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손을 놓아야 모든 걸 얻는다"-'와호장룡'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3-14 11:22:10

[그 영화, 명대사] (43)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꼭 쥐었던 손을 놓아야 오히려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
- '와호장룡(臥虎藏龍 , Crouching Tiger , Hidden Dragon, 2000, 감독: 리안)' 중에서 리무바이(주윤발).


리안 감독이 2000년에 연출한 무협영화입니다.
청나라 건륭제 때 명검인 청명검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다룬 작품으로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장첸 등이 열연했습니다. ‘와호장룡'은 최우수 외국어 영화 부문을 포함한 2001년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분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달(2016년 2월) '와호장룡2’가 중국에서 개봉했다고 합니다.


'와호장룡'에는 여러 볼거리가 많지만 특히 두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먼저, 호금전의 '협녀' 대나무숲 결투 장면을 오마주한 대나무숲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리안 감독과 원화평 무술감독의 연출력으로 완성된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대사보다 흔들리는 대나무 위에서 두 주인공이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 그들과 함께 유려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의 동선과 앵글입니다.
또 하나는 교룡(장쯔이)과 수련(양자경)이 조용한 달밤에 쫓고 쫓는 장면입니다.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강 위를 마치 양탄자 위를 다니듯 사뿐사뿐 뛰어다닙니다. 환상적인 축지법과 배경으로 깔리는, 단조로운 북소리가 묘하게 공감각적인 감동을 줍니다.

대나무숲 결투 장면과 더불어 절대무공의 경지를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한 아름다운 이미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1920년대 근대 무협소설 일부를 영화화 한 '와호장룡'은 무협소설의 일반적 문법을 탈피합니다. 리안 감독은 교룡과 소호의 비극적인 사랑에 끌렸다고 합니다. 제목 '와호장룡'도 글자의 뜻대로 해석하면 누운 호랑이와 숨은 용으로 해석이 됩니다. (그래서 미국 개봉당시 영어제목이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이었습니다)
주인공 소호와 교룡의 이름에서 따온 의미입니다. '호'는 반천운이라 불리우는 도적 소호(장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용'은 교룡(장즈이)에서 따온 것입니다.
리안은 '와호장룡'을 또 교룡의 성장영화이자 리무바이와 수련, 교룡과 소호의 러브스토리이며 리무바이의 슬픈 운명을 다룬 비극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권선징악의 익숙한 주제 대신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는 사람들 삶의 조건들, 즉 진실과 허상, 사랑과 이별을 조망했습니다.

무술영화 '와호장룡'은 관객에게 사색을 권유합니다. 현란하고 아름다운 검무가 춤추는 가 하면 어느 덧 사색의 시간에 돌입합니다. '세상'과 '환상' '진실'에 대해 생각케 합니다.
북경의 번잡한 풍광과 광활한 사막의 대비도 이채롭습니다. 강호를 떠나려는 자와 작은 욕심과 욕망때문에 강호의 천덕꾸러기가 되는 자가 부딪치기도 합니다.
검의 달인 경지에 오른 리무바이가 칼을 놓고 강호를 나오려 하지만 인생의 인연이 얽히면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리무바이는 생명을 잃은 후에야 강호를 떠나게 됩니다.

내 삶을 부여 잡는 '인연'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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