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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사랑하는 조국, 회사, 식구, 애인의 말을 안 듣는다면그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다.소통은 ‘잘 말하기’ 이전에 ‘잘 듣기’의 문제니까.
영어 듣기가 안 돼 생기는 고민은 ‘리스닝(listening) 문제’다. ‘히어링(hearing) 문제’가 아니다. 리스닝 문제는 소리는 들리 는데 그 소리가 뭔 소린지 몰라 생기는 고초다. 그러나 히어링 문제는 소리 자체가 아예 안 들려 생기는 고난이다.
사실 영어는 히어링 문제가 더 크다.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는 뜻은 몰라도 소리는 잘 들린다. 그러나 다른 언어보다 영어는 소리 자체도 잘 안 들린다. 영어에는 우리말에 없는 모음이 많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 실력이 시원찮은 것도 한 이유다.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최소한 1만 단어는 알아 야 한다.
모국어 언어생활에서도 리스닝은 어렵다. 리스닝의 전 단계인 히어링부터 힘들기 때문이다. 모국어의 히어링 문제는 들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안 듣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듣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다.
정부.국민이 서로 말을 안 들어주면새 정부마다 늘 새로 출발해야 한다
프랑스 문호 앙드레 지드(Andre Paul Guillaume Gide, 1869~ 1951)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에 대해 이미 누군가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뒤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야 한다(Everything has been said before, but since nobody listens we have to keep going back and beginning all over again).”
정부가 할 일, 국민이 할 일에 대해선 이미 누군가 말했다. 새로운 정부마다 원점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정부는 국민의 말을, 국민은 정부의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는 이유는 말을 듣는 척하며 딴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대화중에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는 내 할 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이 남에게 할 말을 마음속으로 이미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There are people who, instead of listening to what is being said to them, are already listening to what they are going to say themselves).”
프랑스 극작가 알베르 기농(Albert Guinon, 1863~1923)이 한 말이다.
기농은 ‘그런 사람들이 있다’라고 했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이 대다수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자신에 대한 인물평을 남이 해주는 경우다. 세상에서 가장 궁금하고 소중한 게 나다.
“어떤 사람에게 그 자신에 대해 말하면 수 시간 동안 경청할 것이다(Talk to a man about himself and he will listen for hours).”
영국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804~1881)가 한 말이다.
식물과 동물에게도 본능이 있다. 만물의 영장 인간은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본능으로 해결 안 되는 새로운 것을 배워 야 한다. 최고의 학습거리는 듣기다.
“듣기는 오감(五感) 중 하나지만, ‘귀를 기울여 듣기’는 기예다(Hearing is one of the body’s five senses. But listening is an art).”
미국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타이거(Frank Tyger, 1929~2011) 가 한 말이다. 경청(傾聽)은 어렵다. ‘내 귀가 움직일 정도’로 남의 말을 듣는 것은 힘들다. 프랑스의 모랄리스트 라로슈푸코는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듣고 잘 대답하는 게 대화술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To listen closely and reply well is the highest perfection we are able to attain in the art of conversation).”
대화를 잘하는 사람에겐 권력도 재물도 주지 못하는 최상의 기쁨이 있다. 최고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화자(話者)에서 청자(聽者)로 가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환은 우선 당위의 문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귀가 두 개, 입은 한 개인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두 배를 더 들으라는 뜻이다(We have two ears and one mouth so that we can listen twice as much as we speak).”
의무의 문제이기도 하다. 독일계 미국 신학자 폴 틸리히 (Paul Johannes Tillich, 1886~1965)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듣는 것이다(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순도가 낮은 사랑이다.
말하는 건 손해, 듣는 게 이익이다
잘 듣는 것은 이익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교 총장을 지낸 사학자 자레드 스파크스(Jared Sparks, 1789~1866)는 이렇게 말했다.
“말한다는 것은 이미 아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듣는다는 것은 종종 뭔가를 배우는 것이다(When you talk, you repeat what you already know. When you listen, you often learn something).”
말에는 명령, 소원이 담겼다. 말을 듣는 것은 명령과 소원을 수용하는 것이다. 듣는 척도 안하지 말고, 듣는 시늉이라도 하라. ‘조직을 위해 죽으라’는 명령이 떨어져도 죽을 필요는 없다. 시늉만 해도 모든 조직에서 사랑 받는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Homeros, B.C.800?~B.C.750)는 이렇게 말했다.
“신(神)들은 특히 그들에게 복종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 (Whoever obeys the gods, to him they particularly listen).”
‘신인합일(神人合一)’이기에 ‘사인여천(事人如天)’해야 한다. 사인여천의 출발점은 내 주변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이요, 복종의 출발점은 그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지식은 말하지만, 지혜는 듣는다(Knowledge speaks, but wisdom listens).”
미국 음악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1942~1970)가 한 말이다. 지혜가 지식보다 위라면, 한 수 위인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되려면 용기도 필요하다.
“용기가 있어야 일어나 말할 수 있다. 또한 용기가 있어야 앉아서 들을 수 있다(Courage is what it takes to stand up and speak; Courage is also what it takes to sit down and listen).”
미국 회중교회 목사 칼 허먼 보스(Carl Hermann Voss, 1911~ 1995)가 한 말이다.
미국 종교지도자 윌리엄 보엣커(William John Henry Boetcker, 1873~1962)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진 자들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아는 자들의 말을 들으려고 한다면세상은 다른 곳이 될 것이다(What a different world this would be if people would listen to those who know more and not merely try to get something from those who have more).”
잘 듣는 사람에겐 좋은 기억력이라는 선물도 덤으로 따라 붙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신학자 트라이언 에드워즈가 한 말을 명심할지어다.
“좋은 기억력의 비결은 주의(注意)를 기울이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우리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잊어버리기 힘들다(The secret of a good memory is attention, and attention to a subject depends upon our interest in it. We rarely forget that which has made a deep impression on our m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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