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고전읽기] 뜻을 높인다는것 (尙志)

韶山 이상은 교수의 詩로 고전읽기 / 소산 / 2014-08-22 09:57:19

뜻을 높인다는 것(尙志)


세상에 뜻이라는 말만큼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인간에게 뜻이라는 말만큼
때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뜻을
세우고, 높이고, 이루고
때론 따르고, 어기고 또 잃는다
살아가는 데는 어떻게가 중요하지만
뜻에 관한 한 무엇이 더 소중하다
아무 뜻이나 다 뜻이 아니기에...

선비는 바로 뜻을 높이는 사람
그 뜻은 다름 아닌 사랑(仁)과 정의(義)
한 명이라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
사랑은 우리의 살아가야 할 집
정당한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지 않는
정의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뜻을 높인다는 것은
사랑의 집에 살며, 정의의 길을 가는 것
온 생명을 실현하며, 참된 길을 가는 것

소산

맹자

<관련고전>

ㅇ王子 問曰 士何事 孟子曰 士尙志 曰 何謂尙志 曰 仁義而已矣 殺一無罪 非仁也 非其有而取之 非義也 居惡在 仁是也 路惡在 義是也 居仁由義 大人之事備矣(『孟子』盡心上)
왕자점 문왈 사하사 맹자왈 사상지 왈 하위상지 왈 인의이이의 살일무죄 비인야 비기유이취지 비의야 거오재 인시야 로오재 의시야 거인유의 대인지사비의(『맹자』진심상)

왕자 점이 물었다. “선비는 도대체 무엇에 힘쓰나요?” 맹자가 대답했다. “선비는 뜻을 높입니다” “뜻을 높인다는 것이 대체 무엇이요?” “인의(仁義)일 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인이 아니고, 자기의 정당한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는 것은 의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 곳은 어디에 있을까요? 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걸어갈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에 살고 의를 따른다면 위대한 사람의 일이 다 갖추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맹자가 자신의 뜻을 펴기 위해 제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제선왕(齊宣王)의 아들인 점()이 맹자와 그 일행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처럼 보여 슬쩍 비꼬면서 물은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데, 당신들 선비라는 자들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 맹자는 단호히 말한다. 선비는 빈둥빈둥 노는 게 아니라 '상지'(尙志) 즉, "뜻을 높이는 것"이라고. 뜻을 높인다는 게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간단히 인(仁)과 의(義)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한 사람이라도 죄없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이 인이라는 것이다. 인(仁)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맹자는그 중에서 사랑 특히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강조한다. 의(義)는 의로움, 정의를 뜻한다. 맹자는 "자신의 정당한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말한다. "정의(正義)란 자기 것을 가지고 자기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 플라톤의 말과도 비슷하다.

오늘 날에도 여전히 이런 선비가 필요하다. 농사 짓고, 고기 잡고,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관리하는 이런 실용적인 일들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삶의 의미와 세상의 가치와 규범을 가르치고 바로 세우는 일들 또한 소중한 것이다. 그것은 교육자나 종교지도자의 몫이기도 하고, 크게는 오늘 날 다시 붐이 일고 있는 인문학의 역할이기도 하다.

뜻을 높인다는 것은 우리 모두 해야할 일이지만, 시대를 앞서가며 길을 밝혀주는 선각(先覺)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새 시대에 부응하며 현재를 책임지고, 우리의 미래를 선도해 갈 현대적 의미의 선비들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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