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배우 황승언은 차츰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같은 통통튀는 매력을 지녔지만 21세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MBC '스친소'에서 아오이 유우를 닮은 외모로 주목받았던 그는 갑작스러운 인기가 제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랬기 때문에 황승언은 정상까지 느리게 걷자 마음먹었다.
'스친소' 속 황승언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지금의 모습은 다소 생경스러울 수 있다. 청순한 외모로 그를 기억했던 누군가는 관능적이면서도 발랄한 매력으로 주목받는 황승언이 낯설지도.
"사실 지금 사람들에게 보이는 제 모습이 원래 모습에 가까워요. 예전에 '스친소' 때는 청순한 배우를 닮았다는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그때도 노출이 많은 옷 스타일을 즐겨 입거나 또래보다 자유로운 스타일을 추구했어요. 오히려 지금은 안 그러는 편이죠."
그는 tvN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에서 남자들을 어장 속 물고기처럼 손쉽게 다루는 20대 여자 혜림으로 분했다. 손만 까닥해도 뭇 남성들의 주목을 받는 퀸카지만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개척해나가는 청춘의 일면이기도 했다. 섹시함이 강조된 옷차림과 애교스러운 말투로 황승언은 등장부터 '핫'했다.
"초반에는 사실 분량이 많지 않았어요. 제 캐릭터가 가진 여성성이 드러나면서 그런 부분이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기분이 묘했죠. 아주 긍정적인 기분은 아니었지만 제가 가진 장점을 어필해서 사람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캐릭터로 다가가기 전 다른 매력이 부각됐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실제로 황승언은 '식샤2' 중 후반부터 미스터리 코드를 지닌 이주승과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며 극의 재미를 돋웠다. 섹시한 어장녀가 아닌 때론 누나처럼, 귀여운 동생처럼 이주승의 곁을 지켰다.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좀 남사스럽기도 하고. 예전에 노출로 인지도를 올리고 싶지 않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는 앞뒤가 다른 게 아니냐고 하기도 하죠. 뉘앙스의 차이 같아요. 저는 영화 속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은 아직 자신이 없다고 한 말이었거든요. 브라운관에서 허용 가능한 수위에서 제가 가진 장점들을 어필할 수 있다면 노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진 않아요."
언젠가부터 황승언은 여러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퀸카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영화 '족구왕' 속 안나부터 '식샤2'의 혜림까지. 이번에도 이주승의 맹목적 사랑의 주인공이었다.
"모든 사람의 판타지같은 게 아닐까요. 제가 퀸카로 나올 때 상대역은 근사한 왕자님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현실적이고 평범한 남자들의 사랑을 받죠. 그래서 더 주목받는 거 같아요. 잘난 남자와 잘난 여자의 조합은 흥미로울 게 없잖아요. 아무리 극 중이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건 정말 멋진 일 같아요. 제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죠."
'식샤2'는 3회 연장 방송을 결정할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황승언은 또래 배우들과 촬영 현장에서 즐겁게 호흡하며 일명 '잘나가는 드라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주승씨 같은 경우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서로 막역하게 가까워지진 못했지만 많은 걸 배웠어요. 서현진 선배님 같은 경우도 배울 부분이 많고 정말 좋았죠. 사실 '식샤2' 멤버들 중에서는 제가 제일 활발했던 거 같아요. 다들 낯을 가리는 게 있어서 제가 나서서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던 거 같아요. 모두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죠."
'식샤2'는 무엇보다 다채로운 먹방이 필수인 독특한 드라마였다. 대중들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평하는 잣대 중 하나로 먹는 연기를 눈여겨봤다. 황승연 역시 먹방 연기에 특히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동안 광고를 찍으면서 예쁘게 먹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혜림이라는 캐릭터 역시 예쁜 척 하잖아요?(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예쁘게 먹으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너무 예쁜 척 하면서 먹지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오히려 어려웠어요. 연기하지 않고 진짜 먹던 대로 먹으라고 하는 데 쉽지 않더라고요. 저 평소에는 맛있게 먹는다는 칭찬 많이 듣거든요. 하하"
'식샤2' 종영 이후 만나왔던 배우들에게 으레 시즌 3가 만들어진다면 나올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황승언처럼 즉답을 줬던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전 너무너무 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더불어 박준화 감독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준화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 좋았어요.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면 '식샤3'에 너무 나오고 싶어요. 사실 감독님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하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영화를 계속 해서 드라마의 빠른 타임에 잘 적응 못 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게 감독님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황승언은 정식 데뷔를 하기도 전 빠르게 주목받았던 만큼 내공을 다지며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조급함도 있었다. 그는 "어릴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부담됐다. 그때는 처음이라 몰랐던 것도 많았고, 주목받는 것이 감당이 안 되더라"고 털어놨다.
"제가 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그 외에 부분도 많이 해야 했어요. 음반을 내고, 일본에 프로모션을 가고 하는 부분들이 감당이 안 돼서 스스로 포기했었어요. 무엇하나 뚜렷하게 이루지 못한채 어정쩡하게 걸치고 있는 느낌이었죠. 육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물론 후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저와 같은 시기에 나와서 브라운관에 나오고 레드카펫을 밟은 친구들을 볼 때마다 그냥 그때 얼렁뚱땅 흐름에 몸을 맡길까 싶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지금의 제 선택이 옳았지만요."
대중에게 낯선 배우로 긴 시간을 돌아왔지만 황승언의 시계는 정직했다. 그는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 두루 출연하며 충실히 내공을 다졌고, 어떤 순간에도 가장 자신을 빛나게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나갔다.
그는 어떤 배우를 꿈꾸냐는 질문에 "내 욕심으로는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타협하자면 좋은 배우"라고 거침없이 털어놨다. 그는 "아무리 남들이 쓰레기 같은 작품이라해도 내가 만족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면 최고가 아닐까.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민한 배우 황승언은 연기에 대한 욕심까지 단단하게 지켜나가고 있었다. 화려한 외모와 수려한 몸매로 주목받는 것에도 그저 대중들에게 자신의 많은 장점 중 하나를 보였다고 자신하는 그는 겉과 속을 알차게 채운 달콤한 과육이었다. 황승언의 진가를 알게 된다면 그 중독성에 빠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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