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결국 병원을 떠나는 가운데 정부는 사직 처리에 따라 부족해진 전공의 인원을 파악하고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할 수 있도록 전공의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AI이미지
[한스타= 이영희 기자] 수련병원들이 진통 끝에 사직 처리에 들어가면서 전공의들이 결국 병원을 떠나게 됐다. 이에 1만여명에 달하는 미복귀 전공의들이 결국 병원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일괄 사직 처리에 대한 의사단체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고, 전공의 대표는 병원장들이 "정부의 권력에 굴복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또다른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정부는 사직 처리에 따라 부족해진 전공의 인원을 병원들로부터 제출받아 이달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하반기 모집을 통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1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은 전날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했다.
전공의들이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는 가운데 병원들은 이들 '무응답'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공의 중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사직률은 이들의 복귀·사직 의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12.4%(1만506명 중 1302명)다. 16일 하루에 사직 처리된 레지던트만 1216명 급증했다. 같은 날 기준 서울 주요 5대 병원인 '빅5' 병원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38.1%(1922명 중 732명)로 더 높았다.
병원들의 전공의 사직 처리에 관한 의사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대 교수들은 "각 병원이 사직서 처리와 수리 시점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소속 전공의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들의 거취는 전공의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하고 사직을 희망할 경우 2월 29일로 처리해야 한다. 정부의 지시대로 6월 4일 이후 일괄 사직이 처리될 경우 다수의 교수가 사직하겠다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게 보냈다. 사직처리 기준일을 6월 이후로 할 경우 전공의들이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 모집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공의 대표는 병원장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사직한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며 "전공의를 병원의 소모품으로 치부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원장들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의사단체들의 반발 속에서도 정부는 일정대로 하반기 모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8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브리핑을 통해 전날까지 받은 각 병원의 결원 규모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정부는 전공의들이 9월 수련에 돌아오면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번 복귀·사직 결과를 보고 전공의들을 더 설득하고 전공의들이 관심을 갖는 가시적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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