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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슬픔과 분노는
저들을 삼킨 바다보다도 깊고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하늘을 덮은 구름보다도 짙다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까?
어떤 일을 한들 보상이 될까?
속절없이 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속도 모르고 피는 꽃이 무심하다
이제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손을 놓고 한 숨만 쉴 수는 없다
네 탓 내 탓 따지고만 있을 순 없다
지금 우리는 어서 되찾아야 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상호간의 믿음을
바다 속에 침몰한 인간에의 믿음을
휴지처럼 구겨진 정부에의 믿음을
허무 속에 쳐박힌 자신에의 믿음을
믿음이 없으면 사랑할 수 없고
의로울 수도, 예의를 지킬 수도 없다
믿음이 없으면 지혜로울 수 없고
사람이 잠시도 살아갈 수 없다
소산
〈관련고전〉
ㅇ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論語顔淵)
자공문정 자왈 족식 족병 민신지의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병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이자하선 왈 거식 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논어안연)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을 풍족하게 해주고, 국방을 튼튼히 하면, 백성이 믿게 된다." 자공이 말했다. “만약에 이 셋 중에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먼저 무엇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국방비를 줄여라.” 자공이 말했다. “나머지 둘 가운데서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을 버려라. 자고로 사람은 모두 죽는 법이다. 하지만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설 수가 없느니라.”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침통하고 전국민이 심각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너무도 엄청난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의 절망과 비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라도 마지막까지 구조와 수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망자의 장례 및 보상절차도 경건하고 유감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생존자들의 치유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믿음 즉, 신뢰의 회복이다. 믿음이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어떤 일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공 사이의 대화를 살펴보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즉,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설 수가 없다.”는 공자의 말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방도 중요하고 식량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백성들의 신뢰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개인나 국가를 막론하고 믿음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종교적인 믿음 즉, 신앙은 혹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잠시도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타고, 어디서 맘 놓고 쉬거나 잘 수가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바로 상호신뢰이다. 국민과 정부의 관계도 마땅히 그래야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어떠한 편견이나 사사로운 이해관계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무슨 결정을 내릴 때도 성급한 판단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어떠한 대책이나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즉,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설 수가 없다.”는 말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긴 안목의 대책이 한시바삐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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