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어느 날 헛간에서 쥐들의 회의가 열렸습니다. 고양이한테 당하는 피해가 너무 컷기 때문이었어요.
"이젠 더 이상 안 되겠어. 고양이 때문에 마음 놓고 살 수가 있어야지."
"그래, 맞아. 어제 내 친구가 뒤뜰에서 놀다가 고양이한테 또 당했어.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고양이 밥이 되고 말 거야. 빨리 무슨 대책을 세워야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무슨 일이든지 나서기 좋아하는 쥐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고양이가 나타나면 날쌔게 도망칠 수 있도록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는 건 어떨까?"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우리가 아무리 빨리 달려 봤자 고양이는 한 걸음에 따라잡을 걸?"
"그럼, 우리가 호랑이 탈을 쓰고 다니는 거야. 그러면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치지 않을까?"
"·····."
쥐들은 저마다 고양이를 물리칠 방법을 얘기했지만 그다지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않았어요. 한참 후에 꾀가 많은 쥐가 자신 있게 말했어요.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쥐들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거야. 그럼 고양이가 나타날 때마다 방울이 딸랑딸랑 울리겠지? 그 소리를 듣고 미리 도망치면 고양이한테 잡아먹히는 일은 없지 않겠어?"
"이야, 그거 정말 멋진 생각인데!"
"역시 넌 꾀돌이야!"
쥐들은 이제 고양이한테 당하는 괴로움도 끝이라는 생각에 모두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그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늙은 쥐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생각이구나.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환호성을 지르던 쥐들은 입을 다문 채 서로 눈치만 살폈어요. 목숨을 걸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쥐는 한 마리도 없었거든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말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을 가리킵니다. 또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경우에도 이 말을 씁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 일을 해놓으면 공짜로 이용해야지' 라든가 '남들이 거저 이용하게 될 테니까 내가 먼저 하지는 않을 거야'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합니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이기적이지만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차비를 내지 않고 자동차를 얻어 타는 것처럼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혜택만 보려는 '무임승차'라는 현상을 발견 했습니다. 자동차를 공짜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동차 운수 업체들은 경영이 어려워지겠죠? 그러면 운전기사들도 다른 일거리를 찾으려 할 테고, 결국 운수업체들이 줄어들면 자동차의 수요 또한 줄어서 자동차 생산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결국은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볼게요. 밤에는 무섭고 위험하기까지 한 어두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여러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가로등이 있으면 모두가 편리할 텐데도 아무도 가로등을 설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가로등 설치 비용도 아깝고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괜히 내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무엇인가를 이용하는 경우에 무임승차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가로등을 설치하고 각 가구에 일정한 세금을 매긴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가로등과 가까운 집은 크게 만족하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집은 '똑같은 돈을 내는데 가로등의 혜택은 별로 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나타낼 테니까요
가로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물건이나 시설을 '공공재'라고 합니다. 공공재는 개인이 만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정부가 대신 만들고 관리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 들어가지 않는 공공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합니다. 집 앞의 공원과 공중화장실 같은 공공시설들을 생각해보세요. 이 시설들을 내 집에 있는 것만큼 소중히 여기나요? 분명히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죠.
공공재가 가지는 경제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누가 이용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아이스크림은 주인이 있는 '사유재'라서 내가 다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없지만 가로등은 그렇지 않죠? 둘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의 이용을 제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밤에 가로등 밑을 지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예를 들어 무기를 생산하고 군인을 공급하는 국방 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전문 기업이 생겨서 국방 서비스를 시장에서 판매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업은 최신 무기를 구입하고 군인들을 고용한 다음, 보호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돈을 받고 유사시에 국방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겠죠.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주위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받는 한 자신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구태여 돈을 지급하고 그 서비스를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에요. 이 때문에 무임승차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아마도 이 기업은 국방 서비스 사업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공공재의 공급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세금을 납부하고 젊은 남자는 병역의 의무를 갖는 것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
그럼 사유재는 무임승차 문제로부터 자유로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유재에서도 얼마든지 무임승차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칩시다. 그러나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복제해서 사용하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결과가 되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유용한 기술을 발명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기술의 독점적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특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기술을 몰래 이용하면 정부가 벌금을 물리는 등 엄한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다면 남이 개발한 기술을 공짜로 이용하려는 무임승차 문제가 생기고, 결국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이 개발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원작자의 허락도 없이 책을 베끼거나 음악을 표절하는 행위도 무임승차에 해당되므로 규제를 해야겠죠.
앞의 우화에서 쥐는 일반 사람을, 방울은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는 공공재나 사유재에 각각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방울 달기도 제 3자가 개입해야 풀릴 수 있답니다.
시장실패
시장은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 등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데 이를 시장실패라 부릅니다. 시장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앞에서 설명한 무임승차 문제입니다.
또 독점시장의 경우 독점 지위를 이용해 기업이 마음대로 가격이나 공급량을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시장실패가 발생합니다. 시장의 기본 기능과는 상관없이 외부의 영향에 의해 가격과 거래량이 달라지므로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부효과(외부경제, 외부비경제)도 시장실패의 원인이 됩니다. 환경오염, 자연 파괴 문제를 생각해 보면 적절한 사례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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