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말이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점점 짙어진 안개는경기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외야수는타자가 친 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에 양팀은 3회초1사 2루 상황에경기를 잠시 중단하고경기의 지속 여부를 상의했다. 양 팀 감독은 "우선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며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회초 더욱 심해진 안개 때문에 조마조마 중견수 김태우가 자신 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제대로 보지 못해 놓쳤고 건보 타자는 행운의 2루타를 만들었다.건보 타자도자신이타격한 공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우스운 광경이 벌어졌다.잠깐 시간이 흐른 사이외야 뿐만이 아니라 내야에서도 타자가 친 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카메라에서거리가있는 선수들은 사진이 뿌옇게 찍힐 정도였다. 결국 경기를 지속하기로 합의한지 5분만에 다시 경기를 중단했다.
하지만 양팀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그라운드에 모두모인 양 팀 선수들은 이대로 경기를 끝내기는 아쉽다며 15분후 상황을 보고경기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개 덕(?)에 양팀 선수들은잠시 중단된15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건보 선수들은 조마조마의 정보석, 심현섭과 기념 촬영을 하며 즐거워했다.특히 정보석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건보 선수들 전원이정보석을 둘러싸고 줄을 서서 차례대로 사진을 찍는풍경이 벌어졌다. 정보석은 친절하게 일일히 사진 촬영에 응했다.
조마조마 덕아웃에서는 이 날 팀 후원자인 탑건설 권중환 회장의생일을축하하기 위해 케익을 들고축하 노래를 부르는'깜짝쇼'가 펼쳐졌다.
15분이 지난 뒤 모두의 바램을 알아준 듯 안개가 많이 걷혀져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여 분이 흐른 4회초 건보의 공격 도중진한 안개가다시야구장을 뒤덮었다. 3회초 상황보다 더 안좋아진 것. 내야수는 타자가 서 있다는 것만 간신히 보일 뿐, 움직임조차 볼 수 없었다. 타자들이 맞히기만 하면 안타가될 수 있는상황이었다. 이 순간부터계획하지 않은'코미디 쇼'가 벌어졌다. 유격수를 보고 있던 조마조마 성대현은 투수 정보석에게 "아직방금 전좌타자에요?"라고 물으며 타석에 누가 들어서 있는지도 몰랐다.
건보의 타자들이 공을쳤을 때공의 방향을보게 된내야수들은타구방향을알려주기 바빴다. 특히 외야수는안타와 파울도 구분하지 못했고 공이 맞는 소리만 들리면 "어디야! 어디?"라고 소리쳤다.안타가 나오면수비수들은 공을 잡는게 아니라 바닥 어딘가에 있을 공을 찾기에 정신이 없었다. 또한투수와 내야수들도 공이어디가는 지겨우겨우파악했다.또한외야 수비들의 위치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는 4회까지 하기로 결정해 중단하지 않고 계속 됐다.
공격을 하고 있던건보 팀의 상황도 그닥 다를 바가 없었다. 공의 위치를모르니 제대로 주루 코치가 제대로 조언을 할 수 없었던 것. 너나 할 것없이양 팀 모두하얀 안개 속에 감춰진 하얀 야구공을 찾기에 정신 없었다.그 덕에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홈으로 들어가던 건보 주자를 여유롭게 잡아내며 아웃 1개를 늘리는 행운도 있었다.
선수 뿐만이 아니었다. 심판도 타격한 공이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주변 선수들의 말과 행동에의지할 수 밖에 없어상당히난감해 했다.이에 조마조마 덕아웃은"공이 외야로 나가면 그냥 공 잡았다 그래! 어짜피 심판도 몰라!"라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공이 맞기만 하면 안타가 되고 안타가 된 공은 제대로돌아올 줄을 모르니 투수인 정보석은 침이 말랐다.마운드에 진중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정보석도어쩔 수 없는 실수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좋은 플레이에는크게 환호를 했다. 시간이 지나 잠시 안개가 약간 걷히긴 했지만 어려움은 여전했다.
10-3으로 여유롭게 리드하고 있던 조마조마는4회초 안개로 인해4개의 안타(?)를 내주며10-6까지 추격 당했다. 2사 1-3루에 4점차였지만 조마조마는어떻게 될 지 모르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양팀의 마음이 '조마조마'한상황에 건보 4번 타자가등장했다. 이 때 1루에 있던 박광수는 "외야에서 있을 필요가 없잖아? 그냥다 내야로 내려와"라고 말했다. 이에 조마조마는 한명만의 외야수를 둔 채 전원 내야수비를 펼쳤다.타격 한 공은다행히유격수 앞으로정직하게굴러가며 경기가 종료 되었다. 공의 방향을 알 수 없는'안개 속의 안개 속' 경기에서 조마조마가 결국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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