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2
높은 산이
땅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겸손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고개나 숙이고 허리나 굽힌다고
그것이 다 겸손은 아닙니다
마음을 비우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약하고 딱한 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을 때,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느껴지고
저들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겸손은 이제 막 시작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많고 큰 것을 덜어내어
적고 작은 것을 가진 저들에게 보태주고,
주어진 환경이나 벌어진 사태를 헤아려서
치우침 없이 고르게 베풀어 줄 때,
겸손은 그제야 할 일을 다 한 것입니다
소산
<관련고전>
o 象曰 地中有山 謙 君子 以 多益寡 稱物平施(『周易』謙卦, 象傳)
상왈 지중유산 겸 군자 이 부다익과 칭물평시(『주역』겸괘, 상전)
상(象)에 이르기를 “땅 속에 산이 있음이 겸(謙)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많은 것을 덜어내어 적은 것에 보태주고, 사물을 저울질하여 베품을 고르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여 우리에게 참으로 큰 울림을 남기고 떠났다. 그 분의 방문은 단지 한국 천주교와 그 신자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사회적 갈등도 유난히 많은 우리나라에 와서 온 국민에게 겸손과 화해의 메세지를 전하였던 것이다. 특히 고귀한 겸손의 미덕을 몸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교황이 되고 난 후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겸손이 아니라, 평생을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삶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더욱 감동이 있고, 향기로운 것이리라.
『주역』의 64괘중에 항상 길하고 좋은 최고의 괘는 바로 겸(謙)괘 이다. 겸괘는 높은 산이 땅 속에 있는 것 같은 형상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겸손의 도를 깨달아 실천하는 것이다. 보통은 말이나 외모를 보고 겸손함을 평가하지만, 그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겸손한 것 같지만, 남의 말을 듣는 척하고는 제 고집대로 하는 사람은 참으로 교만한 자들이다.
『주역』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겸손의 실천까지 언급하고 있다.“多益寡 稱物平施”(부다익과 칭물평시)가 바로 그것이다. 글자그대로 “많은 것을 덜어 적은 데에 보태주고, 사물을 저울질하여 고르게 베푼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훌륭한 경전(經典)의 말씀들을 가지고 있다. 단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진정한 겸도(謙道)를 체득한 군자의 모습을 본다. 그 분의 방한이 우리 모두에게 격려와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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