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의 올바른 사용

서명수기자의 이솝경제학 / EK BOOK / 2014-02-20 02:48:55

폐허가 된 장미 정원




꽃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특히 장미꽃을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광장에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꾸며 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가서 장미꽃을 구경하고 돌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의 색깔은 서로 달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절반은 노란 장미를 좋아했지만 나머지는 빨간 장미를 좋아했습니다.
“어떻게 빨간 장미를 좋아할 수 있을까? 그 꽃은 너무 색깔이 붉어서 품위가 없어.”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 보잘것없는 꽃을 좋아하다니 도우지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은 서로의 취향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미 정원에 갈 때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미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다른 색의 장미를 몰래 뽑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노란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빨간 장미를 몇 송이씩 뽑아 버렸고 빨간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노란 장미를 뽑아 버렸습니다.
노란 장미와 빨간 장미는 점점 꽃송이가 줄어들었습니다. 마침내 마을 광장의 아름다웠던 장미 정원은 황폐해지고 보기 싫은 폐허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폐허가-된-장미-정원 폐허가 된 장미 정원




우리 주위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소유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 물건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경제는 이러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 아닌 것들도 있습니다. 정해진 주인 없이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들을 ‘공유재산’이라고 하죠. 이 이야기에 나오는 장미 정원이 공유재산입니다. 공기, 강, 산, 풀과 나무, 바다 등도 공유재산입니다.
장미 정원 이야기에서 보듯 공유재산은 주인이 없다 보니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공기와 강물이 쉽게 오염되고 바다의 물고기는 그 양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산의 나무들은 누군가 마구 베어 갑니다. 공유재산은 주인이 따로 없어서 사람들이 함부로 사용하거나 쉽게 훼손합니다.
하지만 사유재산은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소는 하루에도 수만 마리씩 도축되지만 멸종될 위험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바다의 고래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유재산인 소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도 치고 좋은 사료를 먹이며 소의 숫자를 늘리려고 노력하지만 공유재산인 고래에 대해서는 남보다 먼저 사냥하려고 덤벼듭니다. 고래의 수가 줄어든다고 어부들끼리 그만 잡자고 약속을 했다 하기로 하지만 결국 약속을 지킨 어부만 손해를 봅니다. 다른 어부들은 주인 없는 고래를 계속 잡을 테니까요.



함께할수록 커지는 공유재산

주인이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공유재산에 사유재산권을 부여하면 어떨까요? 마을에서 누군가에게 장미 정원을 팔아서 개인 소유로 만든다면 마을 주민들 전체가 아름다운 장미를 보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공유재산에는 사유재산권을 부여하기가 힘듭니다. 공기나 바다의 고래, 산속의 곰에게 사유재산권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큰 혼란이 닥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부여하기 힘든 공유재산에 대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가하는 방법으로 보호합니다. 한강에 폐수를 흘려보내는 기업을 적발해 처벌한다든지, 공기를 더럽히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단속합니다. 또 고래는 포획할 수 있는 시기와 머릿수 등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벌을 줍니다.
규제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도 따지고 보면 공기라는 공유재산의 보호를 소홀히 한 데 따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공장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를 오염시키고 그 결과 지구가 따뜻해져서 북극의 얼음이 녹고 홍수와 가뭄 등의 이상 기후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공유재산을 내 것처럼 아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두를 위한 고유재산을 나만 사용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폐허가-된-장미-정원2공유지의 비극

이 말은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이 1968년에 처음 사용했으며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자주 쓰입니다.

“마을의 목초지를 공동으로 사용한다면 주민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축 수를 늘리려 할 것입니다. 마침내 전체 가축 수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어 결국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마을의 전체 소득은 감소한다. 주민 개개인은 가축 사육을 지속하기 위해 전체 가축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 더 많은 가축을 목초지에 풀어 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더 많은 가축을 풀어 놓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목초지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비극으로 향해 가고 만다.”

공유지 비극의 전통적인 해결책은 ‘사유화’입니다. 목초지 소유권을 부여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 가축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되는 이유는 사유화에 따른 특혜 시비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1933~2012)은 사유화보다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를 기초로 한 공유재산의 자율적 관리가 최선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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