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책을 다 믿는다면, 없느니만···

소산

sosan@hanstar.net | 2014-09-22 09: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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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의심


믿음이 없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랴
무엇을 입고, 어디서 살랴

의심이 없으면
제대로 살 수 없다
툭하면 남에게 당하기 일쑤고
새로운 발견이나 발전이 있으랴

책을 온통 다 믿으면
책이 없는 것만도 못하단다
정보를 온통 다 믿으면
세상을 어찌 바로 보랴

인간을 신뢰하되 그의 말을 새겨듣고
기록을 존중하되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우리의 삶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세상이 돌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랴

소산





o 孟子曰 盡信書則不如無書 吾於武成 取二三策而已矣 仁人無敵於天下 以至仁伐至不仁 而何其血之流杵也(『孟子』盡心下)
맹자왈 진신서즉불여무서 오어무성 취이삼책이 이의 인인무적어천하 이지인벌지불인 이하기혈 지류저야(『맹자』진심하)

맹자가 말하였다. “『서경(書經)』을 그대로 다 믿는다면 서경이 없느니만 못하다. 나는「무성(武成)」편의 글에서 두 세 곳만을 취할 뿐이다. 어진 사람은 천하에 그를 대적할 사람이 없다. 지극히 어진 사람이 지극히 어질지 못한 사람을 쳤는데, 어찌 피가 흘러 방패를 띄울 정도까지 되었겠는가?"



출처-freedigitalphotos.net




“책을 그대로 다 믿는다면 책이 없는 것만도 못하다.”(盡信書則不如無書)
맹자가 여기서 말하는 책(書)은 물론 유가경전인『서경』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어떤 과거의 기록이든 심지어 경전의 말씀이라도 비판적 사고 없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과연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진리를 담은 책이 존재하는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성경』
이라고 전혀 오류가 없는 것일까? 완벽하고 절대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의 경지 내지는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이리라. 현실세계에서 특히 인간이 만들어 놓고, 기록해 놓은 것들이 완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훌륭한 책이나 글이라도 주체적 관점과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한다.
오늘날처럼 정보의 홍수라는 인터넷시대에 맹자의 말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필요하고 좋은 정보도 있지만, 분명한 근거나 충분한 자료도 없이 자의적으로 제작된 글이나 동영상들이 SNS라는 새로운 매체를 타고 우리 눈앞에 마구 다가온다. 그런 행위를 하는 자들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면 그것에 대응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분명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신중히 검토하고, 특히 대립된 의견들이 있는 경우라면 다른 의견들까지 충분히 살펴 본 후 판단을 해야 한다. 별 생각도 없이 그런 글을 퍼나르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건이나 사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종합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다른 사람도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 없는 부지런함 보다는 사려 깊은 게으름이 훨씬 낫다. 부질없이 부지런을 떨기 보다는 차라리 차분히 명상하는 게으름을 피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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