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glorious feeling I'm happy again~~~ ♩♬♪
아~ 이 영화 참 달달하다. 귓가에 계속해서 맴도는 멜로디는 행복 바이러스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우울했던 기분을 유쾌하게 바꿔놓는 힘,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는 그래서 즐겁다. 사랑이란 감정이 이렇게 경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19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변화의 시기, 목소리는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돈 록우드(진켈리)는 '재즈싱어‘(최초의 유성영화이자 뮤지컬영화)의 성공소식을 듣고 자신이 출연했던 무성영화 <결투하는 기사>를 뮤지컬로 바꾸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함께 출연했던 여배우 리나 라몬트(진 헤이건)의 형편없는 목소리와 유성영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스탭들로 인해 <결투하는 기사>의 시사회는 관객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인기가 곤두박질 칠거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돈 록우드에게 친구인 코스모 브라운(도널드 오코너)은 리나를 대신해 영화에 캐시(데비 레이놀즈)의 목소리를 입힐 것을 제안한다. 캐시는 연극배우를 꿈꾸는 무희로 이전 돈 록우드와는 두 번의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한 번은 거리에서의 만남이 그것인데, 연극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그녀에게 그는 매력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인연은 마치 운명인 듯 또 한 번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돈 록우드의 영화 시사회 후 열린 파티에 그녀가 무희로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춤과 노래에 열정적인 캐시의 모습은 그가 느꼈던 매력에 불을 지폈을 것이리라.
브라운의 목소리 연기 제안을 받아들인 캐시는 리나를 대신해 무대 뒤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작품의 성공으로 기고만장해진 리나는 그녀에게 자신을 위해 얼굴 없는 배우로 평생 살아 갈 것을 강요한다.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을 쟁취한다고 했던가!
캐시의 슬픈 모습에 돈 록우드는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인 양 무대 위에 선 리나의 가증스러움에 일격을 가한다. 장막이 걷치면서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 바로 캐시의 모습!
이 후의 장면은 관객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돈 록우드와 캐시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가진 듯 달콤한 키스를 나눈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그야말로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보는 내내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는 이 작품이 왜 영화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는 평을 받았는지를 몸소 느끼게 해준다. 또한 매 장면마다 춤과 노래, 연기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어 내는 배우들의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영화의 공동 연출이기도 한 진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의 댄스 실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캐시와 브라운, 돈 록우드가 함께 춤추며 부르는 뮤지컬 넘버 <굿모닝>은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할 만큼 유쾌하다. 또 빗속에서 돈 록우드가 부르는 <싱잉 인 더 레인>은 영화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되기에 충분하다. 리나를 대신해 캐시가 목소리 연기를 승낙함으로써 그동안 쌓였던 깊은 고민에서 벗어난 돈 록우드의 안도감과 해방감, 그리고 무엇보다 연인 캐시에 대한 그의 사랑이 비와 춤, 노래로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이 장면에서 돈 록우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임에 틀림없다. 아니, 그의 행복한 느낌이 아무 이유 없이 내게도 스며드는 것만 같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저렇듯 충만하게 표현해 본적이 있었던가? 그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아쉽게도 아직은 돈 록우드가 되어 본 적도, 캐시가 되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아주 먼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 저편 어딘가에 묻어둔 것일 수도...
아무튼 사랑은 춤추게 한다. 그리고 노래하게 한다. 춤과 노래 속의 사랑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아픔이란 감정조차도 희석시키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그렇게 완성된 사랑은 세상 어떤 것보다도 달달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리나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대신 연기한 캐시의 목소리는, 노래할 때와 연기할 때 모두 다른 여배우가 더빙했다는 사실이다. 노래는 베티 노이즈가, 연기는 리나 라몬트 역을 맡았던 진 헤이건이 대신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캐시를 연기했던 데비 레이놀즈의 목소리는??? 혹, 영화 속의 리나 라몬트와 같은 소리???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
어쨌거나 목소리가 소재였던 뮤지컬 영화에 정말 웃기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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