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이 돌멩이도 쓸모가 있어"- 영화 '길'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2-20 18:24:30

[그 영화, 명대사] (40)


"이 돌멩이도 쓸모가 있어, 어디에 쓰일런지는 몰라도...... 이 돌멩이가 쓸모없다면 세상도 쓸모가 없는거야"
- 영화 '길(La Strada, 1954,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중에서, 마토가 젤소미나에게.

'길’을 통해 길을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길에서 인생을 배우며 자신의 길을 찾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어쨌든 일단 한번 접어든 길에서 빠져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면 원래의 길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지요.
영화 '길', 모두 한 두번은 보셨을 겁니다. 아마 10번 이상 감상한 분도 계실 겁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지요. 제가 꼽는 역대 최고 걸작 ‘톱10’에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출세작입니다. 네오 리얼리즘의 수법을 사용하여 백치 여인이 내부에 간직하고 있는 맑은 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을 묘사했습니다. 펠리니의 아내인 마시나의 연기와 니노로타의 음악이 유명하지요.
소개한 대사는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가 잠파노(안소니 퀸)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다 만난 마토라는 남자가 젤소미나와 나눈 대사입니다. '함께 떠나자'는 마토의 제의에 거절하는 젤소미나는 '나쁜 남자' 잠파노에게 어떤 감정이었얼까요.
이 영화는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유랑극단에서도 벌어졌음직한 일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유랑극단에 팔려간 모자라고 가난한 소녀와 그런 소녀를 폭력으로 억압하는 사내, 그 사내와 사랑에 빠지는 소녀. 서로의 감정을 알고는 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슬프게 막을 내리는 러브스토리. 두 사람의 러브 라인은 어찌 보면 굉장히 통속적일 수 있지만 우리가 이 영화의 스토리를 낯설지 않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이탈리아와 우리의 역사가 비슷한 흐름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의 연출력도 대단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젤소미나 역을 맡은 줄리에타 마시나의 연기입니다. 학대받으면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젤소미나를 감동적으로 표현해낸 마시나의 연기는 이후의 펠리니 영화에서뿐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보여질 그녀 특유의 페르소나를 결정지었습니다. 거칠고 힘세지만 젤소미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퀸의 연기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두 배우는 각자 맡은 캐릭터의 서커스 연기와 그들의 실제 삶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선명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영화로 앤서니 퀸이 연기파 배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줄리에타 마시나의 빙의된 듯한 연기에는 미치지 못 합니다. 영화상에선 모자라고 못생긴 소녀로 나오지만,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녀의 모습은 오랜 시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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