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동해향교에 강의하러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고속터미널로 향하다가 영동지방에 폭설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기별을 듣고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오는 길에 전주콩나물국밥에 모주 한 잔이 허한 심사를 달래주기에 족하다.
집에와 창 밖에 날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다 문득,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는 그 고귀하고 신비한 "생명"이 떠올랐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지만,
그래도 지금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립다.
"80년을 살고 나니까 생명이라는 것의 갸륵함을 느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곤충일지라도 몸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 신기한 맥동을 갖고 있지요. 그러니까 주어진 시기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합니다."
생명의 구원과 사랑을 위한 기도를 현대시의 한 주제로 자리매김한 인물(문학평론가/권영민)로 평가되는 김난조 시인은 시종일관 생명의 가치, 상호존중과 친화적 공존, 합일과 구원을 노래해왔다.
이 시는 바로 시인의 그런 철학을 생동감있는 시어로 잘 형상화시키고 있다. 모든 생명은 시련과 고통을 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며, 그것이 삶의 진실이요 본질이라는 것이다.
2014. 2. 8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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