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안의 작품 '저스트 어 케이크-엔젤'이 지난 17일 마감된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에서 49회 경합 끝에 1010만 원(추정가 55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가나 아틀리에 입주 작가들이 스피커 오브제로 작업한 평면 작품 중 최고가로, 동시대에 주목받는 작가들보다 높은 낙찰가다.
지난 12월 말 '케이크 표절' 이슈를 계기로 권지안은 이를 모티브 삼아 작품 작업에 매진한 뒤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열린 개인전을 열고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개인전의 성공은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까지 이어졌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의 한 작품인 '엔젤'로, 가로 50cm·세로 70cm 사이즈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작업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는 미술 작품 속에 음악 작품을 넣어 권지안과 솔비의 자아를 동시에 넣었기 때문이다.
스피커 기능이 있는 캔버스에 순백색이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입체 부조 작품을 완성시켰고, 그 안에 자신의 신곡 '엔젤'을 삽입해 미술과 음악을 결합하며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경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권지안은 낙찰자에게 '엔젤'의 음원 공개 여부 결정권, 즉 음원 유통에 대한 동의권을 같이 포함시켰다. 만약 낙찰자가 대중에게 공개를 원치 않는다면 '엔젤'은 미술 작품처럼 단 한 사람의 음악으로 소장되는 공격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권지안은 케이크 표절 이슈로 겪은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비롯해 미술과 음악을 결합하는 새로운 예술 형태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소통했다. 이러한 독특하고 특별한 발상은 권지안만의 예술적 해프닝으로 거듭났다.
권지안의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는 지난해 12월 케이크 표절 논란으로부터 시작된 작업물로, '아이들의 찰흙 놀이와 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으로부터 발단이 됐다. 이후 표절이라는 악의적 댓글이 퍼져나갔고 이를 기반으로 2차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솔비는 연예인이 아닌 작가 권지안으로서 작품을 통해 소통하기로 하고 케이크를 모티브로 평면·입체 회화·조각 등을 완성했다.
권지안은 케이크의 다양한 단면들을 해체해 캔버스 폭에 케이크로부터 파생된 모습을 평면 회화로 표현했다. 케이크 크림 같은 질감을 연출해 캔버스 위로 입체적인 형상이 눈에 띄는 특징을 갖는다. 작품 안에 있는 초는 위태로운 작가의 상황과 마음을 드러내며, 초에서 타오르는 불씨는 희망을 뜻한다.
해외에서는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를 현대미술의 성립 조건을 갖춘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판단하고, 갤러리를 비롯해 아트페어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12월 바르셀로나 국제 아트페어에 메인 아티스트로 초대됐으며, 뉴욕과 도쿄·두바이 등의 갤러리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권지안은 "이번 실험을 통해 대중음악이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예술의 한 장르로서의 귀한 가치를 더 느꼈으면 한다"고 말하며, "오디오 문화에서 비디오 문화로 변화하면서 대중음악의 가치는 점차 낮아지고 인스턴트식으로만 소비되는 획일화된 음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다양한 대중음악이 귀한 가치로 인정받길 바라며, 화려함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음악과 아티스트들도 진정한 가치로 인정받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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