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담뱃값(담뱃세)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여론의 관심은 인상 폭과 인상 내역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는 11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담뱃값 인상 폭과 경고그림 등의 비가격 정책을 포괄한 '종합적 금연대책'을 논의한 후 그 결과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할 예정이다.
문형표 장관이 지난 2일 "현행 2500원 수준인 담뱃값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지 9일 만에 일사천리로 담뱃값 인상 작업이 진행됐다.
◇인상 폭 1000~2000원...1500원 유력설도
담뱃값 인상 폭은 1000~2000원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장관이 밝힌 2000원보다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이 내려간 금액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당초 인상안 500~1000원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최경환 부총리 겸 장관의 확고한 담뱃값 인상 지지 방침에 따라 1000원 이상을 올리는 방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0원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 폭이 결정되면 복지부 담당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안전행정부 소관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가 모두 오른다. 당연히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국내 담뱃값 2500원 중 유통마진과 제조원가 950원을 뺀 나머지 금액은 세금과 부담금이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0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이 들어 있다.
복지부의 '국가별 담뱃값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담배 1갑당 가격이 2500원으로 주요 15개국 가운데 13위다. 담뱃세 비율도 담뱃값 2500원 중 1549원인 62% 수준으로 주요 15개국 중 12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로 인한 의료비 손실액이 매년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복지부는 표면적으로 국민건강 증진과 지난 2005년 가입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이행을 담뱃값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헬스플랜 2020'을 통해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명분에도 정부가 '세수 증진'이라는 정책적 이득을 얻게 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담뱃값을 1000원 올리면 2018년까지 연평균 2조5458억 원의 세수(稅收)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부 계획대로 2000원을 올리면 세수 증가분은 5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1500원 인상이 확정되면 세금 증가분은 3조8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기재부 "세수와 무관"...야당 "정부 본래 목적 숨겨"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 4500원이 되면 가격이 일순간에 80% 인상된다. 담배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정책 저항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1000원 수준에서 가격 인상이 결정되면 정부의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흡연율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고 세금만 걷어간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담배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기재부는 담뱃값 인상에 "세수 확보와는 무관하고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에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일 오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담뱃값이 너무 싸 국민 건강을 해칠 소지가 있다"며 "국민 건강 차원에서 복지부 등의 요청이 있어 담뱃값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대응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을 사실상의 '세수 확보'로 보고 정부의 금연대책 발표 후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2000원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뒤 1000원에서 1500원 수준에서 인상 폭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수 확보'라는 본래 목적을 숨기고 여론의 관심을 인상 폭으로 좁혔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가 청와대, 기재부와 논의한 내용을 성급히 발표해 여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복지 정책에 따른 부족한 정부 재정을 메우려는 꼼수라면 차리리 복지 확대를 위한 정책임을 솔직히 고백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이어 "2000원 인상안은 과한 측면이 있고 그 이하면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는다"며 "결국 담뱃값 인상분을 누가 가져갈지를 놓고 부처 간 아귀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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