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부인 : (일레인의 팔을 잡으며) “너무 늦었어.”
일레인 : (로빈슨 부인의 손을 뿌리치며) “제겐 아니에요!”
- 졸업(The Graduate, 1967, 감독: 마이크 니콜스)’
사랑하는 여자 일레인(캐서린 로스)의 결혼식을 지켜보던 벤자민(더스틴 호프만).
식장(교회)안으로 들어가 일레인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마지막 장면은 볼 때마다 가슴 설렙니다. 배경으로 깔리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The Sound of Silence)'의 볼륨을 키우면 살짝 소름마저 ....
위 대사는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는 일레인과 그것을 제지하려는 로빈슨 부인과의 대화입니다. 젊은 세대를 여전히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 가둬두려는 기성세대와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간의 의지를 함축하는 대화이지요.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졸업'은 1963년 발표된 미국의 소설가 찰스 웨브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얼핏 달콤한 청춘영화처럼 포장된 이 영화는 현대(1960년대 당시)를 사는 미국 젊은이들의 고뇌가 깃들어 있는 작품으로 불안한 미래를 앞둔 주인공 벤자민의 방황을 통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이지라이더(1969)’ 등의 뉴 아메리칸 시네마가 사회의 낙오자들을 내세워 반영웅적인 일탈을 통해 젊은이들의 심정을 대변했다면 이 영화는 동시대의 보편적인 젊은이들, 혹은 보편적인 시각에서 전도가 유망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물질적, 육체적 욕망에 충실한 기성세대의 속물근성이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나라 감독이 비슷한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도 '공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다소 우울한 느낌입니다. ㅠㅠ
이 작품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1966)’로 데뷔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작은 키에 볼품없는 외모의 무명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등장은 미남미녀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신체적 조건의 관습을 깨드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더스틴 호프만을 일약 할리우드의 스타로 등극시켰습니다.
이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의 희극적인 표정과 몸짓, 밴크로포드의 중후한 연기와 캐서린 로스의 청초한 매력, 여기에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상황을 적절하게 잡아내는 독특한 카메라 기법과 짧으면서도 산뜻한 대사들이 어우러져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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