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배우 서리슬 "여자 연쇄 살인마 역 욕심"

서 기찬

kcsuh63@hanstar.net | 2014-09-13 05:47:31

배우 서리슬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포부를 공개했다. (화이트 스튜디오 제공, 뉴스1)


스물여섯살, 늦게 핀 꽃이지만 진한 향기 지닌 배우

[뉴스1] 늦게 핀 꽃이 지닌 진한 향기를 기억하라. 이제 막 충무로를 향해 발돋움 중인 서리슬은 지난해 영화 '뻐꾸기(2013, 감독: 허태현, 이은정)'로 데뷔한 26세 늦깎이 신인배우다. 이른 데뷔가 추세인 연예계에 서리슬은 늦게 데뷔했지만 그만큼 울림 있는 연기를 펼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배우 서리슬이 충무로를 향해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다.
서리슬은 최근 뉴스1스포츠와의 만남에서 생애 첫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배우가 되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돌고 돌아온 그는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배우가 됐음을 확신하고 확인받았다.

"고2 때 극단에서 연극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아서 지인이 있는 극단에 들어가게 됐죠. 그때부터 공연도 하고 연극도 하다가 대학진학도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에 가게 됐어요. 학교 다니면서 배우를 꿈꾸기가 좀 벅찼어요. 틈틈이 광고 등에 출연했고,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영화 데뷔를 준비했어요. 그래서 데뷔가 좀 늦었던 거 같아요."
그는 대학에서 연기 이론을 충실히 공부하며 가슴안에 내재된 연기에 대한 열망을 다스렸다. 꿈을 향해 다가서는 발걸음을 더뎠지만, 그만큼 한걸음이 간절했고 묵직했다.

작년 영화 '뻐꾸기'서 20대 미혼모 역으로 데뷔

"아무래도 일찍 타오르는 별은 그 소중함을 잘 몰라서 쉽게 반짝하고 질 수 있잖아요. 전 무명시절도 길었고, 그 때문에 배우활동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죠. 배우가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더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남들보다 출발은 느렸지만 대중들에게 더 오랫동안 다가가면 되죠. 일찍 빛을 보지 못한 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일이 됐어요."
서리슬은 지난해 데뷔작 '뻐꾸기'에서 자신의 아이를 남의 집에 버리는 20대 미혼모 미란을 연기했다. 주연으로서 복잡하고 무거운 감정선으로 영화 전반을 이끌어 가야 했고, 신인 여배우가 맡기엔 부담감이 컸을 터였다.

"미란이라는 인물은 저와는 자라온 환경이나 성격도 달랐지만 처음부터 묘한 끌림이 있었어요. 한 남자와 사랑해서 원치 않는 아이를 갖게 되고 결국 남자에게 버림받았죠. 또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사고로 죽고 고아가 된 상황에서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는 여자였어요. 자기 아이를 버린 미란이 가진 슬픔을 제 안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한동안 밖에도 나가지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았죠."


온몸에 무겁게 내려앉은 감정의 잔재는 영화 촬영을 마친 후에도 서리슬을 내리눌렀다. 그는 다음 영화 '러브 멘토'에서 천방지축 작가 지망생 예나를연기하며 서둘러 새로운 캐릭터로 몰입을 시도했다."예나는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죠. '뻐꾸기' 미란의 감정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는데, '러브 멘토' 촬영 기간이 3일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차라리 잘 됐다 싶었죠. 짧은 시간 계속 집중하며 '러브 멘토(2014, 감독: 신혜성)'를 찍었어요. 3시간 밖에 못자며 강행군을 했지만 피곤한 것도 모를만큼 몰입했던 것 같아요."

배우 서리슬이 데뷔작 '뻐꾸기'에서 20대 미혼모를 연기했다. ( 화이트 스튜디오 제공, 뉴스1)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해피엔딩에 쾌감

서리슬은 마광수 작가 원안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2014, 감독: 신정균)'에서 주체적으로 자기의 욕망을 찾아 나서는 지예를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자극적 제목과 달린 캠퍼스 커플의 청춘 멜로를 담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담았다."지예는 오래된 남자친구 민수가 주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사랑과 새롭게 등장한 동준과의 설렘 속에서 갈등해요. 자신을 두고 매번 딴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민수 대신 결국 동준을 선택하죠. 보통 영화라면 예전 남자친구에게 돌아갔을 텐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새로운 남자를 택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해요. 결말이 안겨주는 쾌감이 있어요.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죠."

서리슬은 실제 성격도 지예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억지로 캐릭터를 꾸며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 속에 녹여냈다.
"주체적이고 직설적인 편이에요.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마다치 않아요. 제 첫인상이 차가워 보이고 낯가림도 좀 있어서 다들 처음엔 다가오기 어려워해요. 하지만 한번 마음을 주고 친해지면 끝까지 가는 의리파죠"

마광수 원작 영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포스터.


올리비아 핫세 보고 은막의 꿈 키워

반전 매력이 가득한 그는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을 묻자 망설임 없이 '여자 연쇄 살인마'라고 답했다. 다소 엽기적이기까지 했지만 폭넓은 연기를 향한 배우로서의 집념이 느껴졌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장르 속에서 겉으론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면에 악마를 담고 있는 이중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여자 연쇄 살인마 같은 거죠. 입체적이고 반전있는 캐릭터는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주말의 명화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를 처음 본 어린 꼬마는 그 날부터 막연하게 은막의 스타를 꿈꿨다. 자신이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의 여운을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주고 싶어 배우가 됐다는 서리슬은 스크린에서 빛날 준비를 마쳤다. 그가 관객들에게 풍길 진한 향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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