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감시하다가 나를 돌아보다: 10일 ebs ‘타인의 삶’

서 기찬

kcsuh63@hanstar.net | 2014-05-09 09: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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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엔 많은 날들이 있습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잘 보내셨는지요? 이제 곧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9일), 부부의 날(21일)이 다가옵니다. 특별한 날을 정해서 의미를 되새기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5월 둘째 주 주말 tv영화 소개합니다.



▲ 금요일(9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1962, 감독: 데이비드 린)’ 1부를 방송합니다. 상영시간이 216분이나 돼 2부는 다음 주에 방영합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장교로서 아랍 민족의 독립에 헌신적으로 참여했던 T. E. 로렌스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아주 잘 만든 서사영화 중 한 편입니다.
주인공 로렌스는 강대국 출신답지 않게 약소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낭만적인 직업 군인이라고 볼 수 있고, 사막에서 아랍 낙오병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적에게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영화사상 ‘생각하는 인간 서사시’라고 평가받은 작품으로 70mm 대형 화면에 담은 광활한 사막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모리스 자르와 런던 필하모니 교향악단이 연주한 음악은 고독한 영웅 로렌스의 심정과 유목민의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요. 로렌스 역을 맡은 피터 오툴은 비록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작품, 감독상 등 7개 부문 수상)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죽기 전에 꼭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10)은 ‘송 포 유(A Song for You, 2012, 감독: 폴 앤드류 윌리엄스)’를 준비했습니다. 손수건 한 장 들고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암 투병 중인 아내 마리온은 합창단에서 열심히 연습을 합니다. 까칠한 남편 아서는 처음엔 아내의 합창단 연습을 싫어하지만 나중엔 아내의 독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지요. 예선을 통과한 합창단은 본선을 앞두고 있지만 마리온은 병이 악화돼 결국 세상과 이별하고 맙니다. 남편 아서는 아내를 생각하며 합창단원이 돼 본선에서 아내 마리온을 위해 열창합니다. 아내를 위한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부르는 그리움입니다.



▲ 토요일(10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가 고른 작품은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 / The Lives Of Others, 2006,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입니다. 이번 주 제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1984년 사회주의국가 동독, 국가보안부 요원 비즐러 대위는 상관으로부터 극작가 드라이만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드라이만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그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봅니다. 그러나 이런 상관의 지시는 질투심을 가장한 음모입니다. 비즐러의 상관은 드라이만의 연인인 배우 크리스타를 차지하기 위해 계략을 꾸민 것입니다. 드라이만의 약점을 잡아 그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드라이만의 사생활을 엿보던 비즐러는 어느 순간 타인의 삶을 감시하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타인의 삶을 지배하던 이가 타인에게 지배당하는 이들의 삶을 지켜보며 체제의 존립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은 이내 사라지고 자신의 신념에도 혼란이 오기 시작합니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에게 차차 호감을 느끼게 되며 동독의 현실을 서독 언론에 옮기는 드라이만을 보고도 이를 묵인합니다.
영화를 이끄는 인물로 감동적인 연기를 선사한 비즐러 역의 울리쉬 뮤흐는 베를린 장벽의 수비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으며 1970년대 말 연극배우로 전향하며 스타배우로 떠올랐고, 이후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면서도 동독의 공산주의 현실을 비난하며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였던 배우입니다.



▲ 일요일(11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는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r, 2000년, 감독: 구스 반 산트)’를 방송합니다. 태어나서 나의 인생에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여기 세상과 담을 쌓은 위대한 문호와 자기 재능을 몰랐던 소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농구를 즐기는 흑인소년 자말이 있습니다. 농구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꿈이지요. 어느 날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할아버지는 퓰리처상까지 받은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입니다. 흑인 소년과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백인 작가는 얼핏 보기엔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다른 방식으로 외롭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말과 포레스터는 글쓰기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합니다.
영화 속에서 포레스터가 자말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법은 독특합니다. 처음엔 마음에서 떠오르는 대로 그냥 써내려가고 나중에 머리로 다시 쓰라는 것이나 남의 글을 타이핑하면서 글의 흐름을 이해한 뒤 결국 자신만의 새로운 글을 쓰는 방법 등입니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필독서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에선 ‘선생 김봉두(2003, 감독: 장규성)’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차승원)는 봉투 사건(촌지)으로 인해 오지의 시골분교로 가게 됩니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외제담배는커녕 국산담배도 구할 수 없는 시골 마을로 쫓겨난 것이지요. 전교생이라고는 달랑 5명. 하루빨리 서울로 재입성 기회를 노리던 김봉두는 전교생을 전학 보내고, 학교를 폐교할 계획을 세웁니다. 잘 될까요?
차승원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조연들도 인상적입니다.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한 다섯 아이들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과 정감어린 시골 마을 사람들, 괴팍한 시골 노인(변희봉), 순박한 분교 소사(성지루) 등 조연급 배우들의 감초 연기가 따뜻합니다.



▲ obs 주말 세 편도 살짝 엿보겠습니다.
- 금요시네마(밤 11:05)는 ‘테이크다운(Welcome to the Punch, 2013, 감독: 에란 크리비 )’입니다. 우연히 다시 만난 형사 맥스(제임스 맥어보이)와 은행털이범 제이콥(마크 스트롱), 악연인 두 남자가 함께 계략에 빠진 것을 깨닫고 비밀 조직에 공동 대항한다는 액션물.
- 토요시네마(밤 10:15)는 ‘노잉(Knowing, 2009,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입니다. 미래에 대한 재앙을 예견하는 숫자를 우연하게 발견하게 된 대학교수가 그 재앙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은 SF 스릴러물.
- 일요시네마(밤 10:15)는 ‘애자(Goodbye Mom, 2009, 감독: 정기훈)’입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천방지축 4차원 딸 박애자(최강희)와 애정 어린 구박을 하는 엄마 최영희(김영애)의 줄다리기 신경전입니다. 엄마의 잔소리, 간섭이 심한가요? 없으면 그리움,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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