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담꾼 김수용, 예능 귀재로 재기 초읽기

연예인 야구 / 남우주 / 2014-08-20 15:38:28
TV 예능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하는 개그맨 김수용. TV 예능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하는 개그맨 김수용.


재기발랄하던 시절 잘 나가던 한 개그맨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부동산 사기 꼬임에 빠져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화려했던 방송계를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떠났고 곧 대중들에게서 잊혀졌다. 그리고 10여 년 간 실체없는 그림자처럼 살았다. 그런 그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시 돌아오는 것인가.

김수용. 이름만으로도 누구나 알만한 사람. 9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해 '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그런 그를 최근 양주 백석체육공원 야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담담했다. 마치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보였다. 자신의 얼룩진 인생을 그저 남의 얘기하듯 풀어냈다. 감정도 없었고 억양도 없었다. 단지 20여 년 된 얘기를 마치 100년도 전의 기억에서 꺼내는 듯 했다.

방송계를 떠난 지가 오래 됐다고 하자 그는 "2002년 부동산 사기 대출을 당하고 떠났으니 20년이 조금 넘었네요" 라고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힘들었을 세월을 어떻게 견뎠냐는 물음엔 "사니까 그냥 살아지데요" 역시 무의미한 대답이 돌아왔다. 단 두 마디의 답변에서 그의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했던 인생의 행보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수영은 1991년 KBS 제1회 대학 개그제로 데뷔한 뒤 KBS 개그 공채 7기로 활동을 시작했다. 박수홍·남희석·김국진·최승경 등이 동기다. 데뷔 초 '감자골 4인방'(김용만·김국진·박수홍·김수용)으로 단 번에 이름을 알리고 코미디가 아닌 개그의 참 맛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99년까지 '한바탕 웃음으로' '비디오 챔피언'등 KBS 대표 개그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맡은 프로마다 시청률 메이커로 승승장구했다. 이후 프리랜서로 SBS '진실게임'을 이경실·이성미와 진행하며 재치있는 말솜씨로 명MC 명성을 쌓았다. 시간이 부족해 방송을 다 하지 못할 만큼 바쁜 시절이었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2002년 개그 선배로 부터 달콤한 제안을 받았다. 명의만 빌려주면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시세 12억 원짜리 빌라 명의를 김수용으로 해 9억원의 대출을 받아주면 3천만 원을 준다고 했다. 솔깃해진 김수용은 명의를 빌려줬다. 그러나 그 빌라 가격은 5억 5천만 원이었고 빌라를 팔아도 4억의 빚이 김수용에게 남게 되었다.

2014년 1월 6일 방송된 MBC '세바퀴'에 출연한 개그맨 김수용. (MBC 방송화면 캡처) 2014년 1월 6일 방송된 MBC '세바퀴'에 출연한 개그맨 김수용. (MBC 방송화면 캡처)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믿었던 선배에게 당한 사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는 말을 잃었고 세상이 싫어졌다. 살 의욕마저 사라진 그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방송에서도 덜 찾았고 그도 굳이 하려 하지 않았다. 방송계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잃어 버린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 그는 침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끊었다. 그리고 찾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 만의 시간 속에서 그는 괴로움과 싸워야 했다. 2008년 그는 한 매체에 출연해 그 당시의 심경을이렇게 밝혔다. "차도 압류되고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못된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다만 일흔이 넘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먹고 사는 문제가 대두됐다. 부동산 송사로 인해 방송계를 떠났지만 그는 여느 연예인처럼 복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공백이 길어지자 다른 직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2004년 우연한 기회로 그는 대학 강단에 서게 되는 기회를 잡았다.

겸임교수로 용인송담대학 방송영상학과에 출강했다.아이디어 창출과 기초연기 등을 가르쳤다.2006년 그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 입학했다. 학부출신 교수라는 다른 교수들의 수근거림에 자존심이 상해서다. 그러나대학원 진학이 그의 운명을 바꾸게 될 역사적 사실이 될 줄 그는 당시엔 몰랐었다.그는 대학원을 졸업했고 2010년까지동양대학과 대구과학대학 등에서강의를 이어갔다.

그 시절 시간강사 수입은 적었고 따라서 생활은 팍팍했을 것.생계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선선히 대답했다 ."2008년에 결혼을 했지요. 그 전까지는 싱글이었는데 혼자니까 그럭저럭 살아지더라구요". 그는 대학원에서 만난 7년 연하 여인과 1년 교제끝에 2008년 결혼했다. 학업을 도와 주고 교수의 길을 갈 수 있게 지원해 준 그녀는구원의 존재였다.

지난 8월 9일 방송된 MBC '세바퀴'에 출연한 김수용 가족. 이 날 아내 김진아 씨와 딸 나원 양이 공개됐다.(MBC 방송화면 캡처) 지난 8월 9일 방송된 MBC '세바퀴'에 출연한 김수용 가족. 이 날 아내 김진아 씨와 딸 나원 양이 공개됐다.(MBC 방송화면 캡처)


그는 2008년 출연한 방송에서 그녀를 이렇게언급했다. "내 삶의 의욕을 일으켜 준 복덩이"라고.그의 아내 김진아 씨도 "결혼을 결심한 당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생각이 바른 사람이라인생을 맡겨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존경심이 드는 사람이고 지금 내 선택이 기쁘다"고 말했다. 참 무던하고 마음이 고운 여인일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강의를 그만 둔 2011년 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일 방송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해서 그는 증권방송(현SBSCNBC)에서 매일 2시간씩 고정출연하며 아내와 둘이 먹을 밥을 해결했다. 그리고 출연은 했지만 대중들은 몰라 주는 증권방송을 2012년까지 했다.

가정을 꾸리며 그는 안정을 찾았고 데뷔 동기들과의 연락도 이어졌다. 2011년 12월 MBC '라디오스타'에서 데뷔 때 인기 프로 '감자골 4인방'의 주인공들이게스트로 출연해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았다.김수용은 이 자리에서 사기 사건 이 후 게임 속에서도 사기당한 얘기, 사업아이디어 '우유텍' 소개, 아내와의 결혼 비화 등을 맛깔나게 풀어내 대박을 터뜨렸다. 시청자들을 빵 터지게 한개그 본능과 화려한 입담은 그가 아직살아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방송은사실상 김수용의 컴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이 후 김수용은 올 들어 MBC '세바퀴', KBS2 '해피투게더3' 등 예능프로에 띄엄띄엄 그러나 꾸준히 출연하며 녹슬지 않은 재담을 선보이고 있다. 두 달 전엔 동기 김국진의 소속사 '라인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재기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소속사가 생겼는데 왜 방송은 뜸하냐는 질문에"10년을 놀았는데 두 달을 못 기다리겠어요? 곧 방송 잡아 주겠지요"라고 개그식으로답했다.

스마일 1루수 김수용이 외인구단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김수용은 은퇴할 때까지 스마일에서 뛰겠다고 밝혔다. 스마일 1루수 김수용이 외인구단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김수용은 은퇴할 때까지 스마일에서 뛰겠다고 밝혔다.


연예인 야구를 초창기부터 해왔다는 그는 사기 사건여파로 입단과 탈퇴를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 스마일 소속이 된 건 어떤 자리에서 이봉원을 만났는데 야구가 하고 싶어 자신이 먼저 입단 제의를 해서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야구는 올 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나이가 벌써 50입니다. 여기서 은퇴해야죠"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늦둥이로 낳은 여섯 살 난 딸 나원이를 두고 있다.세 가족은 지난 9일 방송된 '세바퀴'에 출연해 다복한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어려운 살림에 아내가 바가지는 긁지 않냐고 물으니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런 여자가 아니다"며 단지 "애 키우려면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한다. 오래 살아야 하니까 운동해서살 좀 빼라는 정도의 얘기는 한다"며 아내를감쌌다.

"딸 나원이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열심히 해야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리 잡아야합니다. 소속사도 뛰고 있고 옛적콤비들도 있는데 방송 꼭 할겁니다" 인터뷰 내 담담하던 그가 이 대목에서 딱 한 번 목소리를 높혔다. 그 만큼 재기에 대한의지가 결연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져 왔다. 쓴 세월이 그를 한 결 성숙시킨 모양이다.

재치있는 말 솜씨·반짝이는 아이디어·진심이 담긴 스토리 등 그는 여전히 20여 년 전 얘기꾼 김수용이었다. 방송으로 돌아 오는 첫 걸음은 이미 떼었다.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가 진행하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볼 일만 남았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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