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메릴 스트립 바라보고 연기할 나이"

스포츠 / 서 기찬 / 2014-11-23 21:23:10


배우 염정아가 최근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함께 '카트'에 출연했던 문정희와의 호흡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배우 염정아가 최근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함께 '카트'에 출연했던 문정희와의 호흡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문정희는 연기를 잘 해서 궁금했던 배우였다.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다.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News1 )


[뉴스1]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의 선희(염정아 분)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야근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 초과 근무에도 군말 없이 묵묵히 일하고, 성실하다 못해 바보처럼 우직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이 불합리한 처사인지, 무엇에 반문하고 분노해야 하는지 모른 채 지내다 외면하고만 싶었던 냉정한 고용 시스템과 마주하고 절망한다.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산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한다. 노동조합의 '노'자도 몰랐지만 이 또한 다음날의 생을 위해 순응해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었으리라. 그는 혜미(문정희 분)와 순례(김영애 분)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복귀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어느새 자신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순간을 맞기도 한다.

배우 염정아가 그런 선희 역할을 맡았을 때, 사람들은 이를 '연기 변신'이라는 범주에 뒀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거뭇한 기미가 가득한 선희로 분한 염정아의 연기력을 극찬하면서도 새삼 의외의 모습이라는 듯 놀라워했다. 대중은 염정아를 두고 흔히 히스테릭 연기의 대명사라고 했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캐릭터만 맡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도회적인 이미지가 진한 잔상을 남긴 탓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면밀히 살펴보면 한 가지 캐릭터로 규정지을 수 없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했다. 영화 '장화 홍련'의 은주부터, '범죄의 재구성'의 서인경, '여선생 VS 여제자'의 여선생, '소년, 천국에 가다'의 부자 그리고 드라마 '로얄패밀리'의 김인숙까지 염정아의 연기 색채는 도저히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빛깔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염정아의 대답은 대개 길지 않았다. 간결하고 힘이 있었지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음색에서 부드러운 성품이 묻어났다. 연기 경력 24년 동안 배역에 욕심 내지 않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역량 내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고 했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가 전달하는 감동 그 자체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후 선희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며 캐릭터를 완성해 갔다고. 사회 현실 반영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사회 문제에 직접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나만큼은 절대 그분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금 더 넓은 품으로 세상과 연기를 대하고 있는 여유와 공력이 느껴졌다. 트렌디한 캐릭터와 점차 멀어지는 것이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염정아는 "이제 메릴 스트립을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꿀 나이"라며 짐짓 웃어 보였다.

Q. 평소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잘 몰랐다. 이슈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면 그때서야 관심을 갖고 뉴스를 접하는 정도였다.

Q. 그렇다면 '카트'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카트'는 염정아의 필모그래피에서 변화의 지점에 있는 영화 같은데.
A. 각 인물마다 스토리가 있지 않나. 여자들의 우정, 그룹의 에너지가 좋았다. 동료들과 친분 없이 살기 바빴던 아줌마가 해고 통보를 계기로 동료들과 화합하면서 우정을 나누게 된 거다. 나는 평소 이렇게 동료애를 느낄 수 있을 만한 기회가 없어서 더욱 끌리더라. 무엇보다 엄마와 아들 둘 다 성장하는 얘기란 점이 좋았다.

Q. '카트'가 사회 현실 반영 영화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A. 없었다. 시놉시스 자체가 감동적이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소재가 민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더 고민했던 것 같다.

Q. 극 중 가장 큰 심리 변화를 겪는 인물이 선희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변화를 따라 연기하는 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A. 변화를 억지스럽게 연기하려 하지 않았다. 초반에 선희가 더 평범하고 기죽어 있고 음지에 있어야 후의 선희의 성장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선희라는 캐릭터가 마냥 드라마틱하게 표현됐다면 내가 연기를 잘못한 거다. 보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신다면 내 계산대로 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다행히 그 무렵 살이 3kg 정도 쪄서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배우 염정아가 3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트'는 대형마트의 계약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황정민, 천우희, 지우, 엑소 디오(도경수)가 출연하며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뉴스1) 배우 염정아가 3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트'는 대형마트의 계약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황정민, 천우희, 지우, 엑소 디오(도경수)가 출연하며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뉴스1)


Q. 선희라는 인물이 나타내는 평범함도 연기하기 쉽지 않았던 부분이었을텐데.
A.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평범한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야 관객들이 선희를 더 응원해줄 수 있을 테니까. 구부정한 모습, 손질 안 된 헤어스타일, 화장기 없는 얼굴, 기미 가득한 피부를 극대화시키고 싶었다.

Q. 그런 모습의 염정아가 더 돋보였다.
A. 실제로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예쁘시다. 예쁜 핀도 꼽고 계시고 고우시더라.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면 기존 내 이미지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아서 분장이나 헤어스타일로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Q. 캐릭터 내적으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평범하면서도 우직하고, 어눌하면서도 수줍음이 많은 이 아줌마를 표현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A. 선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올까 봐 걱정했다. 내가 몰입을 제대로 안 하고 있으면 선희가 아닌 염정아가 나올까 걱정되더라. 한 컷이라도 놓치면 감정선을 따라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선희의 마음을 끝까지 갖고 있으려 했다.

Q. 부지영 감독은 '카트'의 담담한 톤이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
A. 모든 신들이 다 감정을 누르는 편이었다. 선희가 혜미와 다시 통화를 했을 때 선희는 울면서 말할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너무 슬프지만 그 감정을 차분하게 누르고 말하는 것이 선희답다 생각했다. 그런 모습이 더 안쓰럽게 보이지 않겠나.

Q. 선희가 마지막에 용기를 냈던 모습도 같은 맥락인 것인가.
A. 사람이 아무리 상황이 바뀐다 해도 기본 성향 자체가 바뀌기는 힘들다. 앞에 갑자기 나서게 된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누군가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목소리를 크게 내기는 힘들 것 같더라. 아무리 분노에 사무친 사람일지라도 선희라면 "여러분"이라는 말도 힘겹게 내뱉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Q. 카트를 끌고 물대포를 맞는 장면이 아무래도 관객들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샷이 넓게 잡히다 보니 많은 그림이 동시에 알맞게 담겼어야 했을 텐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오케이 사인을 받았을 것 같다.

A. 한 겨울에 물대포를 맞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 당일이 생각보다 푹한 날이었다. 사실 촬영이 시작되면 추운 거에 대한 생각은 더이상 들지 않는다. 마트 앞에 내버려지는 순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싸우는 거다.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어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매순간, 매커트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Q.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아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다. 둘 다 각자 성장을 겪고 촛불 앞에 두고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장면 말이다. 아들이 엄마한테 먼저 손을 내미는데 그걸 받는 선희의 마음과 그걸 주는 아들의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그 커트를 여러 번 찍었는데도 다시 찍을 때마다 감정이 북받치더라.

Q. 도경수의 팬들 입장에선 염정아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도 인상이 깊었을 거다. (웃음)
A. NG 없이 한 번에 성공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두 번 갔다. (때리고) 바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여러 차례 때린 편의점 사장(김희원 분)도 있지 않나. (웃음) 당시 현장에선 (도)경수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 친구인 줄 몰랐다. 요즘 프로모션을 하면서 그 인기를 실감해 깜짝 깜짝 놀란다.

Q. 전성기를 누렸던 여자 배우들이 어느새 누군가의 고모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배역 변화에서 오는 허탈감은 없었을까. A.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느낌은 있다. 그런데 그게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지금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옛날 생각하면 뭐하겠나. 이젠 '맘마미아!'의 메릴 스트립을 보며 새로운 꿈을 꾼다. 오히려 그쪽을 바라보고 있지, 그 밑의 나이의 배역을 바라보는 건 아니다.
Q. 그래도 여전히 욕심이 나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 A. 욕심을 내면 더 실망하기 때문에 굳이 욕심을 내진 않는다. 나는 영화든 드라마든 내가 할 수 없는 캐릭터면 금방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뭐 하나라도 안 맞으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보다 욕심이 그리 많지 않다. (웃음)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 이야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이 생기면 엄청 기쁜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Q. 이전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염정아는 평범한 캐릭터보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 A. 그렇다. 무난하고 평범한 것보다 개성이 넘치고 색깔 있는 캐릭터가 많이 끌린다. 영화 '장화 홍련' 같은 캐릭터도 내 얼굴의 예민한 느낌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Q. 그런데 당시 모습과 비교해서 세월이 많이 흐른 것 같지 않다. 여전히 미모 유지 비결에 대해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을 텐데. A. 나 역시 다른 배우 분들의 미모 유지 비결이 제일 궁금하다. 나는 나름대로 적게 먹고 운동하면서 유지하는 편이다. 운동을 안 하면 큰일 나더라. (웃음) 그래도 즐겁고 행복하니까 얼굴이 미워지지 않는 것 같다.
Q. '카트'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A. 여전히 부당한 대우가 있다는 것과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혹여 그분들이 보시면 ‘이건 맞지 않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게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수줍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가 여기까지 왔구나, 누가 얘를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바란다. 일단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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