 일요일 오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이 고른 작품은 ‘맨발의 청춘(1964, 감독: 김기덕)’입니다.
건달(신성일)과 대사의 딸, 신분을 뛰어 넘는 비극적 사랑을 다뤄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린 영화입니다. 이러한 테마는 ‘청춘 영화’의 전형을 이루며 이후, 신성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장르의 아류작들(‘불타는 청춘’(김기덕, 1966), ‘위험한 청춘’(정창화, 1966))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도시의 젊은 관객들은 다방이나 댄스홀, 트위스트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코드에 열광했는데, 그 열광 뒤에는 4·19를 통해 꿈꿨던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5·16 이후 만연하게 되는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과 패배주의가......
▲ obs 주말 세 편도 살짝 엿보겠습니다.
- 금요시네마(밤 11:05)는 ‘리미트리스(Limitless, 2011)’입니다. 동명의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인간이 약을 먹고 뇌를 100% 활용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설정이 소재입니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애비 코니쉬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입니다.
- 토요시네마(밤 10:15)는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2004)’입니다. 1파운드의 살점을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명 판결로 너무나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고전을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조셉 파인즈, 린 콜린스가 나오는 명작입니다.
- 일요시네마(밤 10:15)는 ‘엑스트라(1998)’입니다. 단역에 목숨 건 자칭 영화배우 타칭 엑스트라 박봉수(임창정)와 김왕기(나한일), 장난으로 시작한 검사와 수사관 행세로 그럴듯한 대접도 받고 짭짤한 목돈도 만집니다. 나쁜 놈들 골탕도 먹이지요. B급 코미디물이지만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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