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복제된 줄기세포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딸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심민호(유연석)는 국민적 영웅인 이장환 박사(이경영)의 연구 성과가 그동안 날조된 것이었음을 제보한다.
어떠한 증거도 확보가 안 된 제보, 그 하나만을 믿고 윤민철PD(박해일)는 이장환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취재에 나선다.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모든 국민이 믿고 있는 영웅, 사실을 뛰어넘어 이제는 진리가 되어버린 자의 거짓된 행적을 파헤치는 일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저 나 하나쯤 눈 감아 준다고 한들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 아니, 그는 나 하나쯤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존재이기에 굳이 결과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싸움을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인데... 하지만 이 역시 안일함이 주는 궤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주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민철PD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제보자인 심민호 역시 자신을 향해 돌아온 마녀사냥식 부메랑에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진실의 힘을 믿기에, 그것이 떳떳한 아빠의 모습으로 딸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수면으로 떠오른 이장환 박사의 현실은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그가 만든 복제된 개 몰리는 길바닥에 버려진 병든 개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의 논문은 조작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은 마치 구세주인양 이장환 박사에게 매달리고, 그는 그들에게 값싼 거짓희망을 주며 존경의 대상이 된다.
언론이 그를 영웅으로 값 비싸게 포장해주는 동안 이러한 진실은 어딘가로 숨어버린 채 그는 국익의 대변자가 되어 국민을 자신의 추종세력으로 만들어버렸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으려 하지 않았던 이장환 박사, 실체가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몰리에게 한탄스럽게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연약한 허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너무 멀리 왔어...멈췄어야 했는데......”
거짓은 더 큰 거짓을 양산해내고 만다. 어쩌면 겹겹이 포장된 삶 속에서 이장환 박사는 이 사실을 잊고 영웅이 된 자신을, 자신을 향해 있는 모두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리석게도......
비상(飛上)했던 영웅은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은 채 언론에 의해 그렇게 추락하고 만다.
국익이라는 명분아래 그를 비호 했던 많은 세력들, 그들은 손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손으로는 결코 해를 가릴 수 없는 법이다.
또한 국익을 저해하는 진실이란 있을 수 없다. 진실이 곧 국익이기에.
이 두 명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할 수 없는 절대 진리이기를 바란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제보자이기를 자처한 윤민철PD의 외침은 결코 공허하지 않았다. 그는 용감하게 싸웠고, 그리고 그가 파헤쳤던 거짓으로 점철된 신화는 진실의 힘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신화는 곧잘 만들어진다. 그 연약한 허상에 파워를 부여하는 것이 언론이기도 하다. 신화 창조의 역할을 담당했던 언론은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어 온 신화가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 그리고 기꺼이 그렇게 행동했던 용기 있는 한 언론인에 의해 허구로 밝혀지며 자신들의 추한 모습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비로소 딸과 함께 웃을 수 있게 된 심민호, 또 다른 누군가의 제보 전화에 바쁜 걸음을 옮기는 윤민철PD, 그들의 양심과 포기를 모르는 용기는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믿으려하지 않는 이들과 은폐하려고 하는 자들을 향해 외친 진실의 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는 바로 진실, 그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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