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톡] ‘컬러풀 웨딩즈’- 우리는 가족이야!

스포츠 / 권상희 영화 칼럼니스트 / 2014-12-01 15:59:09
어린 시절 보았던 파란 눈의 외국인은 그야말로 나와 다른 아니 우리와는 다른 낯선 모습의 이방인이었다. 영어 울렁증 탓도 있었겠지만 괜실히 그들을 피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다름이라는 것이, 낯설다는 것이 때로 막연한 기피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던 시절, 과거에는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거리에서 또 미디어를 통해서 외국인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일이 매우 흔해졌다. 올해 서울의 인구 증가 이유가 외국인 때문이라니 가히 글로벌이 대세인 시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다문화가족은 어떨까?

컬러풀 웨딩즈

독실한 카톨릭, 프랑스 순수 혈통의 클로드부부에게 있어 가장 큰 바람은 바로 막내딸이 자신들과 같은 순수 혈통의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첫째 딸은 아랍인, 둘째는 유태인, 셋째는 중국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가히 다국적 패밀리라 하겠다.
하지만 각기 다른 국가와 민족 구성원을 하나의 가족으로 결합시키는 일은 이들에게 요원해 보인다. 함께 식사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그들, 설전을 넘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대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결코 연합이 불가능한 모습이다. 다문화가족이 감수해야 할 문화쇼크 그것은 축소판 세계대전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들이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들을 집에 초대하기로 한 클로드 부부. 이들의 노력에 화답하듯 모두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리는 3명의 사위들, 역시 가족이란 이름이 거져 주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양보와 수용의 미덕은 다문화 구성원을 가족으로 연합시키는 힘이다.

하지만 클로드 부부의 간절한 바람을 산산조각 내고 마는 막내딸의 예비사위는 바로 아프리카인.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부모님에게 그야말로 특급 폭탄을 안기는 셈이다. 결국 이들부부의 문화쇼크는 정점에 달하고 만다. 충격을 이겨내지 못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고, 급기야 이혼위기에까지 처한 클로드 부부,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인 예비시댁에서조차 이들 의 결혼에 극심한 반대를 한다. 식민지 시대의 문제, 국가 간의 관계 등 결혼 당사자인 두 사람의 사랑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이유들이 서로에게 반감의 요소가 되는 이상한 상황, 역사와 국가관까지 넘어야 하니 다문화가족은 그래서 어렵고 힘들다.

그래도 다행히 결별 위기에 처했던 막내딸 커플은 모든 역경을 겪은 후에 가족의 축복 속에서 행복하게 웨딩마치를 올린다. 우리의 바람대로 말이다.“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술의 힘을 빌어 친구가 된 클로드와 아프리카인 시어른의 모습에 딱 어울리는 노래가 아닐까? 어렵게 이루어진 가족 간의 화합이 마치 세계평화로까지 확장된 듯 유쾌함이 전해진다.

컬러풀 웨딩즈

올 봄 프랑스에서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인종차별주의'라는 무거운 화두를 웃음 속에 가볍게 버무려내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민족과 국가라는 거대장치는 가족과 결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시금 그것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드러내지만 코믹한 상황 속에 녹아들어 거북하지가 않다.

하지만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고 변호사나 투자 전문가 등 상류층의 직업을 갖고 있는 다국적 사위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물론 프랑스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이기에 그들에게 이런 설정은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다문화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던 영화 <완득이>의 옹색한 상황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경제적인 어려움, 다문화가족의 2세에게 대물림 되는 차별대우,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한국어,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 우리 다문화가족이 처한 상황 때문일까?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웃을 수 있지만 공감의 정서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한다. 어쩌면 이는 클로드부부보다 더한 순혈주의와 한민족 정서에 오랜 시간 길들여져 온 우리의 특수성에 기인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클로드부부가 다문화 사위들을 가족으로 품은 것은 그래서, 그리고의 과정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과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글로벌을 외치지만 다문화가족에게는 여전히 인색한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과정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컬러풀 웨딩즈>를 보면서 잠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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