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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和)
밤낮이 다르기에
해가 지고 별이 뜨고
암수가 다르기에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남녀가 다르기에
사랑이 피고 애가 운다
똑같으면 어울릴 수 없고
어울림 없이 탄생은 없다
다르기에 어울릴 수 있고
어울림이 새로움을 낳고
새로움이 있기에 아름답다
어울림은 사랑이요 생명이다
소산
〈관련고전〉
o 夫和實生物 同則不繼 以他平他 謂之和 故能豊長而物歸之 若以同同 盡乃棄矣...
聲一無聽 物一無文 味一無果 物一不講(『國語』鄭語)
부화실생물 동즉불계 이타평타 위지화 고능풍장이물귀지 약이동비동 진내기의...
성일무청 물일무문 미일무과 물일불강(『국어』 정어)
조화로움이 실로 만물을 생하고, 동일하면 이어질 수 없다. 다른 것을 가지고 다른 것을 고르게 하는 것이 조화로움이다. 그러므로 능히 풍성하게 자라게 하여 만물을 제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만약 같은 것으로 같은 것을 돕도록 한다면, 몽땅 버려지게 된다...
소리가 한 가지이면 들을 만 한 게 없고, 색깔이 한결 같으면 문채가 나지 않고, 맛이 한 가지만 있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사물이 하나같으면 얘기할 것도 없다.
기원전 8세기의 정(鄭)나라 사백(史伯)은 “和實生物, 同則不繼(화실생물 동즉불계)”라는 세계의 보편원칙이 될 만한 중요한 논의를 하고 있다. 즉, 서로 다른 것들을 종합통일(以他平他)하는 ‘화(和)’에 의해서만이 부단히 새로운 사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요, 동일한 것이 합치는 것(以同同)으로는 비록 양적인 증가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원래에 없던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미학(美學)에서 강조하는 ‘다양성의 통일’이라는 명제와도 부합되는 것이다. 사백은 크게는 ‘和’를 만물이 생성 발전하는 보편규율로 보지만, 작게는 소리, 색깔, 맛 등 모든 미적인 사물의 공통된 특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和’는 자연의 객관적 규율인 동시에 심미준칙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사백은 사물들의 다양성이 통일되는 즉, 사물들의 다양성이 병존하는 ‘화(和)’의 상태에 이르러야 비로소 아름다워지고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계와 사회생활 속에서 명명백백하게 진리로 증명된다.
사백의 이러한 견해는 '화(和)'의 개념을 철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자연계와 인간사회의 보편원칙을 제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미적 범주의 탄생을 가져오게 하였다. 또한 뒤에 제(齊)나라의 안영(晏)이나, 노(魯)나라 공자(孔子)의 화동(和同)이론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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