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TV영화]
‘결혼은 판단력이 부족해서 하고, 이혼은 인내력이 부족해서 하고, 재혼은 기억력이 부족해서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지만 전혀 얼토당토 않은 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결혼해서 이혼도 하지 않고 사랑을 하게 되면 그것은 뭐가 부족해서 하게 되는 걸까요? 불륜이 아니냐고요? 토요일 밤(11시) ebs에서 사랑과 불륜이 어떻게 다른지 판단해봅시다.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교재입니다.
▲ 금요일(10월31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선 ‘케이프 피어(Cape Fear, 1962, 감독: J. 리 톰슨)’를 준비했습니다.
강간폭행죄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맥스(로버트 미첨)는 8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석방된 후 당시 자신을 감옥에 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샘 보든(그레고리 펙)에게 복수할 계획을 짭니다.
이 영화는 평온한 가정을 파괴하려고 지능적으로 접근하는 범죄자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법의 수호자인 변호사 샘이 맥스의 범죄 계획을 알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맥스를 처리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려 하는 모습을 통해 법이 지닌 한계와 허점을 꼬집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레고리 팩과 로버트 미첨의 멋진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흑백으로 제작된 원작과 1991년에 로버트 드 니로와 닉 놀테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리메이크 영화와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20)은 ‘퍼펙트 스톰(The Perfect Storm, 2000, 감독: 볼프강 페터젠)’을 방영합니다.
‘얼짱 패션리더’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재난영화로,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한 태풍에 휘말린 '안드레아 게일'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2000년도에 국내 개봉되면서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가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알려졌지요. ‘퍼펙트 스톰’은 원래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하여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지칭하나, 환경 문제 외에도 경제ㆍ사회적 측면에서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지칭해서 쓰입니다.
▲ 토요일(11월1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의 선택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명품입니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미국 아이오와 주 시골 농부의 아내인 프란체스카와 전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찍는 로버트가 겪게 되는 단 4일간의 사랑은 불륜이라는 말이 애달플 정도로 기적 같은 사랑입니다. 평생에 단 한 번 느끼게 되는 확실한 감정, 그 사랑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출판 당시부터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고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까지 제작돼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였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영화화에는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언급됐었다고 합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명됐던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였으나 ‘쥬라기 공원’과 ‘쉰들러 리스트’를 성공시킨 그는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측에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워너 브러더스는 시드니 폴락에게 감독 자리를 제의했습니다.
남자 주인공 역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물망에 오르면서 이미 여주인공으로 낙점돼있던 메릴 스트립과 함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영광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스케줄 문제로 시드니 폴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고사하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주연을 맡게 됩니다. 당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후였으나 그가 과연 이런 정통 멜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연출력으로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으며 당시 65세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메릴 스트립과의 로맨스를 애잔하면서도 절절하게 잘 소화해냈습니다.
▲ 일요일(11월2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신데렐라 맨(Cinderella Man, 2005, 감독: 론 하워드)’입니다.
경기 중에 사람을 둘이나 죽인 헤비급 챔피언 맥스 베어와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제임스 J. 브래독(러셀 크로우)의 드라마틱한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브래독은 잦은 부상으로 화려한 정상의 문턱에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를 위해 배고픔도 잊은 채 권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절친했던 매니저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그가 상대할 선수는 두 차례나 경기도중 상대를 사망에 이르게 한 맥스 베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링에 오르는 퇴물복서에게 대공황기에 먹을 것이 없어서 아이들을 먼 친척집에 보내야만 했던 미국인들은 열광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을 타지 않은 신선한 우유를 마시게 해주고 전기와 가스가 끊기지 않는 따뜻한 집에서 재우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링에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우리 아버지들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이 고른 작품은 ‘만추(1981, 감독: 김수용)’입니다.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혜림(김혜자)이 특별 휴가 기간에 만난 청년 민기(정동환)와의 짧지만 불꽃같은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입니다.
김혜자 주연의 ‘만추’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작 ‘만추(신성일, 문정숙 주연)’를 김수용 감독이 1981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는 스산한 느낌에 뛰어난 영상미를 결합시키며, 감정 과잉의 신파적 멜로드라마에 익숙했던 당시 관객들에게 조용한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외국 영화는 수준이 높고 한국영화는 저질이라고 생각하던 평단과 대중의 선입관을 뒤흔들었습니다. 이후 김기영 감독은 ‘육체의 약속’(1975)이라는 제목으로 김지미와 이정길을 주인공으로 ‘만추’를 리메이크했고, 김수용 감독은 김혜자와 정동환 주연으로 ‘만추’(1981)를 만들었습니다. 2011년에는 김태용 감독이 현빈과 탕웨이를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고 탕웨이와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 obs 주말 영화도 살짝 엿보겠습니다.
- 토욜 obs시네마(밤 10:10)는 ‘이연걸의 백사대전(白蛇傳說, White Snake, 2011, 감독: 정소동)’을 방송합니다. 천년 묵은 뱀인 요괴 소소가 인간을 사랑하고, 또 인간과 대립하는 이야기입니다. ‘천녀유혼’과 다소 비슷한 설정이나 인물간의 관계는 조금씩 다릅니다. 황성의, 비비안 수 매력은 볼만.
- 일욜 obs시네마(밤 10:10)는 ‘오로라 공주(Princess Aurora, 2005, 감독: 방은진)’가 기다립니다.연이은 살인사건, 시신 곁에는 어김없이 붙어있는 오로라공주 스티커, 사건을 담당한 오형사(문성근)는 현장 CC-TV를 통해 "날 찾아봐..."라는 메시지를 남긴 정순정(엄정화 분)이 범인임을 직감하지만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스릴있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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