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의심이 없으면 알 수가 없다
알지도 못하는데 깨달음이 있으랴
의심이 많으면 살 수가 없다
살지도 못하는데 즐거움이 있으랴
만족하면서 만족하지 말고
의심하면서 의심하지 말고
하지 않으면서 하지 않음이 없는 것
그런 삶을 사는 거다
소산
<관련고전>
o 疑心生暗鬼(『列子』 說符篇)
의심생암귀(『열자』 설부편)
의심이 귀신을 낳는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는듯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의심이 생기면, 온갖 무서운 망상이 잇따라 일어나 불안해지고 또 선입관으로 인해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귀신’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사람은 “어둠이 귀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중국의 열자(列子)는 어둠이 귀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심’이 어두운 귀신을 만들어 낸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귀신은 괴기영화에 나오는 요괴나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마음으로 지어내는 망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열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의심이 귀신을 낳는다.”는 말을 증명해 보여 준다. 어떤 사람이 소중히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도끼를 도둑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이웃집 아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걸음걸이를 보아도 그렇고, 안색을 보아도 그렇고, 말투 또한 영락없는 도끼도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 밭두렁에서 도끼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아이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그의 거동이 조금도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대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데, 자신의 의심으로 인한 선입관과 편견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렇다. 의심은 망상을 낳으며, 그것이 바로 귀신이다. 확실한 근거 없이 남을 의심하지 말자. 그것은 죄악이다. 우리가 살면서 서로 의심해서는 안 된다. 상호 신뢰가 인간관계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심할 것은 의심해야 한다. 공부나 독서를 할 때 의문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그것은 지적 호기심에서 나오는 바람직한 의심인 것이다. 또한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해서 사기꾼까지 믿으라는 것은 아니다. 눈 똑바로 뜨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사기꾼에게 속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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